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거의 체크를 안하기 때문에 모르는데, 최근 조귀동 기자가 올린 한국의 중상층의 부의 집중도는 여러 경로로 전해 듣고 보게 되었다. 살펴보니 추가 논의할 가치가 있는 듯 하다. 

 

조귀동 기자의 주장 내용인 즉, 한국에서 상위 1%에 집중된 자산 정도는 국제 비교의 중간 정도인데, 그 아래 9%, 그러니까 2~10%의 중상층에 집중된 부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세습 중산층 사회>라고. 아래 그래프가 조 기자가 포스팅한 것이다. 

 

 

불평등 관련 통계를 볼 때는 데이터의 소스가 무엇인지, 분석 단위가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보는게 좋다. 조귀동 기자가 인용한 WID 통계는 아마도 (비록 일부 수정을 거쳤겠지만)  김낙년 선생의 2016년 논문에 근거한 추정치일 것이다. 김낙년 교수의 추정치는 상속세 기술 통계를 이용하여 "개인" 자산 불평등을 통계적으로 추정한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개인" 자산 불평등 추정치다. WID 홈페이지에도 personal wealth라고 명확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런 통계를 보고 가장 처음 질문해야할 것은 자산불평등을 개인 단위로 추정하는 것의 의미다. 자산 불평등은 보통 가구 단위로 측정한다. 국제 비교를 위한 OECD의 통계도 가구단위로 본다. 가구단위와 개인단위 추정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일반적 기준으로 가구단위를 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주택을 소유하고 있을 때, 부부 공동명의가 아니라 가구주 명의로 등록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개인 단위로 보면, 가구주는 강남 아파트를 소유한 자산 부자고, 배우자는 자산 한 푼 없는 빈털털이다. 하지만 (꼭 그런건 아니지만) 이는 당연히 부부 공동의 자산으로 봐야 한다. 김낙년 교수의 추정치는 개인 단위 자산 불평등이기 때문에 주택이나 금융 자산을 소유하지 않은 여성, 가구원(전체 성인의 50% 이상)은 모두 자산이 0원으로 추정된다. 하위 50%의 전체 자산 보유액이 걍 0원, 0%다. 

 

자산 연구자들이 농담 비슷하게 하는 얘기로 성별 자산 격차를 축소시키는 가장 강력한 조치는 "이혼"이다. 여성의 생애사에서 개인 자산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사건이 두 개 있는데 바로 이혼과 배우자의 사별이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자가 개인 단위 자산 불평등 축소를 위해서 이혼을 대책으로 내놓으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자산 불평등의 분석 단위를 오직 개인으로 하면, 자산 빈자와 자산 부자의 계급전선이 부부 사이에 형성된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일부 연구자는 개인 단위 자산불평등을 측정할 때 가구 자산을 부부에게 분할하는 여러 기법을 적용하기도 한다.

 

 

 

 

WID에 올라온 김낙년 교수의 추정치는, 가구 자산의 개인 할당 등을 하지 않은 순수 개인 자산 불평등 추정치이다. 그것도 개인 자산을 직접 측정한 것이 아니고 사망자의 유산을 근거로 추정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상속인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성별 격차 문제는 없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피상속인의 사망시 유산을 기준으로 계산했기 때문에 한국의 관습으로 인한 성별 자산 격차가 추정치에 그대로 반영된다. 예를 들어 40대 부부가 사망했을 때, 부인이 사망하면 상속 자산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남편이 사망하면 상당한 상속 자산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 기자는 WID 통계는 세금 자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서베이 기반 통계보다 더 정확하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다. 개인 단위 자산불평등을 추정할 때도 측정오차의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오히려 개인 단위 자산불평등 추정은 엄청나게 많은 "가정"을 요구한다. 서베이에 기반한 가구 단위 자산 측정은 샘플링 에러와 응답 오차의 경향성만 가정하면 되지만, 여러 통계의 추계인 김낙년 교수의 추정치는 수 많은 가정이 필요하다. 세금 자료를 이용했다고 반드시 더 정확한 것이 아니다. 이 추정 과정에서 서베이 데이터도 동원된다. 그러니까 김낙년 교수의 추정은 세금 자료와 서베이 자료를 합쳐서 추정한 것이다. 세금자료와 서베이 자료를 모두 동원했기에 두 데이터의 측정 오차 모두가 자료에 반영된다. 

 

조귀동 기자가 표시한 상위 1%의 자산(위에 표시한 그래프)도 실제 관찰된 것이 아니라, 완전히 통계적으로 추정한 것이다. 김낙년 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상위 1%의 자산 비중은 대략 24.8%에서 43.6% 사이인데, mean split histogram이라는 방법을 사용하여 몇 %인지 추정한다. 대략적인 상위 1%의 자산 추정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 보이는가? 이 범위 중에서 통계적으로 한 수치를 뽑은거다. 이렇게 추정하면 서베이에서 추정한 것보다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나? 

 

또 하나 예를 들어보자.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가계 순자산은 6,366조원이다. 그런데 김낙년 교수의 방법에 따르면 그 총액이 3,710조원이다. 엄청난 격차가 있다. 김 교수는 이 격차를 여러 조정을 통하여 맞춰서 추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격차는 너무 커서 화해가 불가능하다. 제가 따로 계산한 것이 아니라 김낙년 교수의 논문 내용이다. 이런 차이점과 주의점이 논문에 꼼꼼하게 쓰여있다.  

 

관찰치나 서베이에서 직접 물어본 자료가 아닌, 통계적 추정에 근거한 개인 자산 불평등의 국제 비교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사회적 규범의 차이에 따라 어떤 국가는 (특히 주택) 자산이 부부 공동인데 어떤 국가는 가구주의 독점 소유로 세금 자료에 등록되어 있다.

