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곡선
미국에서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을 들을 때 왜 저렇게 황당한 소리를 할까라는 의문을 가진 적이 가끔 있음. 주니어 부시의 감세 정책이 그 중 하나.
다 망한 감세 정책을 또 다시, 더욱 격렬하게 시행해서 완전히 망한 곳이 있는데 바로 나님이 사는 캔사스. 이 전 주지사였던 Brownback이 2012년에 state income tax를 왕창 깎았더니 주의 수입이 줄어들고, 인근 다른 주에 비해서 경제 성장률도 낮아지고, 교육과 시설투자는 폭망. 주 경제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름.
오죽 했으면 공화당이 지배하는 캔사스 상원에서 감세 정책을 취소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경제인 연합회에서 세금 좀 더 걷자고 청원하고, 공화당의 최고 아성 중 하나인 이곳에서 2018년 선거에서 민주당 주지사가 당선되었겠음? 정말 말도 안되게 상황이 좋지 않았음.
캔사스 경제 폭망의 직접적 피해를 나님도 입고 있는 중. 주의 flagship 대학인 이곳의 재정이 말라서 교수들 조기 은퇴시키고, 월급 동결하고, 직원 새로 안뽑고, 연구비 지원 줄이고 (이 와중에 미식축구 프로그램은 확장하고...).
이전 주지사가 이렇게 폭망한 경제 정책을 확립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학자가 한 분 계셨으니 그 분이 바로 한경기사 인터뷰의 대상인 Arthur Laffer. 그 악명 높은 래퍼 곡선의 창시자.
이처럼 래퍼의 말을 그대로 정책에 실행했다가는 쫄딱 망한다는 생생한 증거가 있고, 미국 언론에서도 여러 번 보도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보수 언론은 래퍼를 인터뷰하고, 보수 네티즌들은 그 걸 또 좋다고 퍼나르고 있으니... 참.
그럼 래퍼 곡선은 이론적으로 완전히 틀렸는가?
그건 아님. 세금이 지나치게 높으면 경제 활력이 떨어짐. 문제는 지나치게 세금이 높은 그 지점이 어디인가 하는 점.
래퍼 곡선은 Inverted U-curve임. 세금이 오르면 그에 따라 국가의 재정수입이 늘어나는데, 일정 수준이 넘어가면 경제 활력이 떨어져 세금 인상이 오히려 재정수입을 줄인다는 것. 따라서 세금이 이 지점 이상일 때, 세금 인하가 경제활성화와 재정수입 확대를 가져옴.
그럼 질문은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Threshold가 어디냐인데, 지금까지의 역사적 경험과 실험적 연구에 따르면 세금이 적어도 70%는 되어야 함.
1억이상 소득자에게도 실효 세율이 10% 조금 넘는 한국에서 래퍼 곡선에서 말하는 세금이 경제효율을 떨어뜨리는 지경에 이를려면 멀고도 멀었음. 미국 하원 의원이 제안하는 것처럼 최고 세율을 지금보다 30%포인트 높은 70%까지 높여도 래퍼 곡선에 따르면 별 문제가 없음.
지금 그렇게 하자는 거임?
이론적으로 래퍼 곡선은 논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틀리지 않은 주장이 될 수도 있지만, 래퍼 곡선의 효과가 발생하는 Threshold와 세율이 크게 동떨어진 현실에서, 래퍼 곡선에 근거해서 정책을 제안하는 것보다 더 바보같은 주장도 많지 않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