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기사: 소득 통계 표본 논란 속 통계청장 교체


통계청은 과거에는 내무부나 경제기획원의 한 부서였음. 경제기획원 국장 자리 중의 하나가 바로 지금의 통계청장 자리. 


그러던 것이 90년대부터 통계청으로 독립청이 되었음. 노무현 정부 시절에 통계청장 자리가 차관급으로 올라가고 형식적으로 지금과 같은 위상이 갖추어짐. 


하지만 그 이후에도 통계청장 자리는 기재부 출신 공무원들의 자리였음. 독립청이 된 이후에도 통계청은 기재부 산하 부서 비슷하게 취급되었음. 통계청장에 학자나 연구원 출신이 취임하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처음임. 


MDIS 시스템처럼 통계청 원자료를 제대로 일반인과 연구자에게 보급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의 유경준 청장임. 유경준 전총장은 소득불평등을 연구하던 사람임. 


통계청장 자리가 논란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통계청의 위상 강화를 상징하는 것이라 개인적으로 나쁘지 만은 않음. 과거에는 통계청장 자리는 논란이 되지도 않았음. 국가 정책을 위한 통계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저 기술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 기관으로 인식. 지금의 논란이 증거기반 정책으로 이행하는 과정에 생기는 갈등으로 이해할 수 있음. 





이 번에 문제가 된 "가계동향조사"는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조사임. 한국의 불평등 정도를 계산하는 공식 통계 자료지만 이 자료를 그대로 믿는 연구자는 아무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하도 답답해서 예전에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불평등한지 모른다"라는 칼럼을 쓴 적도 있음. 


가계동향조사의 최대 장점은 오래되었다는 것임. 중간에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장기적 변화를 보기에 이보다 나은 자료가 없음. 그래서 가계동향조사는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느 조사보다 중요함. 그런데 연속성에 문제가 생긴 것. 


소득 통계만으로 보면 가계금융복지조사(가금복)가 더 낫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음. 통계청의 원래 계획도 가계동향조사를 없애고 가금복으로 바꾸는 것이었음. 그런데 그래도 가계동향조사로 분기별 점검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이 바뀌었고, 지금처럼 표본이 바뀌어서 새로 조사가 진행됨. 연속성이 가장 중요한 조사를 연속성의 고려없이 표본을 설계했다는게 좀 당황스러움. 





한국 노동 통계의 문제 중 하나는 고용, 가구소득, 개인소득을 보는 통계가 모두 분리되어 있는 것. 실업률은 경활조사로 추정하고, 가구소득은 가계동향조사나 가금복으로 추정하고, 놀랍게도 개인소득은 걍 아무 것도 안함.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한국에서 개인 소득 불평등은 계산할 수 있는 원자료가 아예 없다는게 정부 공식 입장임. 정부에서 그런 자료를 수집하려는 노력을 아예 하지 않음. 


올 초에 가구 단위인 가계동향조사를 개인 단위로 바꾸어서 청와대가 왜곡했다는 논란이 있었음. 통계청도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식으로 보도 자료를 배포. 


가구 단위 조사를 개인으로 바꾸면 결과가 왜곡된다는 소리는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생각함. 2009년 전의 가계동향조사는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음. 왜냐하면 가구 전체 소득 외에 가구주와 배우자의 개인 소득만 조사하고 가구원의 소득은 조사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2009년 이후에는 가구원도 (3명까지인가? 기억이 가물) 개인 소득을 물어보고 있음. 


가구주, 배우자, 가구원의 개인소득을 각각 별개의 unit of obs로 변환시켜서 개인 소득을 충분히 추정할 수 있음. 이렇게 하면 소수 인구(노동자의 2% 미만)의 소득 추정에 문제가 있는데 이 정도 오류는 큰 문제가 안됨. 


왜 통계청에서 극구 이 방법은 신뢰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지 이해할 수 없음. 통계 추정에 어떤 체계적인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가 무엇인지 알리고 개선을 해야지, 학자나 연구자가 개인 소득 추정해서 발표하면 이유도 말하지 않고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보도자료만 배포하니 황당. 황수경 청장 하에서 논란을 정리하는 작업이 진행된 것이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없음. 





그렇다면 올해 불평등이 크게 늘었다는 가계동향조사의 분석 결과는 틀렸는가? 꼭 그렇지는 않음. 정답은 "알 수 없다"지만, 불평등이 늘었을 가능성이 상당함. 한국의 소득불평등 통계는 모두가 그 나름의 문제를 가지고 있고, 어느 하나도 딱히 옳다고 할 수 없는 그런 상태임. 


이런 상태에서 통계청에서 다양한 지표로 전반적 경향을 파악할려는 노력도 없이 일단 조사한거 발표하고, 과거와의 비교는 "주의를 요함"이라고만 얘기하면 어쩌라는 건지. 과거와 비교할 수 있는 범위로 표본을 조정하고 비교 가능 숫자와 비교할 수 없는 숫자를 구분해 줬어야 하는게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음. 거기다가 개인단위로 과거와 비교하려는 다른 연구자의 노력은 그러면 안된다고 딴지놓는 보도자료나 내고. 


현재의 상태에서 가계동향조사의 문제점을 극복하면서 실제 노동자의 소득불평등이 늘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베이 자료가 아닌 세금 자료로 지난 1~2분기의 노동자 소득 변화를 파악하는 것임. 이 자료를 활용하면 현재의 논란을 끝낼 수 있음. 


그런데 이 자료를 활용하려는 의지가 국세청도 통계청도 없어 보임. 왜들 그렇게 자료 활용에 대해서 비밀주의가 심한지. 


이 시점에서 예전에 주간동아 썼던 마지막 칼럼을 다시 링크함. "소득 자료 공개가 복지의 첫걸음.





Ps. 한국에 가장 시급한 통계 자료는 소득을 포함한 미니 센서스, 미국의 현재인구조사(Current Population Survey)와 같은 조사라고 생각함. 고용, 실업, 가구소득, 개인소득을 모두 파악하는 하나의 서베이 자료를 만드는게 필요. 샘플수가 고만고만한 온갖 패널조사보다 제대로된 횡당면 조사가 더 시급함.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