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재분배에 대한 글을 올리니, 당연히 자산불평등에 대한 질문이 뒤따른다. 이 블로그에서 여러차례 의견을 피력했듯, 저는 자산보다는 소득에 주목하는게 정책적으로 더 낫다는 소신이다. 제 생각이 그렇다는거고, 자산불평등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아래 Econphd님의 질문에 답하면서, 자산불평등에 대해 조금 더 얘기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 번 포스팅의 메인 주제는 실제 자산불평등 변화와 체감 변화가 차이가 나는 이유다. 왜 자산불평등이 별로 늘지 않아도, 심지어 줄어도 사람들은 그 반대로 느낄까? 

 

 

 

우선, 지난 10년간 자산불평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믿고 있는 자산불평등의 변화 중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다. 가장 맞는 믿음은 문재인 정부에서 자산불평등이 악화되었다는 것이고, 가장 틀린 믿음은 지난 10여년간 자산불평등이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아래 <그림 1>은 2011년을 기점으로 순자산 분위별 총자산의 변화 비율이다. 순자산 분위별 순자산의 변화를 알면 좋겠지만, 통계청에서 그 자료는 2017년 이후만 제공한다. 지난 10년간의 변화를 알려면 약간 부정확하지만, 순자산이 아니라 총자산으로 보는 수 밖에 없다. 순자산은 총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것이다. 불만족스럽지만 그래도 대략적인 경향을 파악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계층은 5개 분위로 나뉘어 있어 각 분위가 20%를 차지한다. 

 

붉은 색이 자산하층이고 청색이 자산 상층이다. 보다시피 2011년에 비해 하위 80%의 자산은 거의 비슷한 비율로 증가하였고, 상위 20%의 자산 증가율이 가장 낮다. 이 결과는 2020년에 2011년 대비 자산불평등이 낮다는 의미다. 특히 2017년까지 하위 3개 분위의 자산 증가율이 가장 높고, 차상위 분위가 그 다음이고, 최상위 분위가 가장 낮다. 자산 불평등이 상당히 줄었다. 2018년 이후 차상위 계층의 자산 증가가 눈에 띈다. 

 

지난 9년간 최하분위의 평균 자산 증가율은 73%이고, 최상위분위의 증가율은 53%이다. 차상위 분위인 4분위의 증가율도 72%다. 불평등의 변화는 비율의 변화로 측정한다. <최상위 분위/차상위 분위>로 계산한 평균 자산 배율은 2011년 3.0배에서 2020년 2.7배로 줄어들었다. 상위 20% 대비 차상위 20%의 자산 격차가 줄어들었다.

 

전반적으로 자산 최상위의 증가율이 가장 낮기 때문에, 2010년대 들어 자산불평등이 완화되었다. 그래서 다들 자산불평등이 줄었다고 느끼셨나?

 

 

<그림 1> 2011년 대비 순자산 분위별 명목 총자산 증가율

순자산 분위의 명목 총자산 변화비율

 

이러한 객관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자산격차가 줄었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Money illusion이라고 불리는 현상 때문이다. 불평등은 비율의 문제인데, 사람들이 인식하는 격차는 절대값이다. 2011년에 최상위와 차상위의 평균 자산 격차는 6억5천만원이었다. 그런데 2020년에는 이 격차가 9억4천으로 늘어났다. 9년 사이에 자산의 절대적 격차가 3억, 50% 증가하였다. 연간 3천만원씩 저축했어야 이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전체 가구의 평균 자산이 60% 상승했기 때문에 대다수 가구가 비슷한 비율로 자산이 상승하면 절대액의 격차는 늘어난다. 중상층 가구가 보기에 비율로 측정한 최상위층과의 격차가 줄어도, 절대액수 격차가 증가해서, 전반적 불평등은 증가한 것처럼 느낀다. 경제발전으로 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대다수의 가구가 그 상승분을 비율적으로 향유하면, 자산의 절대적 격차는 늘어난다. 

 

(A) 경제발전으로 자산 증가 & 불평등 감소 ==> 자산 격차 비율 감소 & 자산 격차 절대액 증가 ==> 자산 불평등 확대로 인식

(B) 경제발전으로 자산 증가 & 불평등 증가 ==> 자산 격차 비율 증가 & 자산 격차 절대액 증가 ==> 자산 불평등 확대로 인식

 

 

 

이처럼 경제발전으로 자산이 증가하면, 설사 자산 증가의 이익이 공유되더라도 자산격차는 증가했다고 느낀다. 절대격차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산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고 느끼는 시기는 자산의 비율적 불평등이 증가하는 시기가 아니라, 자산가격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시기다. 

