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효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엘리트들의 권력투쟁의 측면에서, 다른 하나는 다수 대중에게 영향을 끼치는 인종주의적 효과의 측면에서.


전자의 측면에서 영남패권이 한국사회를 지배했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한국 보수는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권력을 형성하고 있다. 


권력핵심에서 출신고교를 따지거나, 기업의 최고위 임원진에서 출신지역을 따지는 것등이 전자의 측면에서 영남패권을 증명하는 지표들이 될 수 있다. 


평준화 이전 세대에서 인맥의 중심은 출신 고교다 (한국 엘리트의 유난한 동문중심 네트워크에 대해서는 "압축성장의 고고학"에 실린 임채윤 교수의 글 참조). 영남 출신이 정권을 잡으면 같은 고향 출신자를 기용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관치경제가 지배했던 한국에서 기업임원이 권력핵심과 연결되어 있는 것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아마 고교평준화 시대인 486이 권력의 핵심이 되면, 출신고교가 아니라 출신대학 인맥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보수-영남 동맹이 공고한 현재의 상태에서 엘리트 상층의 영남패권주의를 바꾸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정권 교체. 새누리당 보수 정권을 교체하면 영남패권은 (집권 정당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약화될 것으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서 반영패주의, 지역주의를 화두로 세워야하는가는 다른 차원의 질문이다. 권력교체(원인)의 효과가 영남패권의 축소(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데는 다수가 동의하겠지만, 지금의 질문은, 반영남패권 결집(원인)으로 권력교체(결과)를 할 수 있는가다. 반영패주의로 권력을 교체해 영패주의를 척결한다는 논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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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반영패주의 집결(1차 원인) --> 권력교체 (1차 결과) 

(b) 권력교체 (2차 원인)--> 엘리트층의 영패주의 척결 (2차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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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성립해야 한다. (b)는 야권 지지자 대다수가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a)이다. 


(a)가 성립하는가를 보기 위해서는 앞서 얘기한 지역효과의 두 번째 측면, 즉, 지역주의에 기반해 다수 대중의 경제적 성취를 제약하는 인종주의적 요소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네트워크 분석이 아니라 인구학적 분석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선거를 앞두고 영패 척결, 지역주의를 시대의 화두라고 들고나온다는 것은 지역차별과 영남패권주의가 다수 대중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는 가정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건 "시대정신"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게 아니다. 


내가 계속 지적하는 바는 반영패주의로 단결할 수 있는 물적 기반이 없다는 것이다. 강남거주자의 원적지도 영호남에 차이가 없고, 소득을 결정하는 직업시장에서도 차이가 없다. 영남출신이 타지역출신보다 유의하게 더 나은 물질적 삶을 누린다는 증거가 없다. 즉, 반영패주의를 모토로 여러 지역이 단결할 수 있는 유물론적 기반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니 지역주의는 물적 이해에 기반한 연대의 축이 되기 보다는, 허위의식에 기반한 분열의 촉매가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위 영패주의 척결 논리에서 (a)를 할 수 없으니, 당연히 (b)도 불가능하다. 즉, 엘리트층의 영패주의 척결이라는 목표도 난망이다. 


반면 경제민주화, 불평등 축소, 동반성장, 공정경제 등의 니즈는 강하다. 더민주의 김종인, 국민의당의 장하성 모두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불평등 축소가 시대의 과제라는 데에는 동의하는 것 아닌가? 


이러한 진짜 시대정신을 옆으로 제쳐두고, 야권의 분열만 촉진하는 지역주의를 시대정신이라고 강변하는 이유는, 지역효과가 다수 대중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거나, 권력교체가 아닌 다른 목표가 있기 때문이겠지.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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