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학

4반세기 만의 중국 상해 방문 감상

sovidence 2024. 5. 31. 04:21

경제발전과 더불어 벌어지는 사회변화에 대해서 대략 비슷한 통합이 이루어진다는 convergence의 입장과 고유의 독특성을 유지한다는 divergence의 입장이 갈린다. 어떤 면에서는 통합이 어떤 면에서는 차이점이 유지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행동양식에서는 convergence가 맞는거 아니냐는 느낌적 느낌이 있다. 

 

자본주의와 상업의 발전에 따라 행동양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사회과학의 두 입장은 doux commerce와 commodified nightmare로 갈린다 (Fourcade & Healy의 2007년 ARS 논문 참조). 전자는 자본주의와 상업활동이 상호신뢰하고 질서를 지키는 인간의 미덕을 고양한다는 입장이고, 후자는 그 반대이다. 조셉 헨릭의 WEIRD 논의도 doux commerce 입장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리영희 교수 저작이 바로 후자의 입장이라 할 수 있다 (feeble market이라는 또 다른 관점이 있기는 하다). 

 

상업활동을 commodified nightmare의 관점으로 보는 시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던터라, 처음 doux commerce 논의를 배웠을 때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그런데 경험치가 쌓이고 연구를 할수록 doux commerce의 입장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NYU-Shanghai에서 국제사회학회 불평등 분과 학회가 열려서 얼마 전에 상해를 방문했다. 이 번 방문 이전에 마지막으로 중국을 방문했던게, 1999년, 20세기였다. 삼성이 중국 시장 개척을 위해서 조사를 시작할 때, 당시 마케팅조사회사에 다니고 있던터라, 소비자 조사를 셋팅하러 갔었다. 안되는 영어로, 역시 영어가 능통하지 않은 중국측 담당자와 어렵게 일했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상해의 여러 곳을 돌아본 것은 아니다. 마천루가 들어선 지금의 상해와 당시의 상해는 조금 달랐지만, 이건 충분히 기대했던 바다. 20세기 방문할 때는 지하철 노선이 2개였는데, 지금은 20개다. 외관의 변화와 더불어 느끼는 또 다른 피상적 변화는 사람들의 행동이다. 

 

20세기 때는 상해에서 택시를 타는게 무서웠다. 중국어도 못하고 스마트폰도 없던 때라, 한자로 가고자하는 곳의 주소를 써서 기사님들에게 보여주면 알아서 그 쪽으로 갔었다. 택시는 호텔에서 불러줬다. 택시 기사님들의 현란한 운전솜씨는 감탄스러우면서도 이 번에는 반드시 사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느낌이 늘상 있었다. 신호등, 교차로, 차선을 지키는 사람을 보기 어려웠다. 왕복 8차선을 가로질러 건너는 사람들과 그 사이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는 차량들. 상해에서 무슨 일을 당한다면, 교통사고일거라고 확신했었다. 이 번에는 택시 타는게 매우 편안했다. 뉴욕의 택시가 훨씬 더 스릴 넘친다. 

 

신호등에서 사람들이 놀랄만큼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좁은 길의 신호등이고, 차량이 지나가지 않는데도 사람들이 그 자리에 기다리고 있었다. 참다못한 백인 한 명이 이거 꼭 기다려야 하냐며 뉴욕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라고 하더라. 왕복 8차선을 건너는 위태로운 모습과 1차선 일방통행 도로의 신호등을 지키는 사람들의 모습의 차이가 제 눈에 비친 4반세기 상해의 변화였다. 

 

20세기 중국 방문에서 놀랐던 것은 화장실 문화였다. 마케팅 조사회사가 들어선 멀쩡한 빌딩의 화장실 가기가 무서웠다. 말끔한 빌딩의 잘갖춰진 좌변기마다 그득한 인간의 잔유물을 볼 때, 그걸 피하는건 더러워서만이 아니라 무서워서라고 생각하게 되더라. 이 번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저도 안다. 이런 피상적 관찰, 특히 택시 어쩌고하는 감상의 허접함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피상적 관찰도 뭔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동인은 된다. 

 

중국에 가짜가 많다지만, 수 많은 가짜가 넘치던게 바로 한국의 모습이었다. 가짜 양주 기사가 나온게 불과 몇 년 전이다. 가짜 고춧가루도 많았다. 한 때 짝퉁은 한국의 대명사였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구매할 때 짝퉁을 그리 염려하지 않는다. 이게 발전의 한 모습이라면, doux commerce가 얘기한 바로 그 변화가 아닐지. 

 

 

Ps. 이 번 상해 방문에서 가장 불편했던건, 구글이 터지지 않는다는거다.  다른 브라우져라도 깔고 싶지만, 구글이 안되니 다른 브라우져 검색도 안된다. 중국 행 전에 바이두 지도 앱을 깔았지만, 영어가 안되고. 이런건 institutional divergence인가? 바이두 지도가 부정확해서 엉뚱한데 내려서 30분 헤매니, 걍 짜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