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가 직접 말린 곶감을 트럼프 내외에게 대접했다는 소식에 일부에서 말들이 있는가보다.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여성의 역할을 제한한다고. 

 

그런데 분들이 퍼스트 레이디, 영부인이라는 자리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나는 영부인이라는 포지션을 이해하지 못한다. 깊이 들어가면 결혼과 가족이라는 제도의 변화와 유지에 대해서도 쉽게 납득이 가지는 않는다.

 

번에 방문한 트럼트 대통령만 해도 결혼을 했다. 자식 5명이 서로 다른 명의 부인에게서 태어났다. 이반카, 도날드 쥬니어, 에릭은 첫번째 부인과 낳은 자식들이다. 알려져 있듯 멜라니아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번째 부인이다. 혼인 재혼의 반복으로 조부모와 손자손녀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현대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는 분명 변하고 있다. 

 

그건 그렇고 ,영부인은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이 있고, 분명히 공적 인물이지만, 선거를 통해 당선된 것도, 공직에 임명된 자리도 아니다.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맺어진 관계가, 경제적 공동체를 넘어 정치적 영향력의 공동체로 확장된 것이다. 혼인과 가족관계를 통한 정치적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현대 사회에서 영부인보다 자리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직의 특수성을 감안할 영부인이 받는 경호와 일정 정도의 영향력은 불가피하다. 부부 모두가 전문직이다가, 명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는데, 다른 명이 자신의 직업을 그대로 수행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대통령의 영향력이 당선되지 않은 배우자를 통해 그대로 관철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애와 영식도 비슷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은 원래 직장에 계속 근무한다.

 

웃기는 것은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제에서 영부인이라는 자리가 가족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유지되는, 대통령의 배우자가 없으면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 지위가 아니라,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반드시 채우는 지위라는 점이다. 탄핵당한 박근혜 전대통령이 영애일 영부인 노릇을 대신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에서도 영부인이 없으면 자식이, 자식이 없으면 다른 여성 친척이라도 데려다가 영부인 역할을 시켰다. 예를 들어, 평생 총각이었던 부캐넌 대통령은 조카가 영부인 노릇을 했다.


현재의 영부인은 대통령직의 특수성 때문에 특수 가족관계인 그 배우자에게 부여하는 지위가 아니라, 영부인이라는 정부 조직 내 어떤 지위가 있고, 이 지위를 가족관계를 통해 채우는, 혈연을 통해서만 채워지는 정치적 지위다.  

 

그런데 여성이 대통령이 되었을 First Gentleman (영부군?) 자리를 반드시 채우지는 않는다. 당장 박근혜 전대통령을 보라. 그가 대통령이던 시절 2부속실을 없앨까 고민했다지 않은가. 전통적으로 영부인이 했던 역할, 청와대 안주인으로써의 역할을  전대통령 자신이 했다. 

 

영부인이라는 자리는 뭘까? 봉건시대 왕에게는 반드시 중전이 있어야 했던 전통의 잔재인가? 즉, 미국에서 대통령이라는 포지션이 생길 때 남아있던 봉건적 요소가 영부인 자리인데 그 나름의 기능이 있어서, 또는 그 후 경로의존성으로 현재도 유지되는 것인가? 영부인 자리는 반드시 채우지만, 영부군 자리는 반드시 채우지 않는 것은, 마치 여성에게 일과 가정사 모두를 감당할 것을 요구하는 것과 비슷한 것인가


포지션에 대한 정치학이나 사회학에서 어떤 이론이 있나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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