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기사: 바이든 승리해도, ‘트럼프 시대’는 계속 된다

 

아마 많이들 보셨을 듯. 트럼프 현상이 계속되는 이유를 논하는 기사다. 경제불평등은 악화되고 세계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국제주의+불평등주의"에 묶여 있다. 이 구도에서 저학력 농촌 거주자가 기댈 정당이 없다. 트럼프가 이 틀을 깨고 "토착(또는 자국우선)주의+불평등주의"로 보수 유권자를 유인하여 성공했다는 것이 천 기자의 단순명료한 분석이다.  

 

일독을 권한다. 

 

여기서 추가로 질문할 것은, 왜 그리고 어떻게 트럼프가 성공했냐는 것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주류는 비슷한데,  공화당의 이단자 트럼프는 성공하고, 민주당의 이단자 샌더스는 (그리고 AOC는 아직은 모르지만) 성공하지 못했는가?

 

트럼프와 비슷한 정치인에 대한 일정 정도의 지지는 많은 국가에서 나타나지만, 트럼프 같이 성공한 케이스는 많지 않다. 불평등 증가는 전세계적 현상인데 왜 유독 미국에서 트럼프 현상이 강력하게 나타났을까? 미국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제가 주목하는 것은 두 가지 이슈다. 하나는 지역, 다른 하나는 양당제. 

 

우선 양당제부터. 이 블로그에서 몇 번 논의했던 내용인데, 양당제가 다당제보다 좋은 이유 중 하나가 극단적 정치 세력의 득세를 막는 효과가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트럼프 같은 정치인이 미국에서 성공하기 어려워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2016년에 당선되었고, 이 번에 낙선했지만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 

 

트럼프는 공화당을 바꾸는데 어떻게 성공한 것인가?

 

제가 답을 아는 것은 아니고, 이 질문을 정치사회학 전공하는 동료 교수에게 했더니, 그의 답은 Koch Brothers다. 코크 형제는 트럼프 지지자가 아니다. 오히려 트럼프에게 반대한 캔사스 기반의 억만 장자다. 그런데 이들 형제가 한참 유행했던 Tea Party의 적극적 참여자이자 재정적 지원자였다. Tea Party 운동이 공화당에 큰 균열을 일으켰고, 상당수의 새로운 Tea Party 출신 정치인이 당선되었다.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는 Tea Party를 지속적으로 찬양하였고 Tea Party 운동의 동력이 모두 트럼프에게 넘어갔다. 

 

Tea Party 운동은 양당제의 한 쪽 정당에 침투하여 그 당을 바꾸는 전략이었는데, Tea Party 자체가 아니라 트럼프를 통해서 공화당을 바꾸는데 결국 성공한 것이다.

 

이에 반해 샌더스는 민주당에 침투하여 민주당을 바꾸는 전략을 쓰지 않았고 결국 후보도 되지 못했다. 

 

 

 

 

정치 세력이 둘 밖에 없을 때 전국 선거에서 이길려면 median voter의 지지를 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중도층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래서 양당제에서 극단적 정치 세력이 잘 안나타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설사 티파티와 트럼프가 공화당을 장악하는데 성공할지라도, 트럼프같은 후보를 내면 전국 선거에서 져야 한다. 

 

그런데 2016년에는 이겼고, 이 번에도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저는 그 이유가 지역문제와 미국의 독특한 선거인단 시스템(electorate system)에 있다고 생각한다. 시사인 천관율 기자의 분석에서 나오듯 고학력자의 민주당 지지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이 고학력자의 도시집중 심화다. 조지아가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간 이유가, 한편으로는 Stacey Abrams의 소수인종 투표 방해을 막기 위한 풀뿌리 운동이겠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Atlanta라는 거대 메트로 지역이 있기 때문이다. 

 

거대 메트로 도시가 없는 주는 거의 예외없이 트럼프를 지지했다. 뉴욕주도 비도시, 비대학도시 지역은 대부분 트럼프를 지지했다. 뉴욕시의 바이든 지지 몰표 때문에 뉴욕주가 민주당에게 갔다.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이게했지만 바이든 승리로 끝난 네바다도 라스베가스에서 바이든 지지 몰표가 쏟아졌고 비도시 지역은 모두 트럼프 지지였다.  

 

다수 득표자가 대통령이 되는 시스템에서는 고학력자의 지역 집중이 문제가 아니지만, 미국 같은 주별 선거인단 체제에서는 체계적으로 비도시 지역에 더 많은 가중치를 주게된다. 그 때문에 2016년에도 트럼프가 과반수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미국의 선거인단 시스템은 고학력자의 도시 집중에 대항하여 농촌 지역 저학력자가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적 장치가 되었다. 중도층의 지지를 못받아도 농촌 기반 정치세력이 이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2016년에 트럼프가 이길 수 있었던 이유다. 소수파가 양당제의 한 쪽 정당을 장악하고 전국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미국은 있다.

 

즉, <민주당 지지하는 고학력자 도시 집중> + <비도시 지역에 가중치를 주는 선거인단 시스템> + <티파티 운동으로 양당제의 한쪽 축인 공화당의 극보수화> + <이 판에 제대로 포퓰리즘을 발휘한 트럼프>로 인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양당제의 장점인 중도파 강화 경향이 선거인단 제도 때문에 발휘되지 못해버린 것이다.

 

이 제도적 장치 하에서는 민주당 같이 고학력 도시 거주자의 지지를 받는 정당은 중도를 벗어나 진보화되기 어렵다. 중도파와 멀어져 진보화되면 필패하기 때문이다. 다수 득표를 하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다수 득표를 하기 위해서는 중도층에서 멀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 선거에서 연속해서 지면 정당은 변한다. 집권을 못하는 정당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일반적으로 양당제 하에서는 급진화하면 지고 그러니 급진화에 제동이 걸린다.

 

하지만 지금 살펴보았듯 미국에서 보수는 급진화하고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그러니 보수의 트럼프 현상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에 반해 진보의 트럼프는 기대할 수 없고. 

 

 

 

 

여기까지가 분석이고, 추가 질문은 그럼 미국의 <선거인단 제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다. 다수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으니 민주주의에 반하는 제도인가? 아니면 저학력 농촌거주자라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많은 파워를 제공하니 사회세력간에 권력의 균형을 맞추는 민주주의 원리에 맞는 제도인가? 

 

자본가를 뜻하는 부르주아의 유래는 "성 안 사람들"이다. 여기서 성은 도시다. 도시 사람들이 부르주아인 것. 지금 미국의 대립은 자본주의 양대 계급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트의 대립이 아니라, 자본주의 이행기의 부르주아와 페전트(peasants, 농민)의 대립처럼 느껴진다.  

 

 

 

 

Ps. 전에 총선에서 나타난 20대 남성 보수성 포스팅에서도 물었지만, 도대체 왜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대학 교육의 확대가 진보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가? 시사인에서 인용한 피케티의 그래프가 바로 이 포스팅에서 보여줬던 그래프다

 

Pps. 한국에서 나타날 조짐이 보이는 또 다른 현상은 도시의 보수화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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