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기고글.


몇 주 전에 쓴 글인데 하도 정국이 여러 번 변해서 몇 년 전에 쓴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래도... 


무상급식을 폐지한 홍준표 지사의 견해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복지 논란을 주어진 예산의 효율적 분배 문제로 보는 ‘복지분배론’이라 할 수 있다. 복지에 사용되는 총액을 현재의 예산으로 제한하고, 어떤 계층이 가장 시급하게 복지를 요구하는지 우선순위를 찾는 게 논의의 중심이자 중요 정책 결정 사항이 된다. ...


이에 반대되는 주장에는 ‘복지성장론’이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주장한 ‘중(中)부담 중(中)복지’가 대표적이다. 복지의 파이를 어떻게 나눌까가 아니라 복지의 파이를 어떻게 키울까 고민한다. 국민적 합의를 통해 세금을 올리고 복지의 파이를 키워 복지 대상과 혜택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 국가마다 복지 확대 역사는 다르지만, 한국의 복지 논의는 사실상 무상급식에서부터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무상급식을 폐지하면 복지 논의의 동력이 상실될 공산이 크다.


... 한국의 복지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에서 두 번째, 멕시코 다음이다. 2014년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복지에 쓰고 있지만, OECD 평균은 22%다. 자유방임 경제에 가장 가깝다는 미국도 우리의 2배에 가까운 19%를 복지에 쓴다. 북유럽 복지국가는 우리의 3배를 쓴다.


... 한국의 복지 수준이 낮은 것은 경제가 덜 발전해서가 아니다. 현재 한국의 1인당 GDP는 서유럽 국가의 2000년대 초반과 비슷하다. OECD의 다른 회원국들이 우리의 경제 수준에 도달했을 때는 예외 없이 지금의 한국보다 2배 이상 복지를 제공했다. ... 한국의 복지는 북유럽보다 40년, 다른 경제 선진국보다 30년 뒤져 있다.


... 소득 대비 복지가 그 나라의 공동체 의식을 나타낸다면 한국은 인류 역사에서 유일한 수전노 나라라는 결론이 나온다. ... 한국인의 정체성 중 하나가 정(情)이다. 정 많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복지분배론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한 복지성장론이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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