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기사: 무당층에 야당표가 더 숨어 있다.

 

무응답 비율이 높을수록 야당지지자의 비율이 과소 평가 된다는 얘기. 매우-매우-매우 훌륭한 분석. 분석의 훌륭함에 비해서 기사가 덜 친절하게 쓰여져서인지 회자가 덜 되는 듯. 이 분석이 얼마나 훌륭한 분석인지 조금 썰을 풀고자 함. 

 

이 분석을 이용하면 무응답자의 비율에 따라서 야당과 여당의 조건부 지지율 격차의 평균을 계산할 수 있음. 예를 들어 무응답이 15%일 때, 여당보다 야당의 숨은표가 2%포인트 많다면, 여당이 2%포인트 미만으로 앞서는 선거구는 막상 뚜껑을 열면 승자가 바뀐다는 것.

 

(1) 현재 지지율, (2) 무응답 비율, (3) 무응답의 편향, 이 세 가지 정보를 취합하여 선거 결과를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음. 

 

이걸 계산하는게 왜 중요한가? 그 이유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여론조사가 틀렸던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개선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 예전에 2016년 총선이 끝나고 이 블로그에서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한국 여론조사는 오차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오차의 방향, 즉 편향이 나타나는게 문제. 

 

선거 때면 매 번 보도되는 샘플수 1,000명에 표집오차 +-3.1%의 기준에서 계산하면 언론의 보도와 달리 한국의 선거 여론조사는 매우 정확함. 평균적으로 이 표집오차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지 않음. 

 

문제는 표집오차는 무작위여야 하는데, 이상하게 특정 정당은 지지율이 과대 추정되고, 다른 정당은 지지율이 과소 추정된다는 것. 더욱 문제는 모든 선거에서 항상 체계적으로 그래 왔음. 

 

황당한 것은 매 번 틀리는데도 편향의 방향이 무엇인지, 편향의 정도는 어떻게 계산할 수 있는지 지금까지 제대로 된 연구가 없음. 한국에서 여론조사가 매 번 틀리는 이유가 이 편향의 방향과 크기 때문인데, 이걸 연구하는 사람이 없음. 그러니 매 번 똑같이 틀리는 것. 소잃었으면 외양간을 고치고 새로 송아지를 키워야 하는데, 소잃고 외양간도 안고침.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뜬구름잡는 숨은 표 논리, 아니면 김어준식으로 선거부정이니 뭐니. 그것도 아니면 여론조사 못믿는다는 다구리 기사. 

 

이러한 비과학적 분석에서 벗어나 제대로 숨은 표를 분석한 것이 바로 한겨레 신문의 보도. 한국 선거 여론조사의 결과가 편향되는 원인과 그 개선 방법을 찾아낸 것. 한겨레 분석의 가치는 실체적으로 매우 큼. 

 

이 방법론을 응용하면, 선거의 가장 중요한 결과인 여야가의 예상 의석수가 어떻게 되는지는 여론조사의 단순지지율에 의존해 계산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확히 추정할 수 있음. (잘못 아는 것일수도 있지만) 이렇게 추정해서 보도하는 것이 선거법에 위반되지도 않은 것으로 알고 있음. 개별 선거구 예측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민감성이 높아서 보도는 불가능할 것. 한국 선거법상 그렇게 하기도 힘들고.

 

어느 나라나 여론조사는 응답의 비표집오차가 있음. 이 비표집오차는 여론조사의 잘못이 아님. 아마도 문화적 요인임. 예를 들면 민주주의 이전에는 야당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하지 못하는 뭐 그런거. 잘못이라면 문화적 요인은 무엇이고, 비표집오차의 방향과 정도는 어떻게 되는지, 어떤 다른 변수로 비표집오차의 정도를 추정할 수 있는지 체계적으로 연구해야 하는데 그런걸 안했던 것. 

 

과거에 여론조사 회사에 비해서 여의도연구소 같은 곳에서 선거 결과를 더 정확히 예측했는데,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님. 한겨레 분석과 같은 엄밀한 방법론은 아닐지라도 이 보도와 유사한 연구를 한 것.  

 

한겨레 분석을 수행한 분은 서울대 박종희 교수. 이 분 2012년 대선부터 이런 분석해서 결과를 정확히 예측했었음. 가히 한국 선거 분석의 최고봉. 

 

한겨레 신문은 기왕 시작한 거, 이 연구의 방법론을 적용해서 전체 판세를 메타 분석하는 기사를 쓸 것을 강력히 추천함. 단순 여론조사로 나오는 예상 의석수, 이 연구의 무응답자의 성향을 반영한 예상 의석수로 나눠서 예측해볼 수 있을 것.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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