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파견법에 대한 문제점은 이한 변호사의 1월26일 트윗에서 퍼온 것입니다. 강조는 제가 한 겁니다. 


법은 완전 문외한이라 아래 글이 정확하게 맞는지는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개하는 이유는 아래 글과 같은 입장이 제가 생각하는 제도주의적 원리와 맞기 때문입니다. 즉,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국회는 노동자 개인과 그들의 조직에게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거죠. 차별에 직접 현장에서 싸우는게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제도라는 무기를 쥐어줘야 한다는 겁니다.  


아래 글에 약간의 해설을 하자면, 한국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산업별 적용 원칙은 성립되어 있지 않지만, "동일기업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제도적으로 성립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선은 이 원칙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파견법은 "동일기업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피할 수 있도록 파견 노동자가 "동일기업"이 아닐 수 있는 조건을 확대하기 때문에 악법이라는 거죠. 


이한 변호사가 비판하는 정규직 임금 덜어서 비정규직에게 줘야 한다는 주장은 장하성 교수의 책(왜 분노해야 하는가)에도 나오는 주장입니다. 사실 이 책에서 장 교수의 주장을 읽고 황당했습니다. 불행하게도 <정규직 양보 = 비정규직 해결>이 현재의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를 바라보는 지배적인 프레임입니다.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축소는 정규직의 양보에 의해 가능해 지는게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다른 소속의 기업이 되는걸 불법으로 만들어서 이들이 같은 입장에서 싸울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줘야 가능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정규직의 임금이 비정규직보다 더디게 오르겠지만 정규직 임금 줄여서 비정규직 임금 높이는 메카니즘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대기업 노조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에 나서는가 아닌가는 파견법과 같은 사안에 어떻게 싸우는가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개별 기업에서 정규직 노동자가 양보를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는 쉽지만 그건 해결책이 아닙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을 행정부와 여당처럼 개정하는 것은 완전한 모순입니다. 여당 법률개정안이, 불법파견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을 완전 별개 사업장 소속으로 보게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기 때문.


같은 회사 소속으로 같은 일을 하면서 근로조건 차별이 있으면 그것은 현재 법 위반이 됩니다. 법 위반이 안 되게 하는 방법은, 같은 작업장에서 일하는데도 다른 소속이 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걸 지금보다 훨씬 널리 허용하는게 개정안의 핵심입니다


같은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갑은 A회사 소속이고 을은 B회사 소속이며, 갑이 500만원을 받고 을은 150만원을 받아도 차별이 아니게 됩니다. 


현재의 법률은, B회사가 A회사에 인력만 대어주고 독자적인 경영실체, 설비나 기술이 없으면 불법파견업체로 봅니다. 그러면 을이 B회사 소속으로 일한지 2년이 지나면 A회사는 직접 고용의무를 집니다. 


을이 A회사 소속이 되면, 이제 갑과의 차별을 법적으로 문제삼을 수도 있고, 갑 등이 소속한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단체협약의 적용을 동등하게 받습니다. 그러니까 불법파견을 잘 포착하고 그것을 독자적인 사업으로 인정하지 않아야 차별이 줄어듭니다. 


을과 같은 사람들이 A회사 소속으로 더 많이 인정되면, A회사는 시간외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를 시키는 일에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가산임금을 더 많이 줘야 하니까요. 그래서 A회사는 소속 노동자들에게 일을 덜 시키고 법정수당을 덜 줍니다. 


그러면 다시 A회사와 B회사 사이의 근로조건 격차는 줄어들게 됩니다. 즉, 차별 문제를 제기할 수 있거나 동등한 근로조건을 인정받을 수 있는 법적 기반을 확대하여야 정규/비정규직 격차가 줄어듭니다.


반면 파견업종을 확대해서 합법파견 범위를 넓히거나, 사내하도급이 마치 독자적인 사업인 것처럼 인정하는 범위를 넓히면, 중간에 삥 뜯는 사람들만 좋고, 정규-비정규 격차는 계속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이들이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정규직 임금을 그냥 덜어서 비정규직에 떼어줘야 한다는 식으로 대충 이야기하는 데 그야말로 아무 생각이 없는 소리입니다. T회사 임금을 뗴어서 S회사 노동자에게 직접 주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런 식으로 주장하는 사람들 본인들은 그렇다면, 자신과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에서 일하면서 더 적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에게 임금을 떼어주는 일을 왜 당장 직접 실행하지 않을까요. 근로조건 차별 메커니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다른 회사 소속으로 억지로 분류되어서, 중간착취자들에게 삥뜯기는 것을 멈춰야 차별이 해소될 기반이 조금이라도 생기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파견법개정안은 중간착취확대법, 차별확대법이라 부르면 정확합니다. 


개정안은 원청이 작업 배치 결정과 업무상 지휘ㆍ명령을 직접하는 경우, '근로시간ㆍ휴가 등의 관리 및 징계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만 불법파견으로 봅니다. 그런데 이건 불법파견업체 관리자 거쳐서 얼마든지 안한다고 꾸밀 수 있는 겁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100% 꾸밀 수 있는 외관인 것입니다. 계약서 형식 좀 다듬고, 지휘명령이나 배치결정, 징계 결정을 불법파견업체에게 은밀하게 전달하고, 불법파견업체가 다 공식적으로 문서로 하면 언제나 합법도급(전적으로 다른 사업)이 되는겁니다. 파견업종 확대도 마찬가지 효과를 갖습니다. 직접 고용된 노동자 A와 중간에 파견업체에게 삥을 뜯기는 노동자 B, C, D가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일을 해도 천차만별의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간접고용과 관련된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를 줄이려면 (1) 파견업종을 축소하고, 파견은 독자적인 전문설비와 기술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하고 (2) 인력만 대는 사내하도급은 모두 불법파견으로 봐야 합니다. 개정안은 이 방향과 정반대입니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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