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nei minnei님 블로그 글: 자산 불평등에서의 주택의 역할

국토연구원 오민준 연구원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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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한국에서 자산불평등이 소득불평등 보다 커서 소득 뿐만 아니라 자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산불평등이 소득불평등보다 큰 것은 전세계 공통 현상이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한국이 자산 불평등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큰 것도 아니다. 이 보고서에서 지니계수로 측정한 한국의 전체 자산불평등은 .56이다. 이 정도면 전세계적으로 낮은 편이다. 미국과 스웨덴은 .85에 달한다. 독일도 .82이다. 네델란드는 .90가 넘는다. 자산불평등이 소득불평등보다 1.5~2.0배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이 보고서에서 지니계수를 그룹 간, 그룹 내로 요소분해했는데, 이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지니계수는 그룹별 요소분해에 좋은 지표가 아니다. 보고서에도 보이듯, 지니계수는 요소분해 후 "중첩" 요소를 남긴다. 깔끔한 요소분해가 되지 않는다. 타일, 아킷슨, 로그분산 등 깔끔한 요소분해가 가능한 지표를 놔두고 왜 굳이 지니를 썼나 싶다. 

 

한국에서 주택 보유여부가 자산에서 가장 중요한건 상식인데, 주택 보유 여부로 불평등을 분해하는게 무슨 의미인지도 몰랐다. 이는 마치 소득 액수에 따라서 소득불평등을 요소분해하는 종속변수로 종속변수를 요소분해하는 동어반복처럼 들렸다. 

 

그런데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집단을 나누어 자산 불평등을 계산한 결과를 보니 처음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의문이 풀리고, 이 연구가 매우 중요한 발견을 보고한다는걸 깨달았다. 

 

 

 

 

아래표는 위에 링크한 블로그 포스팅에서 베껴온 것이다. <표4>는 전체 가구의 지니 불평등 지표이고, <표 5>는 주택 보유 여부에 따른 소득, 자산 지니 불평등 지표이다. 

 

가장 놀라운 점은 주택보유자의 낮은 자산 불평등 정도다. <표4>를 보면 소득 불평등은 .35 총자산 불평등은 .56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자산불평등이 낮긴 하지만, 극히 예외적으로 낮지는 않다.

 

그런데  <표5>를 보면 주택 보유자의 자산불평등은 어떻게 측정하더라도 .43~.45사이에 있다. 이 수치는 자산불평등의 측면에서 상당히 낮은 수치다. 이 수치가 얼마나 낮은 것이냐 하면, 세전 소득불평등이 미국과 독일은 .50에 달한다. 스웨덴 등 북구 복지국가가 .43 내외이다. 즉, 한국의 주택소유 가구 내부의 자산불평등은 다른 나라의 소득 불평등 보다도 낮다. 소득불평등과 자산불평등이 얼마 차이도 나지 않는다. 자산불평등 자료가 있는 전세계 국가 중에서 과거 사회주의였던 슬로바키아가 자산불평등 .50으로 가장 낮은데, 이것도 자료를 믿을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슬로바키아의 자산불평등은 몇 년 전만해도 .60이 넘었다.

 

 

 

 

이 결과는 한국에서 주택보유자는 상대적으로 동질적인 중상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표 5>에서 주택 미보유자의 순자산 불평등이 .71에 달하는 것을 보라. 주택보유자의 자산불평등 지니 .44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지니계수에서 .71과 .44는 엄청난 격차이다. 주택 미보유자는 자산보유액에서 이질적 집단이지만, 주택보유자는 상대적으로 동질적 집단이다. 

 

이 결과를 보면 주택 정책으로 주택보유자 내부를 갈라치기하는게 용이치 않다는걸 알 수 있다. 주택 보유자 내부의 이질성이 커야 그 특성을 이용하여 갈라치기 할텐데, 보다시피 이질성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전세입자와 주택보유자를 합친 후 전세금을 주택 자산으로 계산하여 주택과 부동산 자산의 지니계수를 계산하면 지수가 어떻게 바뀌는가다. 전세금을 포함한 주택자산 불평등이 .44에서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면, 주택보유자와 미보유자 갈라치기도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의미다. 

 

또 다른 함의를 찾자면, 현재 주택보유자 내부의 불평등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사람들이 주택 가격 변동으로 자산불평등에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주택보유자 내부에서 자산상위층과 중간층의 격차가 작아서 경기 변동이나 소득 변동에 따라 언제든지 캐취업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가격의 차별적 증가에 따른 자산불평등이 심화되면, 캐취업이 가능한 상태에서 불가능한 상태로 질적 변화가 발생한다. 엄청난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할 것이다.

 

부동산 민심이반을 강남 때리기나 임대 주택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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