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개천에서 용 안난다'…저소득층 학생 100명 중 3명만 상위권

보고서 원문: 안영은. 2020. "서울지역 고등학생의 기초자치구별 학업탄력성 양상 및 특성 분석"

 

도대체 기사 제목 쓰면서 보고서를 전혀 안읽어보는건지. 보고서에는 저소득층 학생 100명 중 2016년에 상위 25% 성적을 거둔 학생이 12.21%라고 명확하게 적혀 있다. 3%는 저소득층 학생 중 상위권의 비율이 아니라 전체 학생 100명 중 저소득층이면서 상위권인 비율이 그 정도라는 얘기다. 

 

학업탄력성이란 소득 하위 25%에 속하는 학생이 성적 상위 25%에 속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OECD에서 2010년도에 개발해서 PISA 발표때마다 보고하는 지표다.

 

아래 그래프는 각 국가별로 저소득층(하위 25%)에서 상위권 성적을 거두는 학생들의 국가별 비율이다 (자료 소스는 요기). 2018년 PISA를 분석한 가장 최근 자료다. 보다시피 한국은 개천에서 용나는 비율이 상당히 높은 국가 중 하나다. 교육의 천국이라고 생각하는 핀란드 보다 높고, 얼마 전 논쟁이 되었던 독일보다도 크게 높다. 

 

과거보다 이 비율이 아주 조금 낮아져서 걱정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한국에서 개천에서 용이 안나면, 전세계에서 개천에서 용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안영은 선생의 보고서에서 주목해야할 두 가지 점이 있다. 

 

하나는 2010년에 비해서 서울 지역에서 학업탄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2010년에는 저소득층 100명중 8.7명이 성적 상위권이었는데, 2016년에는 12.2명이다. 40% 개선된 결과다. OECD 보고서에도 저소득층 중 상위권 성적의 비율이 2009년 PISA는 14%였는데, 2018년 PISA는 13.5%로 큰 차이가 없다. 점점 개천룡이 없어진다는 세간의 인식과 상당히 다른 내용이다. 

 

고교 진학자의 계층별 학업 성취도가 과거보다 더 커졌다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좀 성급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수학 성적을 기준으로 하면 그런 결론을 내기는 더 어렵다. 

 

다른 하나는 사교육의 효과다. 보고서에서 사교육을 받은 저소득층 학생의 성적이 높다는데, 개별 학생의 사교육이 아니라 지역별 사교육 비율을 비교한 것이다. 즉, "학업탄력성 학생 비율이 높은 지역의 사교육 참여 정도가 더 높은 것"이다 (보고서 8쪽). 사교육으로 계층 격차가 더 커졌다는 인식과는 상당히 다른 결과다.

 

사교육 많이 하는 지역에서 개천용 확률이 더 높다.

 

예전에도 얘기했지만, 교육은 양적 효과가 가장 중요해서, 저소득층 학생들이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게 강제하면 계층 간 격차는 줄어든다. 

 

 

 

이제 개천용 타령도 사실에 근거해서 좀 업그레이드 했으면 좋겠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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