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tty & Grusky & Others의 논문


개천용을 측정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상대적 사회이동이고 다른 하는 절대적 사회이동. 


상대적 사회이동은 아버지 세대 내에서 아버지의 상대적 위치 대비, 아들 세대 내에서 아들의 상대적 위치를 비교하는 것. 아버지가 하위 20%였는데, 아들이 중간으로 올라서면 상향이동을 한 것. 


아래 주간동아 기고문에서도 얘기했듯이 이 상대적 사회이동 비율은 역사적으로 거의 변화가 없음. 체티와 그의 동료들의 개념에 따르면 Copula Stability (=부자간 소득 지위의 공분산의 안정성)라 부름. 


즉,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절이나 그런게 안난다고 한탄하는 요즘이나 상대적 지위의 측면에서 사회이동률에 변화가 없음. 


상대적 사회이동은 제로섬 게임임. 누군가 상향이동을 하면 누군가는 반드시 하향이동을 해야함. 개천용이 있으면 하늘에서 추락한 용이 있어야만 함. 





상대적 사회이동과 다른 개념이 절대적 사회이동. 


절대적 사회이동은 동 세대 내 상대적 지위에 상관없이 아버지 대비 자식의 소득이 증가하면 상향 사회이동을 했다고 보는 것.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면 많은 경우 자식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잘 살게 됨. 


그런데 체티, 그러스키 등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1940년 이후 절대적 사회이동률이 급격히 낮아졌음. 1940년에 태어난 코호트는 92%가 자신들의 부모보다 잘 살았는데, 1970년대에 태어난 코호트는 60% 정도만 부모보다 경제적으로 더 잘살고, 1980년대에 태어난 세대는 단지 50% 조금넘는 비율만이 부모보다 경제적으로 나아진 삶을 살고 있음.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는 보통 약 30년 정도 격차가 나는데, 30년 간의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자식 세대의 경제적 처지가 나아진 비율이 50%에 불과하다는 것. 


아래 그래프가 부모보다 잘사는 자식 세대의 비율임. 



그러면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그 이유는 경제발전이 지체되어서가 아니라 불평등이 커져서임. 즉, 생산의 문제가 아니라 분배의 문제. 


20세기 중반에 비해 20세기 후반에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고 불평등은 커졌음.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절대적 상향 사회이동은 당연히 줄어듦. 위 그래프의 패턴이 단순히 경제성장률 저하의 결과인지 아니면 불평등이 증가해서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음. 


아래 그래프에서 X축은 부모 세대의 소득 랭킹이고, Y축은 자식이 부모보다 높은 소득을 올리는 비율임. 맨 아래 빨간선은 1980년 출생 코호트고, 가장 위의 파란선은 1940년 출생 코호트. 


중간 두 개 선 중에 주황색 점선은 1980년대생 코호트가 1940년대생 코호트가 경험했던 높은 경제성장률로 돌아갔을 때 절대적 사회이동의 기대값이고, 연두색 점선은 1980년대생 코호트의 경제성장률은 그대로 두고, 분배가 1940년대생 코호트처럼 되었을 때 기대되는 절대적 사회이동 비율임. 


보다시피 80년대생 코호트의 실제 절대적 상향 사회이동 비율은 50%인데, 20세기 중반처럼 급격한 경제성장이 되도 현재의 불평등 상황에서는 절대적 사회이동이 62%정도로 밖에 개선되지 않음. 반면 경제성장률은 그대로일지라도 분배가 개선되면 절대적 사회이동은 80%로 높아짐. 


즉, 미국에서 개천용이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분배의 악화 때문.    





ps. 현실에 대한 실체적 이해를 높이는 매우 훌륭한 논문.


pps. 이 논문에서 1970년생 이전 코호트의 절대적 사회이동률은 여러가지 통계적 가정에 의한 추정치임. 하지만 1970년대생 이후는 실제 관찰 결과임. 1970년생 대비 1980년생의 절대적 상향 사회이동률이 무려 10%포인트 감소. 


ppps. 한국에서 개천용이 많았는데 요즘 그렇지 않다고 한탄하는 이유도 상대적 (상향) 사회이동 보다는 절대적 (상향) 사회이동이 낮아졌기 때문일 것으로 예전부터 생각해왔음. 이 블로그에서도 여러 번 언급. 고도성장을 기록하던 산업화 세대에 비해 요즘 세대에서 절대적 (상향) 사회이동이 떨어진 것. 그렇게 느끼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경제성장률의 저하 때문일 것도 생각했는데, 이 논문을 읽어보니 경제성장율의 문제라기 보다는 분배 문제일 가능성이 더 커보임.   

Posted by sovid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