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미국 대선을 두 달 앞두고 CBS에서 당시 공화당 대통령 조지 W. 부시의 내셔널가드로써의 군경력에 문제가 있다는 방송을 보도했음. CBS는 제보자로부터 몇 가지 문서를 입수하고 이 문서에 근거해서 방송한 것. 


그런데 이 방송의 근거가 된 문서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짐. CBS는 문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서 방송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2주 동안 자신들의 입장을 방어할려고 하였음. 


CBS는 결국 사과방송을 함. 당시 메인 앵커이자 문제가 된 방송을 하였던 Dan Rather의 입을 통해 "지금 알고 있는 것을 당시에도 알았더라면 그 때 그 방송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사과함. 


이 사고를 Dan Rather의 이름을 따서 Rathergate라고도 부름. 


그런데 이 방송에 대한 CBS측의 차후 조치가 후덜덜하였음. 


잘못된 방송에 대해 그냥 말로 사과하고 끝난게 아님. 


우선 조사위원회(review panel)을 구성해서 방송 경위와 그 후속 조치를 조사했는데, 이 위원들이 누구였느냐 하면 전직 공화당 주지사이자 아버지 부시 밑에서 검찰총장을 맡았던 양반과, 전직 AP 편집장, 두 사람이었음. 피해자 측 수사전문가와 언론 전문가 두 명으로 구성. 


위원회의 조사 결과 이 보도가 가짜였다고 밝히고 그 과정에서 CBS가 제대로 게이트키핑과 제대로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림. 이 결론에 근거해서 CBS가 내린 조치는, 


CBS 뉴스의 총괄 메인 프로듀서였던 Mary Mapes를 잘라버리고, 문제가 된 프로그램의 프로듀서였던 Josh Howard, 그의 직계인 Mary Murphy, CBS의 부사장 Betsy West의 사직을 요구함. 이들은 결국 모두 사임하였음. 


이 방송을 보도하였던 Dan Rather도 2004년 은퇴할 것을 선언하고 2005년에 불명예스럽게 CBS를 떠났음. 뉴스 총괄책임자와 경영책임자, 문제가 된 프로그램의 책임자, 메인 앵커를 날린 것. 


찌라시나 지방방송도 아니고 3대 공중파 뉴스에서 자료 검증을 안하고 국가의 전체적 방향을 결정하는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보도를 엉터리로 하면 어떤 조치가 취해지는지를 보여준 케이스로, 미국에서 증거와 사실에 근거한 보도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 깨닫게 되었음. 또한 잘못은 말로 사과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돈과 직위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알게되었음. 미국에 유학온지 몇 년 지나지 않았을 때라 상당히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음. 




Ps. 그래서 미국은 진짜 잘못해서 책임질 일이 있을 때는 "sorry"라는 말을 절대 안함. 끝까지 정말 잘못이 있는지 없는지 따져봄. 왜냐하면 sorry라는 말을 하는 것은 곧 그에 따른 돈과 직위가 걸린 추후 조치를 의미하기 때문. 대신 아무 것도 아닌 일은 죽어라 여러 번 가식적으로 I'm sorry라는 말을 반복.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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