 

아래 그래프는 연도별 평균 자산 증가율이다. 보다시피 2020년에 자산 가격이 폭등하였다. 이 때문에 최상위 분위와 중상층인 차상위 분위의 자산 격차가 1년 만에 1억원 가까이 증가하였다. 하지만 2020년은 전년에 비해 최상위 분위 보다는 차상위 분위의 자산이 비율적으로 더 크게 증가하였다. 2020년 부동산 가격 폭등의 최대 이익은 차상위 계층이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격차는 증가하였기에, 차상위 계층은 money illusion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최상위 계층의 자산이 다른 분위보다 빠르게 증가하며 자산불평등이 가장 심화된 기간은 2018-19년이다. 그럼데 이 기간은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 자산 증가율이 낮다. 불평등은 늘어나는데, 절대액 격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서 자산불평등이 늘어난다고 느끼지 못한 것이다. 

 

 

정리하자면, 문재인 정부 기간 중 2020년이 자산불평등이 상대적으로 적게 증가한 시기다. 2016/17년 (두 개 연도의 단순평균) 대비 2019년에 최상위 분위의 자산은 14.2%로 가장 크게 늘었다. 그 다음이 차상위 분위로 10.1%다. 그 다음이 중간이 3분위로 7.4%. 하위 2개 분위의 증가율이 가장 낮다. 자산 불평등이 상당히 증가하였다. 

 

이에 반해 2020년은 전년 대비 차상위 분위가 15.4%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최하위 12.9%, 최상위 13.0%로 거의 동률이다. 자산 불평등 악화 측면에서 자산 가격이 폭등한 2020년보다 그 전 해들이 더 안좋았지만, 2020년은 자산 가격의 전반적 상승으로 절대 격차가 증가해, 사람들은 2020년에 자산불평등이 증가했다고 느낀다. 

 

 

 

아래 표는 연간 순자산 분위별 총자산 증가율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가 실시된 2011-2020년 전체에 걸쳐서 최하위 분위의 상승률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은 차상위 분위다. 최상위 분위의 증가율이 가장 낮다. 자산불평등이 2010년대 중반기까지 꾸준히 줄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중산층의 자산이 더 빨리 증가하고, 최상층과 최하층의 자산이 가장 느리게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자산 불평등이 완화되었다. 차상층 대비 최상층의 배율은 2012년 2.9배에서 2016/17년 2.66배로 감소하였다. 연간 증가율에서 차상위층이 최상위보다 2.1%포인트 높다. 하지만 절대 격차가 6.4억에서 7.2억으로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아마도 변화가 별로 없거나 오히려 격차가 늘었다고 체감할 것이다. 

 

이에 반해 문재인 정부에서는 순자산 최상위층의 자산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그 다음이 자산 차상위층이다. 자산 불평등이 악화되었다. 게다가 2020년에 자산가격 폭등으로 자산액의 절대 격차가 폭증하면서 체감상의 격차는 더욱 커졌다. 최상위층과 차상위층의 연간 증가율은 0.4%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2016/17년 대비 2020년에 절대액은 7.2억에서 9.4억으로 증가하였다. 

 

위에서 언급한 (A), (B) 중에서 박근혜 정부는 (A), 문재인 정부는 (B)의 상황이다.  

 

 

표. 순자산 분위별 총자산의 연평균 증가율

  2011-2020 박근혜 정부
2012-2016/17
문재인 정부
2016/17-2020
전체 5.3% 4.6% 6.8%
최하분위 6.3% 4.8% 5.6%
2분위 5.9% 7.1% 3.9%
3분위 5.9% 6.5% 4.7%
4분위 6.2% 5.7% 7.1%
최상분위 4.8% 3.6% 7.5%

 

그래서 교훈은?

 

소득대비 자산은 정책 개입의 단기적 효과가 작다. 또한 2020년의 변화에서 보듯 거시경제적 변화에 민감하다. 불평등이 줄어든다고 체감하기도 어렵다. 실제 자산 불평등 변화와 체감 자산 불평등의 괴리도 크다. 

 

그러니 정책 당국은 지키지도 못할 쓸데없는 약속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평론가들은 구체적인 수치도 확인하지 않고 체감으로 말하는 것에 조심해야한다. 실제 자산불평등 증가와 money illusion에 의한 체감 자산불평등 증가는 다르다. 

 

 

 

Ps. 자산불평등 자료는 항상 부정확하다. 다만 연도별로 비슷하게 부정확할테니, 대략적인 경향은 파악할 수 있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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