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 교수의 놀이공원 매직패스 발언이 핫해지길래 많은 사람들이 헬러와 살츠만의 저서 <마인: 남의 것도 내 것으로 만드는 소유의 법칙>을 언급할 것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책이 동일한 이슈를 다루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도 그 얘기를 안하는 듯하니 여기서 잠깐 소개. 

 

선착순은 인류가 고래로부터 사용한 소유권 원칙 중 하나다. 심지어 왕위도 장자 상속으로 선착순 상속이다. 국가지대사도 선착순이었던 것. 발명과 특허권도 먼저한 사람에게 권리를 준다. 선착순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공정에 대한 직관적 감각에 호소하기 때문이다. 먼저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시간은 누구에게도 동일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선착순은 민주주의와 평등주의 원칙에도 맞다. 

 

먼저 온 사람에게 권리가 있다는 이 원칙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이지만, 유럽이 타국을 식민화할 때도 먼저가서 깃발을 꽂는 국가가 소유하는 선착순 원칙이 적용되었다. 원주민은 권리가 없고 "최초의 기독교 유럽인"에게만 선착순의 권리가 주어졌다. 선착순 소유권은 우주개발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1960년대초에 "발견과 정복을 기준으로 최초를 논하지 않는다"고 합의하였기 때문이다. 미국이 달에 처음으로 깃발을 꽂았지만 달이 미국 소유는 아니다. 

 

이러한 선착순 원칙이 적용되지 않거나 비틀려서 적용되는 여러 사례를 저자들은 <마인>에서 논하는데, 그 중 하나가 디즈니랜드의 "패스트패스플러스" 상품이다. 

 

이 상품은 돈을 내고 예약을 하면 3개 놀이기구는 정해진 시간에 바로 탈 수 있게 해줘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주었다. 그 결과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을 덜게되었고, 고객들은 남는 시간에 더 많은 기념품을 쇼핑하고 이것저것 사먹는다. 고객은 자신이 타고 싶은 기구를 쉽게 타고, 놀이기구별로 방문객도 분산시키고, 디즈니랜드는 돈도 더 벌었다. 윈윈 마케팅 사례. 

 

그런데 디즈니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슈퍼듀퍼 패스트패스플러스" 상품을 개발한다. 이전 패스트패스플러스는 3개만 줄을 안섰는데, 이 상품은 온종일 줄을 건너뛰어서 탈 수 있는 상품이다. 그런데 이렇게되면 선착순으로 기다리는 고객들이 짜증이 나게 된다. 그래서 디즈니는 얼마나 많은 돈을 받아야 사람들의 원성을 사지 않으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연구했다. 그랬더니 미화 3~5천불, 한화로는 3백5십만원에서 6백만원 정도가 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저자들은 이를 "최적의 새치기 요금대"라고 표현했다. 정재승 교수의 새치기 표현은 여기서 빌려왔을 것이다. 

 

이렇게 비싼 돈을 받는데도 디즈니는 이 패스를 구입하지 않고 선착순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의 심정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 패스트패스플러스 전용줄과 일반 대기줄을 분리해서 최대한 노출을 시키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다나.

 

선착순 원칙이 적용될 때 부자들이 돈을 내고 사람을 고용해서 줄서기 대행을 시키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줄서기 알바 대행업체도 횡행했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좌석을 지정하지 않고 줄서서 들어가는 순서로 아무 자리나 앉는 정책을 시행했는데, 지금은 돈을 더 내면 먼저 들어갈 권리를 준다. 모든 항공사가 퍼스트클래스, 비지니스 승객은 먼저 입장하도록 조치한다. 이코노미 승객 중에서도 이코노미+같은 좌석을 구입하면 다른 이코노미 승객보다 먼저 들어갈 권리를 살 수 있다. 

 

놀이공원 매직패스만 특정해서 어린이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고 하기에는, 선착순 줄서기 원리를 비틀어서 상품으로 개발한 사례가 너무 많다. 이슈도 훨씬 복잡하고. 

 

어쨌든 잘모르는 분야라, 이 책 재미있게 읽었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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