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산다는 특권


지방 출신으로 서울에 와서 느낀 문화충격에 대해 쓴 ㅠㅠㅅㅅ 운영자 리승환의 글이다. 경제적 격차 이외에 문화 자본의 격차로 세대 이동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지방이 식민지라는 강준만 교수의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다. 현재 한국에서 서울(및 수도권)과 지방의 관계는 식민지와 제국의 관계가 아니라 2차 대전 이후 해방된 아프리카와 선진국의 관계 같다. 


식민지는 착취-피착취 관계가 성립한다. 하지만 독립 후 내전 등 정치 불안이 지속된 아프리카는 세계 자본주의 생산 체제에서 소외되어 있었고 착취할 것도 없었다. 착취 당하면 저항이라도 하지, 완전히 배제되면 저항할 것도 없다. 아프리카의 인재는 선진국으로 탈출하지 못해 안달이다. 


지방과 서울의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은 많지만 한국 계급의 재생산 구조에서 수도권-지방의 구별이 차지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는 사회과학에서 거의 연구가 안되어 있다. 


기껏해야 지역감정 문제로 지역 문제가 반짝 연구된 정도다. 지역 차별에 꽤 관심이 있어 상당 부분 읽어봤는데 별 내용이 없다. 


강준만의 인재유출론도 깊이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지방이 가지는 구조적 불이익에 대한 이론화가 안되어 있는 피상적 기술일 뿐이다. 


리승환의 주장은 지방은 계급 재생산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거다. 메가스터디의 예는 지방은 서울과 달리 집단적인 문화 자본의 결여되어 있다는 얘기고, 공연의 예는 지방은 기회의 구조적 다양성이 없다는 얘기다. 그 결과로 지방 거주자는 학력을 매개로 한 중산계급 재생산에서 구조적 불평등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럴 개연성이 높은 주장이라 생각한다. 사회과학 연구로 검증해 볼 수도 있는 주장이다. 


지방 인재를 서울로 보내는 것도 문제지만, 지방에 있으면 인재가 성장할 기회조차 차단되는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서울대에 강남 출신이 얼마나 들어오냐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슷한 교육 수준과 직업을 가진 부모를 가진 학생 중, 지방 출신과 서울 출신 간에 대학 진학률과 진학하는 대학의 수준에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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