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위안부
박유하 교수가 무죄를 받았다는 뉴스를 봤다. 동의하든, 그렇지않든 학문적 내용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와 별도로, 2015년 한국-일본 정부의 합의 이후 지금까지 진행된 정신대 운동과 운동가에 대한 공격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신대 문제에 대한 사회학 학술 저서로 민병갑 선생이 쓴 <Korean "Comfort Women": Military Brothels, Brutality, and the Redress Movement>가 있다. 2021년에 출간된 책이다. 제가 이 분야를 아는 건 아니라 책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지는 못한다. 책에 대한 논평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분석하는 사료와 데이터의 수준은 미국 대학에서 Distinguished Professor로 미국 사회학회 아시아계 분과의 평생공로상을 수상한 민병갑 선생의 다른 저서와 견주어 부족함이 없다. 이 책에 사용된 자료는 (1) 1995년 이후 22명의 정신대 할머니 인터뷰, (2) 44명의 정신대 운동가 인터뷰, (3) 나눔의집/수요집회/정신대 할머니 증언 참여 관찰, (4) 8권의 정신대 증언집 분석, (5) 한국/영어 뉴스 기사 분석, 정의기억연대 등 관련 단체의 뉴스레터 등 분석, (6) 박유하의 책을 포함한 20여권의 정신대 관련 도서 분석이다.
정신대 할머니가 강제 동원 되었다는 주장은 주로 할머니의 증언에 기반한 질적 분석에 의존하고, 정신대 할머니가 자발적이었다는 주장은 양적 분석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하며, 이 책은 질적 분석과 정신대 할머니 103명의 증언에 대한 양적 분석 모두를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거다. 한국에서는 정신대 여성의 총인원이 20만명이라는 주장이 많은데, 이 숫자는 추정치이고, 요시아카 요시미 선생의 추정에 따르면 대략 4만5천명에서 20만명 사이라는거다. 최소 추정치에 따르면 정신대 여성 1명당 일본군의 수는 100명이고, 최대 추정치에 따르면 30명이다. 이 중에서 자발적 매춘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자료가 수집된 106명의 한국 정신대 위안부 중에서도 4명은 자발적 참여였다고 증언하였다.
하지만 나머지 102명은 납치 등 강제이거나 제대로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속여서 데려온 경우이다. 가족이 팔아넘긴 경우를 제외해도 80%는 강제 모집이었다. 정신대 여성의 93%가 그들이 만20세가 되기 전인 10대 때 정신대로 끌려왔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정신대로 있는 동안 거의 아무런 금전적 보상을 제공받지 못했다. 기껏해야 팁을 받는 정도였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정신대 할머니가 "성적 노예"였냐 아니면 어떤 형태든 자유를 가진 자발적 노동 제공자였냐의 기준은 거주이전과 노동선택의 자유다. 봉건 농노와 자본주의 노동자의 가장 큰 차이가 노동제공이 자유인의 계약이냐 아니냐는 점 아니던가. "자유"가 없는 곳에서는 실업도 없다. 실업 노예는 형용모순이다. 그 기준에서 이 책은 정신대가 성적 노예라고 판단한다. 심지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경우에도 정신대로 있으면서 신체적 자유를 구박당했다.
어쨌든 정신대 이슈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Ps. 민병갑 선생은 이 책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였다가, 낙상하여 갈비뼈 골절 상태에서 자료수집과 연구를 계속 진행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때 70대 중반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