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꽤 많이 팔린 책 중의 하나가 <직업의 지리학>으로 번역된 Enrico Moretti의 <The New Geography of Jobs>. 이 책이 처음 나온 2012년에 읽어서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책의 핵심 내용은 하나다.

 

"인적자본의 외부효과"

 

말은 거창하지만 똑똑한 사람들끼리 모여있으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것. 그래서 지식경제에서 똑똑한 사람들이 집중되는 지리의 중요성이 커진다는게 핵심이다. 한국에서도 인적자본의 외부효과에 대한 많은 논문이 나온걸로 안다. 

 

그러면 당연히 다음 질문은 똑똑한 사람을 모으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것. 여기에 대한 모레티의 답은 케바케. 여러 도시의 다양한 발전 패턴은 정해진 규칙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 불균형 발전에 대한 모레티의 해결책은 발전된 도시로 떠나라는 것이다. 지역 불평등이 아니라, 지역 불평등으로 인한 소득불평등에 초점을 맞춘 해결책이다. 이걸 보고 이 책에 대해서 실망스러워한 분들도 많을 것이다. 

 

서울에 대졸 인재가 집중되고 일자리도 집중되는걸 누가 모르나. 앞으로 더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모두가 체감한다. 이 책은 그 추세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만 가져다 줄 뿐 아니라, 심지어 구질구질하게 지방에 살지말고 수도권으로 옮기는 것이 장땡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한국에서 이 책을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는 이론적으로 명확하게 지역균형발전 포기하고 서울에 살아야 하는 이유를 제공해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Wall Street Journal 같은 곳에 쓴 그의 정책 제안은 한국식으로 말하면 "수도권 이주를 위한 자금 지원" 쯤 될 것이다.  

 

그런데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와 도시의 관계에 대한 중요한 논쟁이 있으니, 사람이 일자리를 따라 이동하는지, 일자리가 사람을 따라 이동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모레티의 주장은 사람이 일자리를 따라 이동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론은 일자리가 사람을 따라 이동한다는 것이다. <도시의 승리>라는 역시 한국어로도 번역된 책을 쓴 글래시어가 후자의 이론가.  

 

한국에서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정부 정책으로 공공기관을 지역에 분산하는 정책은 "사람이 일자리를 따라 이동한다"는 믿음에 입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공공기관이 지역에 내려가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사람이 모이고 지역 경제가 더 활상화되는 패턴. 예전에 "다음" 본사가 제주도로 옮겨간다고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일자리가 옮겨가면 사람도 옮겨갈 것으로 기대햇었다. 한국의 이러한 접근법은 지역균형발전은 포기한 모레티와는 다르지만 이론적 입장은 동일하다. 사람이 일자리를 따라간다는 것. 알다시피 이 정책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이에 반해 "일자리가 사람을 따라 이동한다"는 이론을 받아들인다면 지역 균형발전 정책은 일자리 이전이 아니라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인재 키우기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사람이 살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주택정책, 거리 조성, 교육 환경 조성 등등이 이 입장의 고민사항.

 

실제 이렇게 된 예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한국에서 경기 남부 지역에 일자리가 집중되는 현상은 사람따라 일자리가 옮겨간 대표적인 케이스가 될 것이다. 중간층 대졸자가 신규 가족 형성 후 서울에 자리잡지 못하고 경기 남부 신도시로 거처를 옮겨가자, 직장들이 따라서 경기 남부로 옮겨갔다. 

 

지역균형발전 입장에서 이 이론을 한국에 적용한다면 아마도 부산대-포항공대-경남대-경상대 등을 집중 육성하여 부울경을 인적자본이 넘치고 곳으로 만들어 일자리가 그곳으로 이동하게 만드는 정책 쯤 될 것. 

 

잘 아는 주제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자산 불평등이 거주 지역 불평등과 연계되어 있어서... 추석으로 귀향 얘기도 많이 나오고...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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