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거의 없지만 10여년 전에는 한국 학생이 미국 유수의 대학에 들어가면 무슨 큰 성취를 한 양 언론에서 떠들었다. 지금도 좋은 대학가고 시험에 합격하는 것을 큰 성취인양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맞다. 개인으로써는 큰 성취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겠지. 

 

그런데 사회적으로는 시험 잘 본 것은 남들이 다한 얘기 머리 속에 잘 베꼈다는 것 밖에 없다. 머리 속에 써두는 컨닝페이퍼 정도. 당신이 시험 잘 보는 것의 사회적 부가가치는 제로다. 아무런 기여가 없다. (시험 공부하기 위해 학원가고 참고서 사며 돈 써서 소비 촉진이 된 정도가 기여? 자장면 사먹어서 소비 촉진한 기여와 크게 다를 바 없음.)

 

시험에서 수학 문제 잘 푸는게 어떤 신호가 되고, 수학 문제 잘 푸는게 나중에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것과 상관관계가 높고, 실제로 일을 할 때 그 지식이 부가가치 창출에 도움이 되니, 가르치고 시험보고 그런 과정을 거치는거다. 한 마디로 비젼베팅을 하는 것. 

 

 

 

 

기업의 관점에서 신입사원의 스팟 부가가치는 마이너스다. 일잘하는 사수가 신입사원 가르치느라 "낭비"하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신입사원의 마이너스 부가가치는 그 사원이 받아가는 봉급에 한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마이너스 부가가치 과정을 참고 견디며 firm-specific skill, industry-specific skill 등을 익히게 하면 나중에 포지티브한 기여를 한다. 경력에 따라 실제 기여 정도와 기여도에 따른 소득에 미스매치가 있다. 많은 경우 신입사원 때는 "기여도 < 봉급"이고, 중견사원은 "기여도 > 봉급"이다. 그런데 이런 마이너스 부가가치 과정을 거치는 않는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경력사원 채용. 

 

취준생들 입장에서야 시험잘 본 사람 뽑는게 공정이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사원 채용하는게 하나도 공정하지 않다. 사회적으로는 신입사원 채용이 필요해도, 당장 기업의 이윤 창출에 도움이 안되는 신입사원 채용은 가능한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대신 다른 기업에서 검증된 경력을 채용하면 된다. 신입사원 채용, 공채 인원을 늘리라는 정부의 압력이 매우 불공정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신입사원 채용도 일종의 사회적 합의,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사회적 조건에 제약된다고 할 수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인재에 대한 비젼베팅의 분위기가 사라지고 기업의 우선순위가 현 시점의 이윤 창출에 더 집중할수록 신입사원을 뽑을 유인은 떨어지는게 당연하다. 있어봤자 도움안되는 사람들 잔뜩 뽑아서 뭐하나. 신입사원 훈련은 다른 기업에서 하도록 하고 자기 기업은 경력사원만 쓰는게 가장 좋다. 물론 이런 행태는 죄수의 딜레마를 유발하지만, 죄수의 딜레마를 유발하는 상황 자체는 개별 기업의 책임이 아니다.

 

평생 고용, 이직의 제한, 내부노동시장의 활성화 등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신입사원을 뽑는게 기업에 도움이 된다. 불행히도 1990년대 이후 노동시장은 기업 문화의 변화, 내부노동시장의 사멸, 간부직 채용의 외부 개방 등으로 신입사원 채용이 기업에 도움이 되는 조건이 점점 나빠졌다. 평생 고용 문화가 사라졌기에 노동자 입장에서 firm-specific skill에 대한 투자 요인도 떨어진다. 

  

기껏 뭔가를 가르쳐도 신입사원은 이직률이 높다. 요즘 세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원래 그랬다. 20대와 30대 초반에는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적성을 탐색하는 기간이다. 안맞으면 옮겨야. 이러한 현상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기업환경과 사회적 조건이 신입사원 채용과 친화적이었기에 이들을 뽑은거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조건이 악화되었고, 그에 대한 반응으로 이직률은 더 높아졌다. 신입사원을 채용할 유인이 더 떨어진다. 

 

요즘 코로나로 미국에서 실업이 크게 늘었는데, 기업에서 노동자를 lay-off할 때의 원칙 중 하나가 last come, first go. 가장 신입을 가장 먼저 해고한다. 평균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firm-specific skill이 낮고, 이직의 가능성이 높은 노동자를 먼저 해고하는 나름 합리적 원칙이다. 이게 다는 아니지만, 그래서 불황 직후에 기업의 생산성은 높아진다. 2001년 불황, 2008년 불황 모두 마찬가지였다. 

 

신입사원 공채는 한국의 독특한 문화 중 하나다. 전반적인 기업 환경의 변화와 다른 국가의 고용 패턴 변화를 봤을 때, 한국에서 신입사원 채용, 특히 공채를 통한 채용의 비중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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