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잇달아 미대법원에서 진보적인 판결을 내렸다. 드디어 미국에서도 의료보험을 대부분의 시민들이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동성결혼이 모든 주에서 합법화되었다. 둘 다 굉장히 의미가 큰 판결이다. 


동성결혼이 한국에서 합법화되는 일이 조만간 생기지는 않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판결은 한국 사회에 큰 화두를 던진다. 이 판결은 동성애자의 인권과 관련해서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과 결혼이라는 오래된 사회적 제도의 큰 변화와 관련해서도 의미가 있다. 


미국에서 생물학적 부모와 그 자녀로 구성되는 전통적 의미의 가족은 상당히 해체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사회전반적인 결혼과 가족 제도의 변화없이 동성결혼 합법화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미국의 평균 첫 결혼 연령은 평균 첫 자녀를 가지는 연령보다 높다. 결혼은 더 이상 출산의 전제 조건이 아니다. 아이를 가졌다고 결혼하지는 않는다. 예상치 않은 애가 생기면 육아 책임을 나눌 뿐이다. 반대로 결혼한다고 아이를 갖는 것도 아니다. 고학력 백인/아시안을 제외하고 결혼과 출산이 분리되었다. 


이성 부부가 결혼해서 자녀를 낳고 생물학적 가족이 핵가족을 이루어 사는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은 미국에서 소수다. 18세 이하 인구 중 생물학적 부모 모두와 같이 사는 비율은 46%에 불과하다. 과반수가 홀부모거나 재혼한 부모와 산다. 1960년대에는 73%의 인구가 생물학적 부모 밑에서 컸다. 


이러한 변화가 매우 짧은 시기에 일어났다. 처음에는 이혼이 사회적으로 용납되고, 다음에는 혼전 섹스가 인정되고, 혼전 출산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되었다. 재혼으로 새롭게 이룬 가족도 자연스럽다. 이제 결혼이 이성간의 결합도 아니다. 결혼과 가족이라는 매우 친밀한 관계, 인간의 본성에 맞닿아 있는 듯한 사회적 제도가 크게, 그것도 아주 빠른 시간에 변화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국가를 비롯한 제도(institution)가 어떻게 발생하고 유지되는지 의문인데, 그 중에서도 가족 제도의 변화가 가장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은 가족제도의 변화가 더디면서 대신 1인가구가 증가하는데, 앞으로 어떤 식으로 변할지 잘 모르겠다. 현재는 25% 정도의 가구가 1인가구다. 전통적인 가족은 해체되는데 다른 형태의 가족이 스티그마 없이 가족으로 인정이 될지 1인 가구가 더 늘어날지... 참고로 스웨덴 노르웨이 등은 1인 가구가 40%를 넘어간다. 


앞으로 가족인구학이 한국사회 연구에 기여할 부분이 많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sovid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