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년간 미국에서 여성의 객관적 지위는 지속적으로 향상되었지만, 그들의 주관적 행복도는 더 떨어져, 과거에는 주관적 측면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행복하게 느겼지만, 이제는 여성이 남성보다 불행하게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Stevenson and Wolfers: http://papers.nber.org/papers/w14969

보수적인 논객들은 이 결과를 "전통적인" 여성 역할이 여성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문열의 <선택>이 전파하는 이데올로기와 어쩜 그리도 똑같은지.

잘 알려진 사실 중 하나는 부유한 국가의 시민들의 평균 행복도가 가난한 국가의 시민들의 평균 행복도 보다 반드시 높지는 않지만, 국가 내에서 부유한 시민들의 행복도는 가난한 사람들보다 높다는 것이다. 얼만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행복은 절대적 기준에 의한 평가가 아니라 비교를 통해 나오는 상대 평가다. 심지어 아우슈비츠에 있던 사람들의 행복도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북한 사람들에게 물어봐라. 그들이 행복한지 아닌지. 폐쇄사회일수록 행복도는 오히려 높아진다. 불행은 relative deprivation을 통해 느끼고, 그러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비교집단이 필요하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면, 그들의 비교집단이 늘어나고 그에 비해 그들의 객관적 지위의 향상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더 불행하다고 느끼는게 당연하다.

경제발전과 더불어 주관적 행복도가 늘지 않는다는 패러독스를 근거로 경제 발전 무용론을 펼치는 사람들이나, 여성의 객관적 지위 향상이 그들의 주관적 행복도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기에 여성 운동 무용론을 펼치는 사람이나 도찐개찐이다.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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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킴 2009.05.26 16: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이것 참 이전부터 궁금했던 것인데, "행복"한 것과 "만족"한 것과 어떻게 달라요? 만족하지 않아야 열심히 일할 것 같은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그래서 대개 자기가 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지 않아요? 얼마전에, guilt-riden people이 더 일을 잘한다는 페이퍼를 발표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설문조사로 만족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지, 행복하지만 만족하지 않은 지 알 수 있나요? 아니면, 만족하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은가?

  2. 바이커 2009.05.26 16: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체적인 구분점은 잘 모르겠습니다.

    굳이 추정을 하자면 행복은 응답자의 삶에 대한 holistic한 질문이고, 만족은 응답자가 하고 있는 일의 진행에 대한 specific한 질문으로 생각되는군요.

  3. 오돌또기 2009.05.26 2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행복이란 개념이 사회과학계에서 새삼 주목을 받는 분위기같은데, 이게 참 개념화가 어렵고 측정도 어렵고 난점이 많은 것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보다 티벳에서 사람들이 더 행복하다고 설문조사 결과때문에 티벳으로 이민간다는 사람도 없잖아요. 다시 태어날 때 나라를 선택하라고 해도 티벳을 고를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