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기사: 두 얼굴의 공정(1) 조국과 정호영, 누가 더 ‘불공정’합니까?

언더스코어 강태영 대표 트윗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은 공정했다(이하 조국)’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아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은 공정했다(이하 정호영)’는 두 문장에 대한 공감 정도가 달랐다는 경향신문 기사. 

 

분석을 수행한 언더스코어 강태영 대표의 트윗에 잘 요약되어 있듯,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치화"된 사건과 이슈는 정치성향에 따라 사람들의 판단이 달라진다. 정치화 이전에는 지지 정당에 관계없이 의견이 비슷하던 이슈도 정치화되면 홍해바다 갈라지듯 여론이 갈라지는 현상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조국과 정호영에 대한 공정성 판단이 달랐던 가장 큰 이유는 두 사건이 정치적 사건, 내지는 정치화된 사건이었기 때문이리라.

 

아래 그래프에서 보이는 40대 이상의 응답경향이 일반적이다. 정치성향에 따라 대상만 바뀔 뿐 판단의 경향에 차이가 없다. 성별 격차도 거의 없고. (그래프는 강태영 대표 소셜미디어에서 베껴왔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청년층은 성별에 따라서 응답경향이 달랐다. 이재명을 지지한 여성이나 윤석열의 지지한 남성은 전형적인 응답패턴을 보이는데, 윤석열을 지지한 여성이나 이재명을 지지한 남성은 전형에서 벗어나 있다. 정치성향에 따른 전형적 응답 패턴이 나타나지 않고, 조국과 정호영 케이스 모두 비슷하게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아래 그래프를 보고 두 가지 생각이 든다.  

 

하나는 이제는 모두가 인지하듯이 청년층에서 젠더가 정치적 성향의 준거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여성은 이재명 내지는 진보가 준거이고, 남성은 윤석열 내지는 보수가 준거가 되었다. 여기서 벗어나면 전형에서 이탈한 특이한 집단이 된다. 이 집단은 상당한 peer pressure를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하나는 경향 기사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는데, 전형에서 벗어난 20대 청년층이 보수에 대한 태도를 확정짓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이재명 지지자는 남녀에 관계없이 조국에 대해 동일한 태도(거의 rectangular distribution)를 보인다. 마찬가지로 윤석열 지지자도 남녀에 관계없이 조국에 동일한 태도(상당한 rightly skewed distribution)를 보인다. 조국에 대한 태도는 20대나 중년이나 차이가 없다. 정치성향에 따라 인식이 달랐다. 

 

정치성향과 성별의 상호작용에 따라 청년층의 태도가 달랐던 건, 정호용 자녀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다. 이재명 지지 청년 남성은 정호영 자녀 공정성 판단에서 쌍봉형 분포를 보이고, 윤석열 지지 청년 여성은 우편도 분포를 보인다. 같은 성별로 비교하면, 이재명 지지 청년 남성은 정호영 자녀에 관해서는 윤석열 지지 청년 남성과 비슷한 인식을, 이재명 지지 청년 여성은 정호영 자녀에 관해서는 윤석열 지지 청년 여성과 비슷한 인식을 보인다. 즉, 정호영 자녀에 대한 인식은 정치 성향이 아니라 성별로 갈렸다. 

 

이 관찰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건지는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가능성은 페미니즘의 정치화가 약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다. 윤석열과 보수정당이 페미니즘에 적대적 태도를 보여서 청년층의 보수에 대한 인식이 정치적 성향에 관계없이 성별로 갈렸지만, 윤석열 정부와 보수가 페미니즘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페미니즘의 정치화가 수그러들거나, 아니면 오히려 페미니즘의 정치화가 완성되면 청년층의 태도도 중년층에 수렴할 것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청년층의 보수에 대한 태도의 미정립이다. 이재명 지지냐 윤석열 지지냐에 따라 조국 자녀에 대한 인식은 달라진다. 전형적인 이데올로기 라인에 따른 태도의 정립이 나타난다. 이와 달리 정호영 자녀에 대한 인식은 정치적 태도가 아니라 성별에 따라 다르다. 이는 보수에서 제기하는 여러 이슈들을 일관된 정치적 정체성의 발로가 아니라 이와는 독립적인 사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도 청년층의 정치적 정체성이 완성되어 가면서 사라질 것이다. 

 

세 번째 가능성은 청년층의 상당수가 기존 문법으로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집단인 경우이다. 다른 세대와 달리 <정치성향*성별>의 상호작용 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나면서 이 전형에 속하기를 거부하는, 그야말로 이슈에 따라서 의견이 달라지는 스윙보터가 출현했을 가능성이다. 

 

현재의 청년층 여론의 특성을 규정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확실히 보다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한다. 

 

어쨌든 이 번 조사는 정치, 세대, 젠더에 대한 참신한 새로운 정보가 있다. 일독을 권한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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