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걸 제가 알리가 있겠는가. BTS가 몇 명인지도 몰랐는데. 

 

최근 미국에서 K-Pop과 한국어 수업의 인기가 폭등하는걸 보고 지난 학기에 자신 만만하게 <현대 한국 사회의 사회갈등>이라는 과목을 개설했는데, 폐강을 겨우 면했다. 미국학부생을 상대로 한국 사회에 대해서 가르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들의 관심사인 K-Pop에 대한 주제도 아주 간단하게 논의하였다. K-Pop 아이돌 인재 양성 시스템이 한국 교육열과 비슷하게 집중학습을 한다는 것도 알려주고. 

 

그런데 이런 인텐시브한 아이돌 양성 시스템이 한국에만 있었던건 아니다.

 

RC28라고 국제사회학회 불평등 분과가 있는데, 올해 학회는 파리에서 열렸다. 회화에 대해서 쥐뿔도 모르지만 그래도 파리에 왔으니 그림 몇 편은 봐줘야 하지 않겠는가. 

 

문외한인 제가 느끼기에 회화의 중심이 미국으로 넘어오기 전에 유럽의 회화는 이태리, 프랑스(그 중에서 파리), 그리고 네덜란드의 3개 국에서 발전한 듯 하다. 르네상스이후 회화의 중심은 이태리였는데, 프랑스는 후발주자로 이태리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 중 하나가 미술 아카데미라고 미술가 양성 국가 제도를 만든거다. 미술 아카데미를 만든 후 프랑스 미술이 거의 이태리 미술에 버금가게 발전했다. 그냥 회화를 가르쳤을 뿐만 아니라 살롱(전)이라는 극심한 경쟁 제도까지 만들었다. 1년에 1명 선발해서 이태리 유학도 보내주고. 미술 아카데미에서 강조했던 내용이 알흠다운 순수 회화였던 것도 아니다. 당시 지배 이데올리기와 권력가의 구미를 맞는 그림을 그리고 이들의 선전도구 역할을 미술 아카데미보다 더 충실하게 실현한 곳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발전한 프랑스 회화의 역사를 읽다보면 이게 한국의 K-Pop 발전과 그렇게 다른건지 모르겠더라. 프랑스의 미술 아카데미는 건전가요 만드는데 열중하는 K-Pop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더라. 

 

그런데 따라쟁이 프랑스가 회화의 중심이 된 것은 인상파 이후다. 인상주의는 아카데미 미술에 반발한 일련의 프랑스 기반 화가들이 새로 발전시킨 사조다. 인상파가 아카데미와 살롱에서 홀대받던건 너무 유명한 얘기다. 자기 그림이 안팔려서 자괴감을 느끼는 고흐의 한탄은 정말... 인상파의 대부 마네는 살롱전에 끝까지 한 자리 낄려고 노력했지만.

 

인상파의 등장에 감명받아서 예전에는 역시 기성 시스템으로는 안되고 혁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국가가 나서서 인위적으로 회화를 교육해서 미술 기반을 단단하게 만들었던 아카데미 미술 없이 과연 프랑스에서 인상파가 나올 수 있었을까?

 

질문을 슬쩍 바꿔보면, 기존 지식을 상당한 수준으로 습득한 일군의 무리없이 새로운 돌파구, 창조성이 나올 수 있는가? 창조성의 토대(=질적변화)는 기존 지식 내지는 사조의 완성도를 갖춘 일군의 무리(=양적기반)가 아니냐는거다. 

 

 

 

Ps. 이태리, 프랑스에 더하여 네덜란드가 끼는 이유는 이 지역의 상업발전 덕분이다. 부르조아들이 돈이 많아지면서 세속적이고 보통 사람(= 부르조아 자신들 포함)을 그리는 전통이 여기서 나온다. 그럼 도대체 왜 영국은 미술에서 이렇게 내세울게 없는건지...

 

Pps. 회화는 미술가 자신은 빈곤에 시달렸지만 사후에 진가를 인정받은 케이스가 상당히 있는데, 과문해서인지 음악은 그런 케이스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미술은 인정에 시간차가 있을 수 있지만 음악은 없는 이유가 뭔지. 

 

Ppps. 저도 안다. 별 깊이도 내용도 없는 시덥잖은 얘기라는거. 이런거 연구하는 사회학 분과와 연구자들이 따로 있다는 것도 알고. 학기도, 학회도 끝나고 본격적인 여름으로 진입해서 시간도 있는 주말이니 그 냥 해 본 소리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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