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현상

정치 2011. 9. 4. 23:58
중앙일보의 윤여준 인터뷰.
“안 교수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어 떼돈을 벌 수 있었는데도 돈을 안 받고 7년간 무료로 공급했다. 한국에서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젊은이들이 이런 얘기를 하면서 그에게 무한한 신뢰와 감동을 느꼈다. 과거 정치인들의 거품 같은 인기가 아니다. 인간의 헌신에 대한 존경과 신뢰다. 그래서 두 사람에게 ‘같이 운동을 해보자’고 요청했다. 청콘이 끝나면 한 단계 더 진전된 정치색 짙은 운동체를 만들 계획이었다. 어차피 내년엔 총선과 대선이 있다. 과거식으로 선거하면 나라꼴이 엉망 된다. 정치를 바꾸는 운동체가 필요하고, 총선이 내년 4월이니 연내엔 출범해야한다.”

“꼭 정당을 염두에 둔 게 아니지만 배제한 것도 아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놨다. 운동에 쏠리는 국민적 호응이 크면 정당으로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 어차피 총선에 사람들을 참여시키려면 정당이란 그릇은 필요하다. 정치를 바꾸려면 제도권 밖에서 운동을 통해 바꿀 수 있겠지만 제도권 안에서 바꾸는 게 효과적이다. 투 트랙이다. 국민 운동은 그대로 하면서 정당을 만들어 현실 정치에 참여시키자고 생각했다.”

한나라당은 확실한 계급대표성을 가지고 있으나, 민주당은 계급대표성이 약하다. 정책이나 구성인자 면에서 모두 마찬가지. 반한나라당 정서는 강하지만, 민주당은 지도력이 지지부진한 상태. 한나라당은 박근혜가 있지만, 민주당 대표주자로 인식되는 손학규, 정동영 모두 소신과 헌신의 이미지보다는 기회주의자 이미지가 강하다.

현재 한국에서 변화의 욕망은 강한데, 이 욕망을 실현할 조직이 없거나 약한 상태. 변화의 추구는 당연히 욕망의 조직화가 필요하다. 윤여준이 언급하였듯, <정당 + 사회운동>, 운동으로써의 정치를 해야 한다.

운동으로써의 정치를 시도하는데 있어, 가장 큰 장점이자 약점은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장집, 유시민 등이 언급하였던 베버를 상기하시라. 사회변동은 카리스마적 리더쉽을 통해 추동되고, 정당을 통해 안정적 구조를 확립한다. 양김 없는 민주화, 디제이 없는 정권교체가 가능했겠는가. 노무현의 부상도 민주적 리더쉽이라서가 아니라, 그가 가진 카리스마 덕분이었다.

변화는 열정을 필요로 한다. 인터넷에서 호감을 사는 쿨한 태도, 시니컬한 태도는 인터넷에서나 통하는 것. 현실의 변화는 카리스마적 지도자, 그에 반사시키는 대중의 열정, 이 열정의 교활한 조직화가 있어야 한다. 윤여준은 안철수를 통해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안철수 현상이 서울시를 넘어 더 크게 영향을 끼칠지 여부에 대한 가장 큰 의문은 역시 운동을 이끌 지도자의 카리스마의 문제로 귀결된다. 설사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가 이기고 정당을 꾸린다 할지라도 그 다음에 대한 답이 없다. 윤여준은 대선후보로써의 안철수를 관찰했는데, 덜커덩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버리면 그 다음이 없다. 당을 꾸릴려면 안철수가 카리스마를 발휘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데, 그 이후 당을 이끌어가고 총선, 대선을 이끌 안철수의 카리스마는 서울시에 갇힌다.

안철수의 서울시장 도전이 성공할지라도, 이 현상이 총선, 대선에도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빈 카리스마를 메꾸어줄 새로운 카리스마를 다시 찾아야 한다. 결국 연대, 연합, 합종연횡의 문제로 귀결될 것.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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