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기고글.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건네는 충고다. 앞으로 여성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인식을 가진 남성의 삶은 점점 고단해질 것이다. ... 세상이 변하고 있다.


20세기 남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았던 이유 가운데 하나도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진국 대부분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교육 수준이 20세기 후반부터 역전됐다.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성별 교육 격차에 대한 이슈는 ‘왜 남성이 여성보다 교육 수준이 낮은가’가 된 지 오래다. ...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현상이 관찰된다는 건 여성의 부상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젊은 남성의 군 입대 같은 한국의 특수한 사정 때문만은 더더욱 아니다. 여성의 높은 교육 수준은 21세기를 특징짓는 현상이다. 


여성차별과 여성혐오는 21세기의 이러한 특징과 모순된다.  20세기 초 경제발전의 과제는 학력이 낮은 저숙련 노동력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그때는 노동자 대부분이 저학력이었다. 이들의 생산성을 높이면 전체 사회의 생산성이 높아졌다. ... 하지만 20세기 후반 대학교육이 확장되면서 기술발전이 고학력 노동력의 생산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고학력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회에서 기업조직과 기술발전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측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


... 필자가 미국 센서스 자료를 이용해 분석해보니, 1990년만 해도 결혼한 35~44세 미국인 가운데 남편의 학력이 아내보다 높은 커플의 비율은 반대인 커플보다 10%p 높았다. 하지만 2010년에 이르러 같은 연령대 미국인을 보면, 아내의 학력이 남편보다 높은 커플의 비율이 반대인 커플보다 10%p 높다. 지난 40년간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소득이 남성보다 더 빨리 증가했으므로, 자신보다 학력이 높은 여성과 결혼한 남성의 가구소득은 그렇지 않은 남성의 가구소득보다 높아졌다.


여성의 학력 신장과 함께 결혼제도의 변화도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 앞으로 배우자의 학력이 더 높은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남성은 결혼을 못 하고 평생 독신으로 살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전체적으로 아내의 학력이 더 높은 커플이 늘어날 테니 여성차별적 인식을 가진 남성은 주변에서 소외되기 쉽다. 설령 결혼해도 차별적 여성관을 가진 남성의 가구소득은 그렇지 않은 남성의 가구소득보다 줄어들 것이다. 반면 평등한 인식을 가진 남성은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학력이 높은 여성과 결혼해 더 높은 가구소득을 누리게 된다. 성평등 인식과 경제적 웰빙의 상관관계가 높아질 개연성이 한층 커진다.


여성차별과 여성혐오는 기술, 경제구조, 결혼제도라는 21세기 구조적 변화와 충돌한다. 한국 사회 여성차별이 가진 커다란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와 행태를 바꾸는 것이야말로, 이 구조적 변화의 약한 고리에 위치한 남성들이 여성혐오라는 자기파괴적 인식을 갖지 않도록 돕는 길이다."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