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갈등이 일단 봉합 국면에 들어가는데, 예상했던 결과.  




사람마다 사회를 이해하는 저마다의 틀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제도와 구조를 중시. 그 중 "제도 > 구조"라는게 세상을 이해하는 나의 기본 입장. 


한국은 대통령제를 택하는 사회고, 양당제가 기본임. 비례대표제등 다당제의 요소가 있지만, 이건 지배적인 제도가 아닌 대통령제와 양당제를 보완하는 수준. 개헌논의라는게 이 틀을 바꿔보자는거지만, 씨알이나 먹힘? 미세 조정은 있겠지만 앞으로 이 틀이 계속 유지된다고 보는게 맞음. 이 제도 하에서 정권을 잡을려면 두 개 거대 정당 중 하나가 되어야 함. 


지금까지 일어났던 여야 정당의 이합집산과 앞으로 일어날 일들도 이 틀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 야당 대통합론자였고, 앞으로도 대통합론이 맞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제도적 요건 때문임. 


이렇게 얘기하면 몇 가지 반박이 있을 것임. 


우선 여러 중소정당. 양당제의 제조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자꾸 중소정당들이 출몰하는 이유는 대통령/양당제에 섞여 있는 다당제적 요소로 중소 정당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기 때문이지만, 이들은 끝까지 니치 마켓에 머물 것. 


중소정당의 유일한 희망은 기대치 못했던 이벤트나 인물의 출현으로 인해 양당제의 한 축이 바뀌어 자신이 거대 양당의 하나가 되는 것. 하지만 이건 정치적 기획이 아니라 순전히 우연적 요소로 봐야. 에이스모글러의 Critical Juncture Theory와 같은 것. 


두번째 반박은 대선 때 제3정당이 꾸준히 출현한 것. 이건 두 가지 틀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봄. 하나는 대통령제가 항상 개인 인물이 중요하기 때문. 다른 하나는 한국 정당의 계층 대표성의 한계 때문에 제도와 구조가 갈등하기 때문. "제도와 구조의 갈등을 파고드는 인물의 출현"이 대선에서의 제3의 후보를 가능케했다고 생각. 


그럼 여기서 구조라는게 뭔지. 




지역갈등, 야당 지지자 중 호남과 수도권은 분화 등은 제도가 아니라 구조임. 세대별 갈등 등 인구학적 분석도 구조에 대한 분석임. 한국에서 노조가 야당 정치에 차지하는 위치도 구조에 대한 분석 (노조가 왜 그 정도 위치에 있을 수 밖에 없는가는 제도에 대한 분석이겠으나...). 


현재 야당 갈등의 근본 원인은 제도를 고려했을 때 최선의 선택(야당의 단일 대표성)과 구조를 고려했을 때 최선의 선택(호남이 그 주자가 되는 것)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 


노조가 약하고, 국회의원을 지역대표로 뽑는 현 제도에서, 야당의 안정적 지지기반의 첫번째는 누가 뭐라고 해도 호남임. 여기에 수도권 리버럴이 더해진 것. (여당의 경우 그들의 지지기반은 영남보수임. 이게 구조임. 이 구조를 여당이 나서서 무너뜨릴거라고 생각하면 착각.) 


야당의 갈등을 해결하면서 단일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구조의 갈등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야당을 운영해야 함. 당의 절차와 규율에 의해 이게 해결되면 좋겠지만, 현재의 야당은 그렇게 잘 정비된 당이 아님. 카리스마든 소통이든 개인의 역량에 기대는 수 밖에 없음. 새누리당의 이념적 대척점에 있는 진보 대표로써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야당의 호남 대표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그래서 결론이 뭐냐구? 


- 야당대표성과 호남대표성을 동시에 담지하는 인물이 출현하지 않는 이상 새민련이 지금 보이는 갈등은 반복될 것임.  야당 내의 룰을 정비해서 해결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야당이 야당으로 머무는 한 안될 것. 집권을 오래하면 그 때서야 룰이 정비될 것.  


- 호남 대표성을 퇴행적 지역주의로만 몰아서는 답이 안나옴. 주어진 구조의 한계 하에서 행위자의 자율성이 가능한 것.  


-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 신당은 성공 가능성 없음. 지역 내 경쟁 구도가 있어야 한다는 건 뻘소리. 세상에 어떤 정당이 집권이 목표가 아니라 지역발전이 목표임? 

Posted by sovid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