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정책의 목표

기타 2013. 3. 11. 06:01

북이 핵실험을 하고 연일 대남공세 수위를 높이다보니 한 때 열렬 햇볕정책 지지자였던 분들도 일전불사의 태도를 보이는 듯하다.


외교 문외한으로써 상식적인 얘기를 하자면, 대북 정책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통일, 다른 하나는 평화공존.


헌법에 떡하니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되어 있어서 마치 통일을 목표로 한 대북 정책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통일을 <성취 가능한> 목표로 삼는 대북 정책은 극단주의로 가는 첩경이다.

명박통의 은퇴기자 회견에서 통일을 말하고,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가 북한 정권 교체 발언을 하는게 우연이 아니다. 이런 식의 통일은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목표로 삼았던 레짐체인지와 유사하다. 이런 대외정책은 새로운 제도의 건설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사회과학에서 가장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어떻게 제도가 형성되고 유지되는가이다. 중동민주화니 북한 체제 교체니 제도의 창조를 추구하는 이상은 고상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내가 알기로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최근의 명백한 실패 사례가 부시의 이라크 침략.


통일을 성취 가능한 목표로 삼는 대북 정책은, 그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남북 군사대결이나 대북공작에 치중하기 쉽다. 목표가 분명하고, 방법도 눈에 잘 보여서, 단기적으로 국민을 설득하여 인기를 누리기에도 좋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이 정책은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현실주의 노선을 따르는 외교는 통일은 미래에 우연히 찾아오는 장기 목표로 삼고, 현재는 평화공존에 치중한다. 


그런 면에서 햇볕정책은 현실주의 노선의 하나다. 통일이 아니라 평화공존을 목표로 했다. 햇볕정책의 상호주의 박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지만, 햇볕정책의 가장 큰 기여를 꼽으라면 바로 이 목표의 전환. 박근혜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조만간 북한이 붕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이명박식 노선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를 깨닫고서 통일보다는 평화에 방점을 둔 노선으로 나는 이해했었다. 헌데, 긴장국면이 조성되자마자 포풀리즘을 발휘해 국방외교 라인은 모두 전쟁 전문가로 채우는 박통2. 자기 노선이 뭔지 이해하기나 하는건지.


북의 도발에는 반드시 응징을 가해야 하지만, 전체 평화를 깰 수 있는 오바액션은 금물이다. 통일을 이루는 방법도 아니면서, 평화만 깨는 즉흥적 반응이 되기 쉽상이다. 비전문가로써 나의 상식적인 바램은, 여야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평화공존을 목표로, 북한이 평화를 진척시키고 남북대결을 완화할 때는 지원을, 도발을 일으킬 때는 제재와 대응을 하는 상호주의 현실주의 정책을 상당 부분 공유하는 것이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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