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고 할 것 까지는 아니고, 미생을 보고 몇 가지 느낀 점, 내지는 정말 이런가하고 궁금하게 생각하는게 있다. 


대기업에 다닌 적은 없지만, 학계에 있는 다른 분들과 달리 몇 년 직장 경험도 있고, 대기업하고도 을의 입장에서 일해 봤는데, 나의 경험과는 분명히 다른 한 가지가 있다.


그게 판타지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전공의 중요성 강화다.


웹툰에서 볼 때는 캐치못했는데, 윤태호 작가의 인터뷰를 읽고 드라마를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양반이 회사원들 인터뷰해서 그 내용가지고 만화를 그렸다는건데, 그렇다면 요즘 젊은이들은 취업할 때 전공지식이 상당하다는 것 아닌가?


삼성에서 직무능력평가를 채용의 우선 순위로 삼겠다는 것도 비슷한 얘기다.


386들이 기업에 취직할 때 전공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사회학 전공자의 많은 수가 대기업에 취직했다.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맡았다. 미생에 나오는 것 처럼 인턴 내지는 수습 기간이 끝나고 풍부한 지식을 동원하여  프리젠테이션할 수 있었던 친구는 내 기억에 한 명도 없다. 중요한 건 출신학교 정도.


이게 정말 맞나? 그렇다면 왜 이렇게 변했을까?


두 가지 정도 의문이 있다.


교육계층화의 차원으로 Vertical Stratification과 Horizontal Stratification 이라는게 있다. 많은 인구가 대학에 진학함에 따라 대학 진학 여부(Vertical Stratification)가 아니라 대학 내에서 랭킹, 전공에 따른 차별화(Horizontal Stratification)가 노동시장 성과 결정에 더 중요해진다는 거다.


한국에서 고졸자의 다수가 대학에 진학해 대졸 학력의 희소성이 크게 감소하였고, 수능, 수시, 편입 등 대학입시제도의 댜양화로 대학의 서열화가 약화되었기 때문에, 한정된 정보를 가지고 인재를 평가하는 기업으로써는 대학순위가 아닌 뭔가 다른 평가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그 대안으로 전공과 전문지식이 떠오른 것 아닌가라는 것이다. 내가 미국 데이타로 분석해봐도 전공 간 소득 격차가 지난 30년간 확대되었다.


다른 하나는 기업의 OJT 기능의 약화다. 386과 그 이전 세대에게 대학의 기능이란 trainability의 지표였다. 일이야 기업에 들어간 후 배우는 것. 


기업의 내부노동시장 기능 약화와 대학으로의 훈련 기능의 이전은 학계에서 많이들 논의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미생을 보고 있자니 일을 대학 다닐 때 배워야 하는데, 한국 대학이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을 가르쳐주지 못하니까, 대학 동아리나 학원이 과거에 기업이 담당했던 OJT 기능의 적어도 일부를 담당하는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달리 말해 기업이 요구하는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skill을 가르치는 institution이 과거에는 기업 자신이었다가, 이제는 대학으로 넘어갈 것을 요구하는데 대학이 그 걸 기대만큼 못하니 그 대안으로 선후배 간의 인적네트워크와 동아리등 과외활동이 빈 공간을 메꾸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거다. 


순전히 만화와 드라마를 보고 생각한거니 걍 헛소리일 가능성이 크지만..., 최근 직장잡으신 분이나 대학 고학년이신 분들 좀 알려주시길 부탁합니다~ 굽신굽신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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