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동아 칼럼


... '경향 신문’은 9월 25일자 보도에서 소득별 삶의 질을 짚으며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은 가족 중심의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예로 든 국가가 미국과 덴마크다. ... 


하지만 통계 수치로만 보면 미국과 덴마크의 가족은 한국보다 더 심하게 훼손돼 있다. 먼저 두 나라 모두 이혼율이 한국보다 높다. 대통령과 정치인이 매일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는 미국의 이혼율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덴마크에서는 모든 결혼의 절반이 이혼으로 끝난다. 이들 국가는 혼인율도 한국보다 높지 않다. ... 


미국에서는 절반 가까운 신생아가 혼인과 관계없이 태어난다. 덴마크에서는 60%의 신생아가 혼외 출산이다. ... 우리 상식과 달리 미국에서는 출산과 혼인이 분리돼 있다. 결혼보다 출산을 먼저 한다. 남녀 모두 출산과 혼인을 분리된 생애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 


통계 수치만 놓고 보면 미국과 덴마크의 상황이 더 나쁜데도, 도대체 왜 한국의 가족제도는 위기를 맞고 있고 이들 국가에서는 가족이 삶과 생활의 중심축이라고 인식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미국과 덴마크에서는 변화된 가족 구조를 정상적인 가족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 각 가족 구성원이 그에 걸맞은 구실을 수행한다. ... 


미국의 많은 중산층은 이혼 후에도 각자 아버지와 어머니로서 제구실을 충실히 이행한다. 이혼 후 새로운 가정을 이루더라도 이전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와 정기적으로 만나고 교류한다. 이혼 후 자녀를 거의 만나지 않았던 고승덕 전 서울시장 후보 같은 사례는 제도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 이혼 후 상대방의 동의 없이 자녀를 데리고 이민 가는 것도 법적으로 허락되지 않는다. 이혼으로 자녀가 부모 가운데 한쪽과 관계가 단절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고, 새로 형성된 가정에서 파트너는 이를 지원한다. 이혼은 부부 관계의 파탄일 뿐 부모-자식 관계는 유지된다. 재혼한 부모와 그 자녀, 그리고 이전 혼인 관계에서 생긴 자녀가 한 가정을 이루는 경우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또한 미국과 덴마크에서는 동성결혼이 합법이다. ... 동거 기간 없이 결혼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로 동거는 가족의 중요 형태가 됐다. 이들 국가에서 가족이 삶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가족 구조와 형태의 다양성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



얼마 전에 허핑턴 포스트에서 양아버지를 위해 딸의 결혼식을 멈춘 아버지라고 감동 스토리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결혼식을 멈췄다가 아니다. 우리가 포인트를 맞춰야 할 것은 양아버지와 친아버지 모두 딸의 양육과 교육에 지속적으로 관여했다는 점이다. 친부가 양부에게 한 말이 "당신도 정말 열심히 해왔다고요"다. 

한국에서 이혼은 증가하는데, 이혼 후 어떤 가족관계를 유지할지 모른다. 이혼 후 한 쪽 부모와 부모-자식 간의 연을 끊는 일이 너무 많다. 

지면 제한으로 칼럼에서는 쓰지 못했는데 나는 그 원인이 가족 유지의 주책임을 여성에게 지우는 구조와 관련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주의와 가족 중심을 양립시키는 새로운 규범, 가족 유지의 책임을 남녀가 같이 지는 평등주의적 가족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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