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포스팅에 달린 꼬마님의 코멘트를 보고 일베식 여성 혐오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지 좀 더 생각해 보았다.


설명을 필요로 하는 현상은 세가지다. 하나는 여성들이 소위 말하는 "된장녀"같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왜? 한국 여성이 유독 그런가? 둘째는 일단의 젊은 남성들이 극단적인 여성 혐오 현상을 보이고 있다. misogynist는 오래 전 부터 있어왔지만, 젊은 남성들에게서 이런 현상이 증가한 이유는? 세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여성 지위는 세계에서 꼴찌를 다투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약자인 여성을 혐오하는 젊은 남성과 지위가 낮은데도 겉멋만 추구하는 젊은 여성의 나라인가?


내가 생각하는 이 모두를 설명하는 변수는 세 가지다: (1) 남여 성비, (2) 경력초기 노동시장, (3) 결혼 출산 후 노동시장. 각 변수의 상태는 아래와 같다.


(1)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약 10년 동안 성비가 115까지 올랐다가, 그 후 110, 현재는 105 정도로 줄었다. 성비는 보통 105가 정상 상태로 본다. 인구 구성만 봐도 현재의 10대와 20대 남성은 약 10%의 인구가 결혼, 연애 시장에서 실패하는 구조다.


(2) 지난 포스팅에서 보여주었듯, 노동경력 초기의 school-to-work transition은 여성이 더 원활하다. 특히 고학력자의 경우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우위를 차지하지 않는다.


(3) 초기 노동시장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결혼, 출산 후 노동시장에서 급속히 탈락한다. 노동시장 이탈률은 저학력자보다 고학력자에서 훨씬 높다. 이유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기사 육아 학습지도 노동의 여성 전담률이 높고, 고학력층일수록 육아, 학습지도를 잘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기 때문.


그렇다면 이 세 변수로 위 세가지 현상을 어떻게 설명되는가. 내가 가지고 있는 가설은 다음과 같다.


우선 가장 쉬운 젊은 남성의 여성 혐오부터. 이 현상은 (1)과 (2)로 설명된다. 자신들의 reference group이 되는 젊은 여성은 자신들보다 사회적으로 잘 나가고, 군대경험 같은 흑역사도 없다. 게다가 이들 잘 나가는 여성이 자신들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남성 지배적인 사회를 경험하는 건 30대 후반 이후다.


다음은 여성의 된장녀화. (2)와 (3)으로 설명되는 일종의 합리적 행위다. (1)은 부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이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결혼. 자신의 노력으로 확보한 경력초기 노동시장의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나, 결혼 출산 후의 사회적 지위는 자신의 노력이 아닌 남편에 의해 결정된다. 당연히 높은 사회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남성을 요구한다. 다른 하나는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노동시장에 남는 것이다. 한국은 둘 중 전자를 선호한다.


과거와 다른 점은, 예전에는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고 노동시장에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웠으나, 지금은 결혼, 출산을 포기하면 자신의 노력에 의한 사회적 지위의 유지가 가능하다. 즉, 과거에는 모든 남성이 자신보다 나은 breadwinner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2)와 (3)의 현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결혼 출산의 기회비용이 통시적으로는 과거보다, 공시적으로는 다른 선진국보다 현저히 높다. 여성이 남성에게 요구하는 바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여성지위가 낮은 이유. 이건 전적으로 (3)이다. 고위직에 여성을 채우고 싶어도 경력중반에 상당수가 탈락해서 남아있는 여성이 없다. 여성할당제에 대해 남성들이 불만을 가지는 이유도 P(promotion | qualified candidates)로 따지면 여성의 확률이 남성보다 높아지기 때문이다.


고위직의 여성할당제가 여성의 경력중반 노동시장 탈락을 막지 않는 한, 그 효과는 한정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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