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정보원 보도자료


여러 언론에서 보도한 자료인데, 국내 621개 직업만족도를 조사했더니 판사, 도선사, 목사 등의 만족도가 1,2,3위로 나왔다고 함. 교수는 8위. 


"2016년도 재직자 조사"에 바탕한 결과인데, 고용정보원이 국내 621개 직업별 재직자 30명 이상씩 19,127명을 대상으로 직업별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라고 함. 


여러 사람들이 이 조사의 타당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는데, 이런 조사는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보다는 재미로 보는 앙케이트 수준의 조사로 취급하는게 좋음. 


샘플링 방법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직업"이라는 변수에 특히 관심이 많은 나로써는 621개 직업의 분류법에 대해서 여러 생각할 거리가 있음. 


이 포스팅의 주제는 사회과학 전문가 외에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그런 주제. 하지만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들은 심지어 이런 것도 따진다는걸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다른 사회과학보다 사회학에서 직업 변수는 매우 중요함. 거의 모든 계급론이 직업 변수를 이리저리 리코딩해서 계급을 분류함. Hauser & Warren, Grusky, Torche 등 쟁쟁한 계층론 연구 사회학자들이 경제학자는 소득을, 사회학자는 직업에 관심이 많다고 주장. 


하지만 직업분류는 reliability와 validity 모두에서 논란이 될 수 있음. 


거의 모든 정부 조사에서 세분류로써의 직업과 산업은 응답자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응답자가 자기 직업이 무엇인지 설명을 하면 그 기록을 나중에 coding 하는 사람이 보고서 직업 코드를 부여하는 것. 몇 백개 되는 직업 코드표를 들고다니면서 조사하는게 아님. 


그러다 보니 coder에 따라서 직업 기준과 분류가 상당히 달라짐. 과거의 연구에 따르면 심지어 1-digit 단순 분류법을 사용해도 coder에 따른 불일치 확률이 1/4을 넘어감. 세분류로 들어가면 coder에 따라서 직업분류가 달라지는 확률이 1/3이 넘음. 


직업세분류는 reliability가 매우 낮음. 





그렇다면 validity는? 


고용정보원 조사를 보면 "재료공학기술자" "해양공학기술자" "전기안전기술자" "전기감리기술자"는 세분하고, 연구원도 "연료전지개발 및 연구자" "태양열 연구 및 개발자" "태양광 발전 연구 및 개발자" "물리학연구원" 등으로 세분했는데, 교수는 전공에 상관없이 하나로 퉁침. 


이 분류에서 태양을 연구하는 교수는 직업이 무엇일까? "태양열"과 "태양광 발전"을 모두 연구하는 교수는? 


사회학자의 경우 (1) 노동연구원에 소속된 연구원과 (2) 대학에 소속된 교수의 경우 직업이 다른 것인가? 아니면 사회학자라는 같은 직업인가? (3) 단과대학 학장을 맡고 있는 사회학자는 일반 사회학자와 다른 직업인가? 이 번 고용정보원 조사에서는 세 경우 모두 직업이 다름. 


도대체 직업이 측정하는 차원은 무엇인가? skill set 인가? 그렇다면 (1) (2) (3)의 격차보다는 공통점이 많을 것. authority 인가? 그러면 (1)=(2) < (3), 아니면 소속 조직? 이 경우 (1) != (2)= (3). 아니면 다른 그 무엇인가? 


일상 생활에서 누구나 사용하고, 많은 사람이 그 의미를 안다고 확신하겠지만, 따지고 들어가면 직업변수의 internal validity는 상당히 낮음. 





ILO에서 발간하는 국제표준직업분류에 따르면 크게 분류하면 직업의 종류는 10개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7천개가 넘어감. 


예를 들어 회계사의 경우, 10개 대분류에서는 전문가, 2-digit 중분류에서는 재무 및 행정 전문가, 3-digit 세분류에서는 재무 전문가, 4-digit 세분류로 들어가면 그제서야 회계사가 됨. 회계사도 추가로 나누는데 공인회계사, 경영회계사, 세금회계사 등으로 세분함. 


그런데 없던 직업이 생기고, 같은 이름을 가진 직업이라도 시간이 가면 하는 일이 바뀌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ILO의 분류법도 10-20년마다 약간이라도 변화함. 현재 사용하는 버젼은 2008년 버젼.  


한국 통계청의 직업 분류도 인구총조사 때마다 변화했는데, 일관성이 너무 없어서 심지어 1-digit으로 분류해도 다른 해의 인구총조사를 연속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움. 


어떻게 이렇게 황당하게 할 수 있냐고 한탄하는 분들이 많은데, 한편으로는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게 직업 변수의 특징임. 





계급론으로 다시 돌아가 어디까지 직업을 분류해야 "계급"으로써의 의미가 있을까? 맑스주의자와 베버리안은 대충 1-digit으로 분류하고, Durkheimian은 disaggregate 계급론이라고 해서 3-digit을 가공해서 계급이라고 주장함. 


뭐가 맞을까? 뭐가 맞는지 검증할 기준이 사실 모호함. 





종합하면 직업이라는 범주는 연령, 소득과 같이 변화하지 않는 fact가 있고 그 fact에 맞게 응답하는지 측정 오차를 알 수 있는 변수가 아님. 사회학에서 인종 변수가 사회적으로 구축(socially constructed)된다고 하는데, 직업은 직업 타이틀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회적 구축과정과 데이타 작성자(=coder)의 제한된 인식에 근거한 무작위 분류 과정의 혼합물임. 





그렇다고 직업이 의미가 없는 건 또 아님. 특정 직업(예를 들어 의사)이 다른 특정 직업 (예를 들어 초등학교 교사, 내지는 철도운전사)보다 더 사회적 명망이 높고 소득도 높다는 것은 거의 모든 사회에서 거의 몰역사적으로 공통적으로 나타남. 이를 일컬어 Treiman Constant라 부름. 계층론 연구 학자들은 Treiman Constant가 사회학의 유일한 법칙이라고까지 얘기함. 


어떤 경향성을 보이는 연속변수로써의 의미를 직업이 가진다는 것. 이 때문에 명목변수인 직업변수를 연속변수인 직업위계변수로 변환시켜서 분석하는 경우도 많음. 


직업은 개인의 identity를 형성하는 영역으로도 큰 의미를 가짐. 특히 전문가들은 직업적 정체성이 그들의 삶의 의미를 주는 큰 부분임. 


하지만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가 삼성에 입사해서 20년 넘게 다니다가 이사 타이틀을 단 후 퇴사하면, 자신의 정체성이 삼성맨인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인지, 아니면 회사원인지, 아니면 회사중역인지 따지기 어려워짐. 아마도 여러 직업분류의 혼합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할 것. 


그렇다면 직업은 심리(예를 들어 행복)처럼 카테고리컬한 변수로 측정할 수 없는 어떤 latent한 변수가 아닌가라는 생각 마져 듦.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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