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잡담

정치 2014. 3. 4. 02:10

3주 동안 가슴을 짓누르던 골치아픈 일 하나 처리. 지금까지 리뷰한 논문 중 가장 난이도가 높았다. 뭔 말인지 알아야 코멘트를 쓰지. 결국 독서백편의자현으로 해결.


그 기념으로 신당도 창당한다니 오랜 만에 정치인 뒷담화하는 잡담이나,


신당창당에 대한 보수의 반응은 약한 고리찾기다. 안철수 지지자 중 "새정치"라는 상징에 기대던 사람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는 근거 제공하기; 안철수의 등장으로 타격을 입을 친노세력 불만 키우기; 민주당 내 친노와 반노 갈등 키우기 등. 이이제이, 전형적인 이간계. 이 구도에 열심히 복무하는 분들도 여럿 눈에 띈다. 없는 내용을 말하는 것도 아니긴 하다.


어쨌든 야권 제세력이 오랜 삽질 끝에 얻은 교훈은 대통령제 하에서는 양당제적 경향을 띌 수 밖에 없고 분열은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 안철수를 비난하는 정의당도 연대는 한다고 하는걸 보라.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통합이었으면 정의당까지 포괄될텐데 지자체 선거라 빅텐트가 완성될지는 모르겠다. 그러기를 바랄 뿐.


안철수는 사실상 민주당에 들어왔으니 이제 준비된 정치인이 되어야. 안철수가 뜰 수 있었던 건, 박원순을 서울시장으로 만들었기 때문. 자신 뿐 아니라 남도 당선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아주 큰 능력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안철수가 제안했던 정치 개혁 중 하나도 동의하는게 없었다. 안철수가 지난 대선 때 후보가 되지 않은 것을 무척 다행으로 생각한다.


정치인이 되었으면 기업 출신의 한계도 극복해야 한다. 의사결정의 비민주성, 알맹이 없는 시혜적 복지 구호, 노동자에 대한 생각없이 대기업 반대 메시지만 던지는 것, 동지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 내용도 없는 새정치 등등을 넘어서야. 안그러면 겸손한 이명박이 되는 수가 있다.


친노는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야.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 후보 한 명에 따라 세력의 운명이 바뀐다. 이 때문에 의회제보다 개혁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50% 과반수의 룰이 더 잘 작동한다. 장점이자 단점. 문재인은 스토리가 없는 인물이다. 보스도 아니고. 권력의지가 강한 것도 아니고, 평소 지론이 있던 것도 아니고. 노무현의 죽음이 만들어낸 거대한 공간을 메꾸기 위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온 인물이다.


개인적으로는 안희정이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에게는 진취적 기상이 없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의 적장자를 자청하는 이미지는 큰 자산. 지사 선거에서 재선을 바라지만, 혹시 여의치 않더라도 국회의원에 당선될 수 있는 지역구 하나 정도는 재임 기간에 챙겨놨기를 바란다. 충분히 기회가 올 수 있다.


손학규는 모멘텀을 살리지 못하는 탁월한 재주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조직이 아니라 내용의 부족. 여러 번 칩거 끝에 나타났지만 신비감을 자극한 뒤에 내놓은 내용이 없다. 민주당 총재 시절에도, 한나라당 시절에도, 민생 투어 뒤에 새로운 정책 제안이 없었다. 탄광에서 찍은 사진만 남았을 뿐. 독일을 다녀온 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구호를 뒷받침하는 일말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도 아니고. 


김상곤은 주목할 만 하다. 민주당은 전략적으로 경기도지사의 위상을 키울 필요가 있다. 수도권에서 민주당의 기반은 계급적으로 경기도다. 인구수도 서울보다 많고. 향후 경제 성장 잠재력도 서울보다 경기도가 높다. 김상곤의 무상급식은 민주당 진보정책의 상징이다. 경제성장보다 분배의 이슈가 커질 앞으로의 선거에서 이 보다 더 좋은 이미지는 없을 것이다.


박지원은 훌륭한 마키아벨리적 정치인. 민주당에 이런 모사꾼이 2-3명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의 최대 장점은 모사꾼이라서가 아니라 그가 지켜야 할 바운더리를 절대 넘지 않으면서 모사를 꾸민다는데 있다. 이렇게까지 이성적이기 정말 어렵다. 



ps. 통합이 가져온 가장 큰 잠재적 손실은 반기문이 새누리당으로 갈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 반기문이 새누리당으로 가면 이재오의 꿈인 이원집정부제가 de jure는 아니라도 de facto로 가능해진다.

Posted by sovid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