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고용보조지표를 새로 발표했는데, 많은 언론이 "사실상 실업률"이 10%가 넘는다고 지금까지의 실업률이 엉터리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예를 들면 연합뉴스. 이러지 좀 말았으면 좋겠다. 언론이나 여론이 알지도 못하면서 통계를 센세이셔날하게 만드는 건 실제 현실을 반영하는데도, 더 나은 정책을 만드는데도 아무런 도움이 못된다.


아래는 새로운 고용보조지표에 대한 연합뉴스의 설명이다.


고용보조지표는 세가지로 분류된다.

고용보조지표1은 경제활동인구 대비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와 실업자의 비율이다.


고용보조지표2는 경제활동인구와 잠재경제활동인구를 합친 수치 대비 실업자와 잠재경제활동인구를 더한 수치의 비율이다.

고용보조지표3은 경제활동인구와 잠재경제활동인구를 합친 수치 대비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와 실업자, 잠재경제활동인구를 더한 수치의 비율이다.

10월 고용보조지표 1,2,3은 각각 4.4%, 9.0%, 10.1%로 집계됐다.

모두 10월 공식 실업률 3.2%보다는 훨씬 높다.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은 점은 세상에 "사실상 실업률", "실질 실업률", "더 믿을 만한 실업률", "현실을 더 잘 반영하는 지표" 같은 건 없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노동시장의 상황을 측정하는데 현재까지 사용된 실업률도 그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한국 통계청에서 발표한 실업률은 국제 기준에 따른 실업률이다. 국가 간 비교를 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어떤 실업률 지표를 사용하든 노동시장의 상황 변화를 잘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래는 미국에서 발표하는 여러가지 노동통계의 시계열 자료다. 6가지 종류의 "실업률"을 발표하는데 보다시피 6가지 지표가 모두 노동시장의 변화를 똑 같이 보여준다. 싱크율 거의 100%.



위 그림에서 U-3가 한국의 공식실업률과 같은 개념이고 U-4 그리고 U-6가 통게청에서 새로 발표한 보조지표  2, 3과 비슷하다. 보다시피 보조지표 그 중 U-6는 미국의 공식실업률보다 두 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연방은행에서 이자율 변동라는 큼지막한 정책변화를 고려할 수 있는 실업률 목표는 U-6가 아닌 한국에서 쓰는 공식실업률과 같은 U-3를 쓴다.


그럼 보조지표는 필요가 없나? 그렇지 않다. 


공식실업률과 여러가지 노동보조지표의 격차는 국가별 노동시장의 구조에 따라 다르다. 각 보조지표와 공식실업률의 차이는 노동시장에 어떤 구조적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하는데 용이하다. 


한국의 보조지표 중 1은 파트타임 노동자의 영향, 2는 구직을 중단한 실망실업자의 효과, 3은 두 효과를 합친 전체 효과이다. 공식실업률과 보조지표 1의 차이는 크지 않은데, 2/3과의 차이는 크다. 이는 한국의 고용문제 중 파트타임의 문제는 작고, 실망실업자의 문제가 크다는 것을 알려준다. 


반면 미국은 실망실업자의 효과는 작고, 파트타임 노동자의 효과가 크다. 


실망실업자란 자기가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구직활동 자체를 단념한 노동자다. 한국의 높으신 양반들이 "요즘 애들이 눈만 높아가지고"랍시고 불만을 터뜨리는 이유가 이거다. 일할려고 하면 원하는 고소득의 괜찮은 직장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풀타임 직장을 구할 수 있는게 현재의 노동시장 상황인데, 젊은이들이 이런건 안한다는 거다. 최근 한국의 신규 노동자 유입은 주로 장년층이지 청년층이 아니다.


위 지표가 의미하는 바는 이유가 뭐가 되었든 한국에서 노동시장 상황 개선은 파트타임 일자리 아무리 만들어도 소용없고 괜찮은 풀타임 일자리를 만들어야 된다는 얘기다. 진짜 실업률은 공식 실업률과 달라요가 아니라.





그럼 한국만 유독 그런간가? 아래 그림은 각국의 공식실업률과 실망실업, 파트타임의 효과를 합친 보조지표의 격차를 보여준다. 노르웨이, 호주, 네델란드 등이 한국처럼 공식실업률과 보조지표의 차이가 3배 이상 난다. 반면 슬로바키아나 스페인은 그 차이가 적다. 이 차이는 각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차이일 뿐이다. 한국만 유난히 "실질"실업률과 공식실업률에 차이가 나서 통계청이 속이는게 아니다.


아래 그림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노르웨이, 네델란드, 체코를 빼고 모든 국가의 U-6, 그러니까 한국으로 치면 고용보조지표3의 지표가 10%를 훌쩍 넘어간다. 한국의 10.1%보다 상당히 높다. 즉, 공식실업률을 쓰든, 새로 개발된 지표를 쓰든 한국은 노동시장 상황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이다. 단, 공식실업률 지표처럼 엄청 희망적이지는 않다.


위 그래프 소스는 요기.





마지막으로 한국의 문제점을 시계열적으로 비교하고 싶으면 실업률보다 생산가능인구대비 취업자의 비율(=고용율)을 보면 된다. 통계청이 매번 보고하고 있고, 박근혜 정부에서 70%를 정권의 목표 수치로 제시한 적도 있다.

Posted by sovid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