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중앙선데이에 실린 기사에 기사의 근거가 된 논문과 아이디어의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포스팅을 하였다. 특집을 공동 기획한 것도 기사를 공동 작성한 것도 아니고, 최성수-이수빈 팀에서 연구비를 수령한 것도 아니었다. 논문 관련된 취재에 적극적으로 응한 것이 전부다. 

 

중앙일보 측에서 기사 작성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바로잡고 오해를 불식하기 위한 대담을 제안했고, 최성수 교수, 저, 그리고 중앙일보 이렇게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의 주제는 첫째는 대학 공정성에 대한 추가 논의였고, 두번째는 지난 주 특집 기사에 대한 논의였다. 

 

그래서 오늘 중앙일보 주말판, 중앙선데이에 기사가 나왔다. 아래 링크한 기사 아래 부분에 공동연구 등으로 잘못 표현한 것을 에둘러 해명하는 박스기사도 나왔다. 

 

중앙선데이 대담: 한국 대학교육, 공정성보다 다양성 찾는 노력해야

 

지난 주 기사가 나온 후 그냥 그렇게 지나갈 것으로 생각했다. 페북과 블로그에 쓴 글이 영향력이 얼마나 있겠는가. 언론에서 웬만해서는 정정 보도 같은 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누구도 100%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과정을 해명한 것을 높이사고 싶다. "언론은 학계의 윤리기준에 부합하는 새로운 보도 관행을 만들지 못한 게 사실"이라는 자기 반성 표현도 들어가 있고. 

 

 

 

 

공정성이란 추상적 차원에서 중요하지만, 구체적 차원에서 실현하기 매우 까다롭다. 공정성은 평가를 전제하는데, 평가의 잣대가 하나가 될 수 없다. 공정성을 정책 목표로 내세우는 것은 패착이다. 공정성은 정오 판단의 영역이 아니라 대략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정치의 영역이다. 그래서 제안한 것이 "느슨한 공정성"이다.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는 공정성은 "하나의 신뢰할 수 있는 기준으로 줄세우기"에 가깝다. 수능 100%는 이런 입장을 대변한다. 이러한 정치적 합의도 선택지의 하나이다. 

 

하지만 "하나의 기준으로 줄세우기"는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이라는 더 큰 목표와 충돌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금은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다. 정확히 어떤 변화가 닥칠지, 정확히 어떤 능력을 습득해야 할지, 한국 교육의 고질적 문제라고 매 번 지적하는 창의성은 어떻게 끌어낼지 알지 못한다. 

 

그런데 새로운 아이디어, 창의성, 창조적 해결은 "융합" 내지는 "Mix"가 중요하다는게 대략적인 발견이다. 융합이란 한 분야가 아니라 다른 분야의 아이디어를 결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비슷한 능력과 생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뭔가 다른 능력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교류할 때 더 잘 생겨난다. 

 

수능 100%로 줄세우면, 수능이라는 특정한 방식의 평가에서 잘하는 비슷한 사람들끼리 대학에서 교류하게 되고, 내신과 경쟁만 강조하다 보면, 서로 교류하고 토론하는 mix 자체를 피하게 된다. 

 

한국에서 수도권 집중을 막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현대의 혁신은 물리적 접촉과 교류에서 발생한다. 인재의 집중이 혁신의 기반이다. 비슷한 능력을 가진 인재의 집중이 아니라, 다른 능력을 가진 인재의 집중이 혁신의 리소스다. 인터넷이 발전하는데 소수의 도시로 더 인재가 집중되고 지리적 불평등이 커지는 이유다. 

 

제가 생각하는 한국 교육의 문제는 공정성이 아니다.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인재들이 융합하고 교류하고 믹스해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방식에서 점점 멀어진다는 것이다. 공정성을 강조할수록 수능 100%라는 쉬운 잣대에 대한 니즈는 커질 것이고, 그렇게 될수록 창조적이고 교류하는 인재 양성과는 멀어질 것이다. 한국 교육에서 새로운 지표를 하나 더 들여온다면, 제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공정성 지표가 아니라 "다양성 지표"다. 

 

지난 번 <한국사회학>에 출간한 논문은 어떻게 하면 더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까를 고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정성에 대한 집착 자체가 부질없다는 것을 숫자로 보여주기 위해서 썼다. 

 

또한 숫자가 나오면 합의하기 쉽다. 데이터를 공개하고 많은 연구를 촉진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렇게 해야 공정성에 대한 정치적 합의도 쉽기 때문이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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