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oCo님 트윗

사회운동 전공 사회학자인 Fabio Rojas 트윗

 

1.

 

어제 폭도들의 의사당 난입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황당하고 끔찍한 일이다. 이들의 행위가 트럼프의 선동에서 비롯되었고, 사망자까지 발생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 혼돈을 "쿠데타 시도"라고 규정하였다. 하지만 이 폭동, 내지는 과격시위를 쿠데타로 규정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기는 했지만, 혼돈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엄밀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에 의해서 조장되기는 했지만, 어제의 의사당 난입은 과격시위의 하나이지, 쿠데타로 보기 어렵다. 박정희, 전두환의 쿠데타를 겪어보지 않았던가. 박정희, 전두환의 5.18, 12.12와 가스통 할배의 청와대 진격이나 의사당 난입은 다르다. 전자는 쿠데타고, 후자는 과격시위일 뿐이다. 미국의 의사당 폭도도, 박근혜 탄핵당시의 가스통 할배들도 할 수만 있다만 쿠데타를 했겠지만, 쿠데타를 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되지 않는다. 후자가 중요하다. 

 

어제의 일은 잠깐 동안의 의사당 난입과 부분적 파괴 외에 어떤 물리력도 담보되지 않았다. 시위자도, 의회도, 경찰도, 트럼프 행정부도 어제의 의사당 난입이 실제 결과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부연합 깃발과 윗통을 벗어제낀 시위자에 의해서 전복되는 정부는 없다. 물리력을 담보한 미국의 어떤 기관도 쿠데타에 동조하여 움직였다는 조짐이 없다. 다행히 지금은 대부분의 언론이 쿠데타라고 하지 않고, mob attack 등 폭도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선거 직후 학교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도 의사를 피력했지만, 저는 광범위한 폭동이나 쿠데타 없이 정권 교체가 이루어질 것이라는데 큰 의심이 없다. 사회학에서 제도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지속성, 반복성이다. 미국의 민주주의 제도가 여러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정권 이양의 지속성이 위협받을 징후는 크게 보이지 않는다. 나쁜 제도든, 좋은 제도든, 제도는 그렇게 쉽게 단절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마치 미국을 구한게 민중의 투표와 선거제도가 아니라, 선거관리인, 군부, 법조계 엘리트들인양 말한다. 하지만 선거관리, 군부, 법조계 엘리트들의 행동이 제도를 따르고 지속성이 담보되도록 사회적 규범이 선게 바로 민주주의의 공고화다. 이렇게 공고한 (단순 법조문이 아니라 모든 정부기관, 시민사회 운영의 원칙으로 명시적, 묵시적으로 자리잡은) 민주주의 제도를 만든 힘은 민중에게 있다. 한국 사회도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민주주의 제도는 더욱 공고화되고 있다. 

 

2. 

 

어제 시위자들을 대하는 경찰의 온건한 모습은 Black Lives Matter 시위와 이어진 폭동을 과격하게 진압했던 경찰의 모습과 대비된다. 미국 사회의 인종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어제 폭동에서 의사당 진입을 막지 못한 책임을 누군가 반드시 져야한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반드시 조사를 해야한다. 하지만, 경찰력의 중과부적으로 폭도들의 의사당 침범이 이루어진 이후의 온건한 경찰 대응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미국 경찰은 과잉 대응이 문제이지, 소프트한 대응이 문제가 아니다. 어제와 같은 온건한 대응이 대부분의 시위 대응의 규범이 되어야 한다. 인적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빠른 시간 내에 시위를 해산하는 것이 최선이지, 시위자를 체포하고 물리적으로 진입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다. 

 

가끔보면 한국 경찰의 범죄자에 대한 온건한 대응에 불만이 있는데, 미국과 한국의 경찰 대응 중 하나를 택하라면 한국 경찰의 대응이 미국보다 낫다. 한국 경찰은 시위대에 대하여 지나치게 과격 대응을 해서 문제였다. 

 

물론 온건하고 유연한 해산 과정과 앞으로 시위에 가담했던 폭도들을 기소하고 처벌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의사당을 파괴하고 민주적 대통령 선출 과정을 방해한 폭도들에 대해서 엄격한 법 적용이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3. 

 

가장 끔찍한 일은 트럼프 같은 인물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고, 2024년 선거에서도 트럼프나 그 유사한 인물이 공화당 후보로 다시 당선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트럼프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느꼈겠지만, 한 사회가 비교적 스무스하게 운영되는 이유는 법조문 때문만이 아니라 암묵적 합의의 규범이 광범위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그런 규범을 깨고, 법조문의 약한고리를 찾아서 공격한다. 비록 압도적 다수의 선택으로 부결되었지만, 아리조나와 펜실베니아 선거 결과를 둘러싼 표결은 그런 약한 고리의 상징이다. 

 

명시적 묵시적 규범 덕분에 미국 민주주의가 지금 당장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같은 인물이 양당제에서 한 쪽 정당의 대표로 계속 당선된다면 미국 민주주의가 유지되기는 어렵다. 도대체 어떻게 이게 바뀔 수 있을지... 

 

대통령-상원-하원을 모두 장악한 미국 민주당이 향후 2년 동안 제도 정비로 적어도 명시적 규범의 공고화를 강화해주기를 기대한다. 

 

 

 

Ps. 이런 감상을 굳이 한국 사회와 연결시키자면, 문재인 정부가 법치주의를 확립하면서 민주주의와 복지사회를 위한 암묵적 합의의 규범을 넓히기 보다는, 정치의 영역을 자꾸 법조문의 잣구로 바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Posted by sovid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