개표가 아직 진행 중인데, 바이든측이 정권 인수위원회 홈피를 개설했다는 뉴스보도가 나왔다. 많은 분들이 이를 바이든이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는 정치적 승리 선언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런 의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시작과 비교해서 바이든의 인수위 홈피 론칭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국도 대선 후 인수위를 설치하고 행정부 각 부서로 부터 보고를 받는다. 한국은 인건비를 포함해서 인수위의 모든 비용을 정부 예산에서 지원받는다 (한국의 인수위는 이명박 시절의 어륀지 발언으로 기억되지만...). 미국은 이와 달리 사무실과 비품은 정부에서 지원해주지만, 인수위 인건비는 후보가 자신의 캠페인 자금에서 지불해야 한다. 

 

트럼프가 처음 당선되었을 때 인수위 인건비를 자기 돈으로 못내겠다고, 인수위를 설치하지 않겠다고 황당한 생난리를 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정권 인수 과정에서 트럼프 인사들이 얼마나 정부의 실제 업무에 관심이 없고, 정부 기능을 무력화시켜왔는지에 대해서 언론인 마이클 루이스가 The Fifth Risk라는 책에서 생생히 보여줬다 (예전에 이 책을 추천해준 매디슨가이님께 감사). 마이클 루이스의 The Fifth Risk는 가디언지에 요약본이 실리기도 했다. 

 

"다섯번째 위험"이란 미국 사회를 망칠 수 있는 다섯 번째 위험이라는 뜻으로, 4가지 위험은 핵, 북한, 이란, 전기공급망이다. 구체적으로 다섯 번째 위험은 정부 "프로젝트 관리" 능력이다. 즉, 행정력이다. 

 

이 책에서 두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나는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행정 기능을 무력화시켰는지. 다른 하나는 행정부에서 무슨 일을 하는건지. 이 번 코로나 팬데믹에 미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도 트럼프 행정부에서 CDC를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행정부의 많은 일은 따분하고 거대한 정보를 다루는 일이다. 예를 들어 Department of Commerce(상공부)에서 항공정보를 통제하고, 바다 온도 수집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허리케인, 폭풍 경고를 날리는 National Weather Service도 상공부 산하 기관이다. 제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Census 데이타도 상공부에서 관리한다. 상공부는 거대한 정보 관리 기관--data processing machine--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 상공부에 억만장자인 Wilbur Ross를 임명했고, 윌버 로스는 장관 임명 전에 받는 상공부의 업무 브리핑에 거의 참석하지도 않았다. 상공부가 뭐하는 곳인지 모르고, 상공부의 업무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배울 생각도 없고, 상공부의 정보를 이용하여 자기 이익을 챙기는데 혈안이 된 사람을 장관으로 내세운 것. 

 

다른 행정부서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임명되지 않고 공석으로 비워두었던 포지션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트럼프가 행정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자리에 사람을 임명하는 것도 큰 일이다.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할 수가 없는 일이다. 정실 인사라고 욕먹는건 차라리 낫다. 아무도 임명안하면 아무런 결정도 일도 안되고 행정력은 무너진다. 

 

마이클 루이스의 책에는 트럼프의 인수위가 얼마나 행정부의 업무를 인수받는데 관심이 없었는지 자세히 쓰여있다. 행정부 인사들이 상세한 브리핑을 준비했지만 이전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인사들이 나타나지 않아 얼마나 멀뚱멀뚱 시간을 보냈는지등. 

 

박근혜 정권 시절에 돼지열병이 창궐하고, 메르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게 우연이 아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정권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행정력이 크게 무너지지 않은건, 한국의 정치세력이 여야 모두 행정 건전성 면에서 미국보다는 낫다는 신호이리라.  

 

바이든이 당선 확률이 높아지자 마자 인수위를 띄우고 홈페이지를 론칭했다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가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는 첫 장면이다. 빨리 당선자가 확정되고, 정말로 크게 달라지기를 기원한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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