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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넷에 올라온 친친님의 글이다. 많은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친친님은 정치지망생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이 지적은 관료조직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후진국에서 공무원 뽑을 때 제일 성공하는 방법은 시험봐서 뽑고 웬만해서 안짜르는 거다. 예전에 읽은 IBRD 보고서에서 한국의 고시 제도와 공무원 시험 제도를 개도국의 모범으로 제시한 걸 본 기억이 있다. 후진국은 어디나 부패 문제로 골머리를 앓지만, 부패가 경제발전를 방해하는 정도는 그렇게 크지 않다. 시험봐서 똑똑한 사람들을 공무원으로 앉혀두면 뇌물 좀 먹긴해도 웬만하면 제 몫을 한다. 시험 등수가 연줄이나 낙하산보다는 훠~얼씬 강력한 능력의 지표다.

한 사회의 인적자본이 부족하고 교육 수준이 낮을 때는 이 방법이 좋은데, 사회가 발전, 고도화되고, 인적자본이 넘치는 시점이 되면 경직된 공무원 조직이 발전에 도움이 되기 보다는 방해가 되게 된다. 엘리트 집단이 늘어나면서, 고시의 효율성은 급격히 낮아진다.

앞으로 사회는 공직과 사기업의 경계가 낮아지고, 공무원 충원 경로가 다양해져야 한다. 그렇게 될 것이다. 예전과 비교하면 그런 경향이 높아지기도 했다.

그 과정에 공무원 조직은 저항하는게 어쩌면 당연한 조직 생리다. 한국사회는 똑똑한 사람들이 공무원이 되었고, 다른 어떤 노동시장보다 공무원의 직업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그 경향이 더 심하다. 사회학의 거두 베버가 견고한 조직의 룰이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만, 한 단계 뛰어 넘어 혁신이 필요할 때 그 견고한 조직의 룰이 방해가 되는 현상을 일컬어 iron cage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한국의 관료조직이 지금 그 상태인 듯 하다.

명박정부 초기에, 그 동기가 무엇이 되었든, 관료조직을 뜯어고칠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그런데 그가 한 일은 관료조직을 전향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엉뚱한 자리에 자기 사람 심기였다.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자리는 외부수혈도 하고 대통령 임명권한을 높이고, 순수 연구 기능을 하는 연구소는 반대로 정치권의 입김과 관료의 임김을 줄여야 할 텐데, 명박 정부는 학술 문화 방송 등 독립성을 지향해야 할 곳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정치적 입김을 불어넣지 못해 안달이다. 연구소장과 문화단체장들 무지막지하게 쫓아내는거 보니 기도 안찬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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