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여론 조사가 다른 서베이와 다른 점은 바로 검증이 된다는 것. 누가 이기고 질 것인지 예측했는데 결과가 다르면 서베이에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것. 


측정 오류가 어디서 생기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 때문에 선거 여론 조사가 다른 여론조사보다 돈도 덜 되고 기법도 단순하지만 여론조사의 꽃으로 주목을 받음. 


통계청의 국가 통계도 제대로 되고 있는지 검증할 필요성이 있음. 지금까지 여러 학자들이 국가 통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일부는 과도한 측면도 있고, 일부는 타당한 면도 있음. 


중요한 것은 국가 통계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그런 면에서 한국의 통계청은 문제가 있음. 한국 통계청은 매우 폐쇄적인 조직임. 데이타를 개방하고 검증을 받기 보다는 가능한 데이타를 감추고 조직을 방어하는 행태를 보여왔음. 해외 인구학자들에게 한국과 일본 통계청이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통계청이라는 비판도 있음. 


일례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센서스 조사도 자료를 대부분 개방하지 않고 자기들 임의대로 변수를 단순화 시켜서 공개함. 롱폼 조사 전체를 공개하지 않는 것 까지는 이해하는데, 2% 데이타의 변수를 그렇게 단순화시키는 이유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음. 국가적 낭비임. 


통계청의 논리는 국가 통계는 국가 비밀이라는 말도 안되는 주장. 미네소타 대학 인구센타에서 전세계 센서스 자료를 통합해서 원자료를 제공(https://international.ipums.org/international-action/samples) 하는데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등 여기 있는 국가들은 국가 비밀을 누설한다는 얘기인지? 


그나마 MDIS에서 이 정도 공개하는 것도 유경준 청장 시절에 이루어진 것. 몇 년 안되었음. 유 청장의 자료 공개 결정에 통계청 간부들이 상당히 반대했었기에, 일부 학자들은 MDIS에서 자료가 공개되자 일단 모든 데이타를 무조건 다운로드 받기도 했었음. 언제 이 시스템이 폐쇄될지 모른다고 두려워하면서.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원자료가 연구자들에게 제공되고 추가 분석이 이루어지니까 논란이 되지, 예전 같으면 논란도 안되었음. 




통계청 자료의 품질 검증은 정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음.


심상정 의원이 소득 격차는 고소득층이 주도 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한국의 소득 불평등 확대는 저소득층의 소득 하락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음. 


어느 주장이 맞는 것임? 소득 격차가 고소득층의 소득 증가에 의한 것인지, 저소득층의 소득 하락에 의한 것인지에 따라 정책은 완전히 달라져야 함. 


사실 어느 게 맞는건지 잘 모름. 전국민을 통괄하는 통계청 자료와 임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행정자료의 결과가 너무 다르기 때문.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통계청 자료가 더 전체 추세를 잘 반영한다고 보는데, 통계청 자료를 임노동자로 한정하면 어떤 패턴을 보이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음. 


통계청 자료와 행정자료의 불일치의 또 다른 예로, 고용보험 피보험자수는 꾸준히 늘었다는 것도 있음. 고용보험이 제공되는 괜찮은 일자리의 수는 계속 늘었다는 것. 고용쇼크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임.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청와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임. 


그렇다면 현재의 고용악화 데이타는 고용보험 대상이 아닌 자영업자나 일용직 노동자의 상황이 나빠서라고 해야 하는데, 30-40대 남성 노동자의 고용률이 낮아졌다는 통계청 경활조사 결과와 일치하지 않음. 


이러니 어느 통계를 인용하는가에 따라 상황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달라짐. 이런 혼란 와중에 국가 통계를 책임지는 통계청은 뭘 하고 있는거임? 





이런 문제들이 갑자기 생긴게 아님. 걍 계속 이렇게 지내온 것. 그런데 현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하겠다고 고용 통계와 소득 분포 통계에 정부 차원에서 주목을 하니까 이 문제들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 


이 번 기회에 한국 통계청도 품질 검증도 좀 받고, 지금까지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소득 통계도 확대하는 그런 방향으로의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음.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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