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정리 기사


고용 차별을 논의할 때 그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는게 "소비자의 선호"다. 기업에서는 흑인을 차별하지 않지만, 소비자들이 백인 판매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흑인보다 백인을 고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이 번 "Girls do not need a prince" 티셔츠 사건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논리도 정확히 이와 같다. 게임 업체의 주소비층인 젊은 남성들이 불편해하고 적극적으로 반발하기 때문에 메갈리아에서 발행한 티셔츠를 입은 성우와의 계약을 해지하는게 정당하다는 것. 오해와 논란이 된 SNS 발언을 하면 계약 해지를 넘어 손해를 묻겠다는 협박도 가능하다. 


게임의 주소비층이 젊은 남성들은 자신들의 소비자 파워를 이용해서 적극적으로 메갈리아 티셔츠를 구비한 성우와 이를 옹호한 웹툰 작가들을 해꼬지하였다. 


하지만 이게 바로 차별이다. 


차별의 수정은 소비자의 선호를 명분으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줄 수 없게 하는 것도 포함된다.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중의 하나가, 차별이 어떤 경우 매우 합리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통계적 차별(statistical discrimination)과 선호에 의한 차별(discrimination based on preference)이다. 이 두가지 차별은 의식적으로 인식하고 수정하지 않으면 합목적적이고 이성적으로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은 모두가 자행하는 차별이다. 차별의 시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사회 전반에서 여성이나 소수 인종에 대한 차별이 자행되고 있다면 기업 활동은 이런 차별에 기반해서 하는 것이 이윤을 창출하기 쉽다. 흑인에 대한 차별이 매우 심한 미국 남부에서는 식당주가 흑인을 차별하겠다는 생각이 전혀없고 온전히 이윤만 추구할 때, 부유한 백인을 주고객층으로 삼는 식당 입장에서는 "개와 흑인은 출입금지"와 같은 간판을 거는 행위가 이윤 추구를 위한 매우 합리적 행위다. 이런게 선호에 의한 차별이다. 


그래서 이 행위가 차별이 아니라고 할 바보는 없을 것이다. 


한국처럼 여성차별이 너무 명백해서 당혹스러운 사회에서는 소비자도 당연히 여성차별적인 선호를 가지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소비자 권리를 앞세우면 미국 남부에서 흑인에게 가했던 차별 비슷한 것을 하게 된다. 


합리적이라는 사람들은 이 번 사태에서 회사의 이윤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성우와 계약 해지한 회사의 행위가 쉽게 이해될 것이다. 자신이라도 그렇게 했을 테니까. 하지만 차별을 없애고자 한다면 이렇게 합리적으로 보이는 행위 뒤에 숨은 차별을 드러내고 수정해야만 한다. 그래야 소비자의 선호도 바뀐다. 


그래서 현 사태에서 나는 "메갈리안"이다. 




ps. 황당한 것은 나는 학문적으로 차별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사람 중의 하나라는 점이다. 내 입장은 한국의 지역차별에 대해서, 미국 내의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확실한 진보라고 하기 어렵다. 나는 객관적 데이타와 숫자로 밝혀지지 않는 건 일단 안믿는다. 그런 내가 볼 때도 너무나 명백하게 차별이 드러나는 영역이 한국의 여성 문제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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