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전투표 음모론 논의를 따라가고 있지는 않음.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이상 그럴 가치가 없으니까. 아무리 보수가 망가졌어도 미래통합당에서 음모론을 받아들일 정도로 망가졌다고 보지도 않고. 아직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이 제기하는 음모론은 정치학 전공하신 분들이 하나하나 반박해주고도 있고.

 

김어준이 대선 개표 음모론 필 때나 미투 운동 음모론 필 때 한심하게 생각했고, 지금도 음모론에 대해 한심하게 생각. 현대의 선거에서 체계적 조작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황당.  

 

꾸준히 이 블로그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제가 가장 허접하게 생각하는 사회과학적 논리가 음모론. 예전에 썼듯이, "복잡한 사회현실을 파악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의 부족, 밝혀진 사실의 한계로 인하여 인과관계를 특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탐구해가는 인내력의 부족, 진영논리에 함몰되어 몸빵하는 자신을 보지 못하는 성찰력의 부족, 이러한 결핍의 산물이 음모론".

 

인간의 뇌는 인과적 논리적 설명을 필요로 하는데, 복잡한 사회현실에 대한 이해없이 논리적 설명을 제공하는 가장 쉬운 틀이 음모론임. 세상만사가 신의 음모라는 종교적 설명이 종교 원리에 깊이 천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잘 먹히는 이유이기도 함. 

 

 

 

그건 그렇고, 아래 동영상은 언더스코어라는 곳에서 만든건데, 상당히 잘 만들었음. 이곳에서 만든 유튜브 비디오 몇 개 봤는데 이 번 작품이 제일 설명을 잘한 듯. 이런 식으로 잘만든 설명 동영상이 앞으로도 더 필요할 것. 혼자 보기 아까워서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함. 

 

 

위 동영상에서 샘플수가 큰 경우에 규칙이 더 안정적으로 발견된다는 "대수의 법칙"은 간단히 설명했는데, 사전투표와 본투표에 차이가 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통계 용어는 소개하지 않았음. 이 용어도 알아두면 좋을 듯. 

 

사회현상의 인과론을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선택편향(selection bias). 위 동영상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한 사람과 투표당일에 참여한 사람의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즉 사전투표 참여가 민주당으로 "선택편향"될 수 있다는 것. 선택편향이 있는 현상은 단순 상관관계를 봐서는 인과관계를 추론할 수 없음. 사회과학에서 제일 골치인게 이 선택편향을 제거하고 실제 관계를 밝혀내는 것. 예를 들어 대학에 와서 똑똑해진건지 (=교육효과, 대학에서 인적자본 축적), 똑똑한 사람들이 대학에 오는건지 (=선택편향, 대학은 단지 시그널일 뿐). 

 

 

 

마지막으로 음모론을 피기 전에 다른 사람도 똑똑하다는 것을 기억할 것. 사전투표를 조작할 정도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뻔한 패턴이 나타나도록 게을리 프로그램하지 않을 것. 프로그램에 랜덤한 숫자를 부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음. 

 

 

 

Ps. 딱 하나 문제라면 이 동영상 만든 분이 학부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지만 대학원에서는 다른 전공을 택한 것. 중대한 실수라고 생각함.^^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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