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를 둘러싸고 우스꽝스러운 논쟁을 벌이는 건 한국만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학계가 이 모양이라서 씁쓸해 해야할지. 


대부분의 경제학자가 피케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IGM Forum에서 실시한 Poll 이 화제가 된 모양이다. 


질문인 즉, "1970년대 이후 미국에서 부의 불평등을 초래한 가장 강력한 원인은 세후 자본 투자 이득과 경제 성장률의 격차 (즉, r > g) 때문이다"에 동의하는가 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그 중에는 피케티와 같이 작업했던 새즈 교수도 포함되어 있다. 


이 질문을 보고 느낀 황당함이라니. IGM Forum의 담당자는 피케티의 책을 읽어보지 않고 질문을 만든 것에 틀림없다. 소득 불평등은 좀 알지만, 부의 불평등에 대해서는 제한된 지식만 가지고 있는 나도 이 질문에는 Strongly Disagree라고 확신을 가지고 얘기할 수 있다. 


피케티는 그의 책에서 미국의 불평등 증가는 Super-managers의 엄청난 임금 소득 때문이라고 분명하게 썼다. 앞으로 미국도 r > g의 법칙에 영향을 받겠지만, 지금까지의 불평등은 노동소득 때문이라고.즉, 피케티는 미국의 부의 불평등 증가가 r > g 때문이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  


아니나 다를까, 피케티 자신도 이 질문에서 기술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이메일에서 밝혔다. 피케티가 말하지도 않았고, 피케티 자신도 동의하지 않을 내용을 피케티의 주장이랍시고 물은 것. Carolina Hoxby의 대답도 가관이다. 


피케티의 주장과 미국의 임금과 부의 불평등의 관계에 대해서는 Robert Solow  (경제성장론의 대가, 그 Solow) 의 피케티 리뷰가 최고가 아닐까 싶다. Solow의 포인트 중 하나가 미국의 Super-managers가 받은 엄청난 임노동 소득이 과연 임노동 소득이냐는 거다. 혹시 이게 자본소득을 나눠먹은거 아니냐는 것. 

Posted by sovid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