 

국제 비교에서는 한국 데이터의 정확성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데이터의 정확성도 같이 따져야 한다. 상속 자산의 규모 파악은 한국 데이터가 아니라 다른나라 데이터를 믿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이 점 역시 김낙년 교수의 논문에 쓰여 있다. 한국은 과세점 이하의 상속 재산이 파악되지만, 많은 국가가 과세점 이하 재산이 아예 파악이 안된다. 걍 통계적으로 추정하는 거다. 

 

그렇다고 개인 단위 자산 불평등 추정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은 또 아니다. 서로 다른 통계이고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소득이든 자산이든 불평등은 다면적인 것이기 때문에 여러 수치로 파악해야 한다. 어느 한 수치가 진리가 아니다. 그렇게 다면적 검토를 한 후 어떤 결론을 내리고 자신의 주장을 내세워야 한다. 

 

 

 

 

국제 비교가 수월한 자산 불평등의 단위는 당연히 가구다. 

 

아래 표는 OECD 보고서의 일부다. 통계 원자료는 요기서 확인 가능하다. 한국은 상위 10%의 자산을 보고하지 않는데, 하위 60%의 자산 보유 정도를 살핌으로써 국가 간 비교를 할 수 있다. 보다시피, 한국은 하위 60% 가구의 자산 보유 비중이 높은 축에 속한다.

 

조귀동 기자가 올린 그래프를 보면 한국의 하위계층 자산 보유 정도가 미국과 프랑스의 중간이다. 위 그래프에서 하위 90%의 자산 비중을 계산(=100-상위1% 점유-상위2-10% 점유)하면 한국은 34.3%, 프랑스는 44.2%, 미국은 27.6%다. 하지만, 미국의 하위 60% 가구는 전체 자산의 2.4%만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17.7%와는 엄청난 차이다. 마찬가지로 조귀동 기자가 올린 그래프에서는 프랑스의 하위 계층의 자산 보유율이 한국보다 높은 듯이 보이지만, 아래 가구 단위 기준으로 보면, 프랑스의 하위 60%는 전체 자산의 12.1%만을 소유하고 있다. 가구단위로 계산했을 때 한국보다 하위계층의 자산 점유율이 낮다.

 

결혼도 안하고 (출산의 30~60%가 혼외) 개인이 각자의 자산을 소유하는 서구 국가와 가구 단위 자산 소유인 한국은 자산 소유 형태가 다르다. 개인 자산 불평등 국가 간 비교는 오해를 불러오기 쉽상이다. 

 

하위 60%가 아니라 하위 40%로 보면 한국의 가구 자산 분포가 상대적으로 평등하다는 것을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한국 하위 40%의 자산 보유 비중은 전체 자산의 6.0%인데, 프랑스는 2.7%에 불과하다. 프랑스와 한국 중 어느 쪽의 자산 불평등이 더 크겠는가? 

 

일부에서는 위 표의 근거가 된 자료도 서베이 기반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럴 수 있다. 측정 오차가 상당히 클 것이고. 하지만 상위 계층의 자산 응답에 비해 하위 계층의 자산 응답은 상대적으로 더 신뢰할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 중산층 이하는 주택의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1~2년 사이에 주택 자산 격차가 조금 벌어졌을 수 있지만, 한국은 2000년대에 주택 자산 격차가 벌어지지 않았다. 이 역시 김낙년 교수의 논문 내용 중 일부다. 

 

그런데 위 표에서 상위 10%의 자산 집중도는 없으니 문제 아닌가? 이 통계를 알 수 있는게 이성균 외 (2020) 논문. 아래 표를 보면 2015년 기준 44.9%다. 이 수치를 위 OECD 비교 표에 대입하면, 한국의 상위 10% 가구의 자산 보유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 아래 표를 같이 보면 한국의 자산 분포를 추정할 수 있다. 한국에서 상위 10%는 자산의 45%; 그 다음 10%(상위 11~20%)는 자산의 18%; 그 다음 20%(상위 21~40%)는 자산의 20%; 그 다음 20%(상위 41~60%)는 자산의 12%; 하위 40%는 자산의 6%를 소유하고 있다. 

 

 

그렇다고 가구 단위 계산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은 또 아니다. 가구 단위 계산은 가구 형성(즉, 결혼과 독립)의 인구 패턴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결론은? 

 

한국의 자산불평등이 다른 OECD 국가 보다 높다는 신뢰할만한 자료는 없다. 김낙년 교수의 자료는 수많은 가정에 기반한 추정치로 가구 자산이 아니라 개인 자산의 추정치일 뿐이다.

 

전체 가구의 자산에 기반한 가장 신뢰할만한 자료는 한국의 자산불평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각 통계추정치의 장단점을 두루 살펴 자신의 결론을 도출하는거다. 하나가 맞다고 철떡같이 믿는게 아니고.

 

 

 

 

Ps. 어쨌든 개인 단위로 자산불평등을 보는 것이 맞다고 치자. 그런데 조귀동 기자가 올린 그래프를 보면 2000년과 2013년 사이에 중상층 자산 보유 비중에 거의 변화가 없다. 오히려 조금 줄었다. 그럼 "세습 중산층"은 2000년대 부터, 그러니까 1970년대생 이전부터 있었던건가? 1990년대생에서 갑자기 세습 중산층이 나타난게 아니고? 안타깝게도 조귀동 기자가 올린 통계 수치가 바로 1990년대생에서 중산층이 세습되기 시작했다는 조귀동 기자의 핵심 주장을 반박하는 간접 증거다.

 

Pps. 조적조는 진리. 

Posted by sovid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