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본인이야 구국의 결단을 했다고 생각할 것. 광주학살도 다수의 이익을 위한 불가피한 희생, 국가의 안위를 위한 선한의지의 발산이라고 생각할 것. 


박정희라고 안그랬겠음? 조국의 근대화를 위해 분연히 떨쳐일어나 쿠데타를 한거지. 목숨을 걸고 쿠데타를 하는 인간치고 자신이 옳은 일을 한다는 선한 신념이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음. 


두테르테가 마약상을 살해할 때 선한 의지가 없었겠음? 악을 제거함으로써 사회적 선을 실현한다고 생각할 것.  




그러면 상대방을 대할 때 선한 의지를 가정하지 않고 이기적 이해를 추구한다고 가정하면 안되는 것일까? 


상대방의 뜻을 선한 의지가 아닌 이기적 의지라고 받아들인다고 해서 꼭 나쁜 것도 아님. 개인의 이기적 이해 추구가 합쳐져 사회적으로 위대한 결과를 낳는다는게 자본주의의 기본 정신 아님? 


자본주의의 이기적 시장거래가 정직과 협동이라는 공동체적 virtue의 근원이라는 due commerce 관점. 서로의 이기적 이해를 끝까지 추구하고 그 이해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사회적 조화와 안정의 첩경이라는게 자본주의 정신임. 실제 현실은 온갖 갈등 투성이지만.




전두환이 선한 의지로 광주학살을 자행했다면, 이명박은 due commerce의 정신에 입각해서 나라를 운영한 것. 


굳이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후자임. 후자의 관점은 봉건제의 신체적 속박을 타파하고 권리장전이라도 만들어냈음. 


개인 권리의 보편성과 평등성이라는 근대의 이념에서 출발하지 않고 학살을 자행하는 선한 의지를 막으면서 동시에 개인 이익 추구의 극단이 가져오는 폐해를 극복하는 길이 있는지 모르겠음. 


진보적 정치란 상대방의 선한 의지를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철떡같이 믿음. 


공동체적 가족문화에서 성별 역할 분업과 여성의 자유와 권리가 충돌할 때 선택지는 무엇인지, 전통적 가족구조와 동성애자의 자유와 권리가 충돌할 때 어떻게 하는게 맞는지, 대중교통 운영의 효율성과 장애인의 통행권이 충돌할 때 어떤 선택을 하는게 맞는지, 대의제에서 정치적 권리는 평등하게 주어졌지만, 경제적 권리는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을 때 사회적 개입을 통해 개인의 경제적 권리를 보장하는게 맞는지, 개인의 권리라는게 그렇게까지 확장가능한건지, 생산의 사회성은 높아지는데 성과는 개인적으로 향유되어 불평등이 높아질 때 국가와 사회가 어디까지 개입해서 생산의 사회성에 기여하는 개인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지 등등. 


한꺼번에 다 못해도 주어진 상황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진보.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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