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녀

정치 2012. 12. 15. 09:12

문재인측의 인권침해 잘못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지만, 그래도 수사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그녀가 "국정원"녀라는 점. 민주당이 어떤 제보(국정원 내부?)를 통해 추적을 했고 덮치고 보니 당사자가 국정원 소속이었다. 가족을 내세우거나 개인 오피스텔이라고 강조하는 건, 그녀를 국정원 소속의 요원이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으로 바꾸기 위한 건데, 막걸리 보안법 식으로 의심스러운 아무나 붙잡고 늘어졌는데 잡고보니 국정원 직원일 확률은 상식적으로 너무 낮다. 그녀는 평범한 개인이 아니라 권력기관 말단이다. 한국 정보기관은 선거에 개입했던 과거의 전력이 있고, 이명박 정부는 권력기관을 이용하여 민간인 사찰을 한 전력이 있다. 기무사 요원이 집회현장을 촬영하다 걸리기도 했다. 제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게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둘째는 오피스텔이 그녀의 사적공간이 아니라 공적업무가 수행되는 장소였다는 점. 이는 그녀의 출퇴근 기록을 통해 확인된 바이고, 국정원장도 간접적으로 시인한 바다. 군인이 트위터에서 개인적으로 이명박을 욕해도 실형을 선고 받았다 (나는 이 판결에 그리 불만이 없다. 군인/경찰/공무원의 정치적 행위를 다소 제한하는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국정원 직원이 업무공간에서 업무시간 중에 정치적 의사표현을 한다면 이는 당연히 불법이다.  


셋째는 그녀의 국정원 내 소속. 대북 심리전 담당이란다. 어쩌면 이 점이 문재인측에서 (내지는 국정원 내부(?) 제보자가) 황당하게 오해한 출발점일 수 있고, 반대로 이 점을 악용해서 정치개입을 했을 수도 있다. 오피스텔에 혼자 앉아서 할 수 있는 대북 심리전 중에 인터넷 여론조성도 가능한 한 분야라고 생각한다면, 그 내용은 상대적으로 북측에 우호적인 정책을 피력하고 있는 문재인에게 불리한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국정원 대북 심리전단의 정당한 활동이겠지만, 한 발만 나가면 정치개입이 될 수도 있다. 국정원 요원이 대북 심리전 파일을 그냥 내줄 수도, 국정원 선거개입이라고 믿는 민주당이 물러날 수도 없는 그런 상황? 


넷째. 거악에 대한 저항, 권력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한 고발은, 고발하는 측의 불법 내지 비도덕적 행위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내부 고발은 변호사의 윤리를 위반한 것이고, 삼성 X파일의 이상호 기자도 유죄확정 판결을 받았다. 노회찬 의원도 현재로써는 유죄를 뒤집지 못하고 있다. 사찰 기무사 요원의 카메라를 뺏은 학생도 폭력행위로 유죄선고를 받았다 (반면 사찰을 했던 기무사 요원은 별탈없이 승진). 권력의 불법행위를 물타기하는 방법은 항상 도청 등 거악을 고발하는 행위의 불법성이다. 과정의 불법성에만 촛점을 맞추면 구조의 커다란 결함은 건드릴 수 없다. 한국에서 권력을 고발하는 불법적 과정은 너무도 잘 처벌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정보기관의 선거개입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 후 불법적 과정을 처벌해도 늦지 않다.  


다섯째. 하지만 이 번 사건은 국정원녀가 무슨 행위를 했는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삼성을 고발한 행위와 다르고, 문제가 된 당사자가 소시민이 아니라 과거 선거개입을 일삼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전력이 있는 기관의 일원이라는 면에서 권력에 의한 개인 인권침해와도 다르다. 거악에 대한 고발이라고 항상 사실에 근거했던 것도 아니다. 언론권력의 횡포를 고발하고자 여러 언론과 블로거들이 언론사 사장의 실명을 밝히며 전문을 게시했던 장자연 편지는 조작으로 밝혀졌다. 장자연 건과 마찬가지로 국정원녀의 선거 개입 여부는 수사결과를 지켜볼 수 밖에. 그리고 결과에 따른 책임이 따라야.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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