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기고문


... 임금피크제를 통해 청년층의 고용이 늘었다는 연구 결과는 이제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고용 변화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장년층 고용이 늘어날 때 청년층 고용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이 관찰된다. ...


추측건대 박근혜 정부에서 임금피크제를 정책 과제로 추진하는 이유는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을 도와주기 위해서일 개연성이 높다. ... 


필자는 임금피크제에 반대하지 않는다. 고령화 시대에 임금피크제는 장점이 많은 정책이다.  ... 일정 연령이 지나면 노동생산성이 감소한다. ... 노동생산성은 감소하는데 임금이 높아지면, 고용주는 장·노년층 노동자를 해고할 강력한 유인이 생긴다. 임금피크제는 이러한 유인을 없애고 장·노년층의 지속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고안된 정책이다. 장·노년층에게 고통을 분담하라고 윽박지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노년층이 당할지 모르는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 고안된 정책이다. ...


직업 구성 면에서 한국 사회는 미국의 1970년대와 다를 바 없다. 청년층이 고통 받는 이유는 전체 일자리 수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미래가 보장되는 괜찮은 일자리 수가 모자라서다. 고강도 개혁으로 경제를 고도화하고 괜찮은 일자리를 늘리는 게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노동개혁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장년층 임금을 삭감해서 그러한 개혁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 낮은 임금에도 일하고자 하는 광범위한 장·노년층 노동력의 존재는 기업에게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구조개혁에 나서기보다 적은 임금에 의존해 이윤을 창출하려는 동기를 제공한다.


임금피크제가 장·노년층의 임금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 돼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은퇴 연령에 가까운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해줌으로써 이들이 질 낮은 일자리로 떨어지는 걸 막고 소득을 보전케 하는 정책이 돼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임금피크제는 회수를 건넌 귤이 된 듯하다.


Posted by sovid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