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되는 마감 after 마감을 대충 마무리하고,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마감만 남았기에, 사회생활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오징어게임 밤새 시청. 어떻게 이런 소재로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지 엄청 감탄하고 놀랐다. 

 

말도 안되는 상황인데도 상당히 공감이 되는데, 다섯번째 유리 징검다리 게임은 참가자들이 투표해서 게임을 거기서 끝낼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에 수학 선생이 자신이 살아남을 확률 계산하는데 확률이 매우 낮다.

 

그런데 이 게임은 이항확률의 누적분포와 같다. R에서 다음과 같은 명령을 돌리면 16명의 생존확률이 나온다 (계산하고 찾아보니까 벌써 많이들 해놨더라. 다들 생각하는거 비슷.). 

 

a <- 0
for(i in 18:3) {
a <- a+ dbinom(i,18,.5)
  print(a)
}

 

계산해보면 선두주자는 말도 안되게 낮은 확률이지만 마지막 주자는 생존 확률이 99.9%다. 

 

그런데 여기서 free rider 문제가 생긴다. 선두 주자는 risk taking을 하는데 보상이 생존 확률 99.9%의 마지막 주자와 같다. 후발주자는 누워서 떡먹기. 높은 위험을 감수해서 모험을 감행하고 최후에 456억을 가질 수 있다는 high risk, high return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후발 주자 입장에서는 게임을 안할 이유가 없다.

 

반대로 선발주자 입장에서는 여기서 게임을 중단할 강력한 유인이 있다. 처음에 게임을 시작할 때는 1/456의 확률이었는데, 1번 주자는 갑자기 자기는 1/262,144 의 생존확률이 되고, 자신이 성공하면 나머지는 모두 성공한다. 게임 중단 투표를 제안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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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째 주자: 본인의 생존 확률 0.00038%, 자신이 성공하면 나머지는 모두 자동 성공.

2번째 주자: 본인의 생존 확률 0.0072%, 앞의 사람이 성공하면 free rider, 자신이 성공하면 나머지 자동 성공.

3번째 주자: 본인의 생존 확률 0.066%, 위와 같음, 자신의 리스크가 더 큼

4번째 주자: 본인의 생존 확률 0.38%, 위와 같음, 자신의 리스크가 더 큼

5번째 주자: 본인의 생존 확률 1.5%, 위와 같음, 자신의 리스크가 더 큼

 

6번째 주자: 본인의 생존 확률 4.8%, 위와 같음, 자신의 리스크가 더 큼

7번째 주자: 본인의 생존 확률 11.9%, 위와 같음, 자신의 리스크가 더 큼

8번째 주자: 본인의 생존 확률 24.0%, 위와 같음, 자신의 리스크가 더 큼

9번째 주자: 본인의 생존 확률 40.7%, 위와 같음, 자신의 리스크가 더 큼

10번째 주자: 본인의 생존 확률 59.3%, 위와 같음, 1/2 성공 확률 기준 선두 주자의 리스크가 더 큼

 

11번째 주자: 본인의 생존 확률 76.0%, 위와 같음, 선두 주자의 리스크가 더 큼

12번째 주자: 본인의 생존 확률 88.1%, 위와 같음, 선두 주자의 리스크가 더 큼

13번째 주자: 본인의 생존 확률 95.2%, 위와 같음, 선두 주자의 리스크가 더 큼

14번째 주자: 본인의 생존 확률 98.5%, 위와 같음, 선두 주자의 리스크가 더 큼

15번째 주자: 본인의 생존 확률 99.6%, 위와 같음, 선두 주자의 리스크가 더 큼

 

16번째 주자: 본인의 생존 확률 99.9%, 앞에 다 실패해도 자신은 성공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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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주자 입장에서도 후발 주자는 여전히 free rider다. 8번째 주자는 생존 확률이 24.0%고, 9번째 주자는 40.7%다. 외부의 상황이 절박하여 risk taker 성향을 가지는 참가자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모르겠다. 생존 확률을 모두 알고 투표를 해도 go일지 stop일지 확실하지 않다. 계산해 놓고보니 드라마에서 진짜 절묘하게 상황을 만들었다. 또 한 번 감탄. 

 

어쨌든, 드라마에서는 9번 주자인 덕수가 중간에 안간다고 버틴다. 40.7% 주자가 사실상 게임 중단에 투표한거 아닌가? 

 

이 상황이 성공한 사람이나 아무 것도 안한 사람이나 성과분을 모두 똑같이 나눈다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공산주의와 비슷한 상황이다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에 따른 분배하는게 아니라). 실패하면 자기는 (인민의 적이 되어서) 망하지만, 성공하면 성과는 공유한다. 그리고 자신의 실패가 사회적 성공(=뒤에 남은 사람들)의 밑거름은 된다. 성공을 혁신이라고 친다면, 이런 시스템에서 risk taking(=혁신)을 지속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번호를 실험 응답자에게 random으로 부여하고, 확률과 상황을 알려준 뒤에 투표를 해보고 싶다. 

 

고 or 스톱? 

 

 

공산주의가 아니라 다른 시스템도 생각해볼 수 있다

 

(1) the winner takes all - 신자유주의가 딱 이거다. 성공한 혼자 다 먹는거. 이 경우 사전에 성공 확률을 응답자들에게 알려주고 번호를 고르라고 하면 몇 번째 숫자를 사람들이 고를까? 위 상황과 비교해서 어떤 사회가 더 risk taking 행동의 비율이 높을까? 

 

(2) 낮은 성공 확률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으면서도, 승자 독식이 아니고 공유하는, 공산주의도 신자유주의도 아닌 최적시스템은 무엇일까? 

 

오징어게임보고 뻘소리 한 번 해봤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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