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소득에 따른 평균 인지능력의 관계에 대한 논문 포스팅을 보고 여러 의견들이 있는 것 같은데, 이 결과에 대한 맥락적 이해를 위해서 약간의 해설을 하는게 좋을 듯 하다. 

 

제가 느끼는 바로는 대략 두 가지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인지능력이 소득을 매우 크게 결정한다는 결정론적 이해의 경향이고, 다른 하나는 소득에 따른 인지능력의 분산이 크기 때문에 인지능력이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경향이다.  

 

그래프만 보면 전자와 같이 인식하기 쉽기 때문에 후자의 입장이신 분들이 주로 문제를 제기한다. 가장 정치하게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Hanbin Lee on Twitter를 들 수 있다. 이한빈 선생은 논문에서 주어진 분산 정보를 이용해서 시뮬레이션으로 아래와 같은 그래프를 그렸다. 

 

 

오른쪽의 그래프가 논문에서 제시된 것과 거의 같은데, 소득분위별 인지능력의 전체 분산을 보면 왼쪽과 같이 넓게 퍼져있기에 소득에 따른 인지능력은 큰 차이가 없어보인다는거다. 원래 논문에서 인지능력은 1-9의 등간척도로 측정되었는데, 이 시뮬레이션은 그 점을 고려하지 않아 분산을 과장하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포인트가 무엇인지는 알 수 있다. 같은 소득 분위 내에서 인지능력의 분산은 상당히 크다. 오른쪽 그림 같이 깔끔한 상관관계는 어디까지나 소득 분위별 평균의 차이를 볼 때만 분명하다. 이런 그래프는 소득이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보다 인지능력이 거의 항상 높을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깨는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그래서 소득에 따라 인지능력의 평균을 보는건 의미가 없는건가? 

 

아래 그래프는 미국 2019년  ACS 자료로 소득분위별 교육 수준을 본 것이다. X축이 소득 분위, Y축이 교육을 100분위 랭크 지표로 환산한 것이다. 교육 수준은 100개보다 훨씬 적으니 랭크로 환산하면 아래 그림처럼 된다. 소득이 있는 25-64세 남성 6만명만 랜덤으로 뽑았다. 스웨덴 자료와 거의 유사한 표본크기와 조건을 만든거다. 

 

보다시피 전체 분산을 보면 거의 아무 의미가 없는 그래프가 된다. 하지만 소득분위별 평균 교육분위의 추이를 보면 스웨덴 소득분위별 인지능력 그래프와 상당히 유사한 패턴이 나온다. 위 스웨덴 자료도 9점 척도 자료를 그대로 사용하면 이한빈 선생이 그린 것보다 더 아무 의미 없는 그래프가 나올 것이다. 그러니 그런 그래프는 그릴 필요가 없다. 뭔가를 숨기기 위해서 안그리는게 아니고, 무의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안그리는거다. 

 

위 그래프를 보고 소득에 따른 교육수준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사회학자들은 별로 안좋아하는 경향이 있지만, 소득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경제학이론이 인적자본론 아니었던가. 많은 분들이 믿고 있는 인적자본론의 설명력은 위의 그래프 정도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게 다는 아니지만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논리의 결정력이 이 정도다. 당신이 소득 결정에 교육수준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면 그건 위 그래프에서 빨간색 선의 경향을 의미하는거지, 파란색 점들의 분산이 아니다. 

 

위 소득-교육 그래프에서 소득 하위 10분위에서는 소득과 교육이 부의 상관을 보여서, 스웨덴 소득-인지능력 그래프와 똑같은 패턴이다. 소득-인지능력은 40-90분위에서 기울기가 상당히 급한 관계를 보이지만,소득-교육수준은 상위 90%에서 전반적으로 완만한 우상향이다. 

 

스웨덴 논문을 읽어보면 소득과 인지능력의 랭크 상관계수를 보고한다. .400 이다. 단순회귀분석이니 R2는 .16이다. 노동시장 연구하는 분들이라면 이 수치를 보면 소득과 인지능력 관계의 중요성 정도에 대한 감이 올 것이다. 이 수치로 저자들은 분산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미국 자료로 스웨덴 자료처럼 소득과 교육의 랭크 상관계수를 계산하면 .402이다. 소득-인지능력의 상관 정도가 소득-교육의 상관 정도와 놀랄만큼 똑같다. 비슷할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똑같을 줄이야.  

 

물론 교육받아봤자 소용없다는 분들도 있다. 교육수준이 높은 자신보다 낮은 분들의 소득이 높은걸 보니 그런 느낌이 든다는거다. 이 분들의 느낌은 소득에 따른 교육의 분산을 보니 그렇다는거 아니겠는가. 

 

하지만 교육이 소득이 관련되어 있는 딱 그 만큼 인지능력이 소득과 관련되어 있다. 이게 생각보다 큰 결정력인지, 아니면 작은 결정력인지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를거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교육과 노동시장의 관계에 대해서 신경쓰는 정도를 생각하면 소득-인지능력이 별 관계가 없다고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스웨덴 연구가 별 의미없이 인지능력을 과장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인적자본론을 혐오하는 일련의 사회학자 그룹에 가입하신걸 환영하는 바이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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