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동아


... 미국의 선거 예측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선거 여론조사 결과의 가중평균으로 후보별 당선 확률을 추정하는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여론조사가 아닌 정치·경제·사회적 변수를 이용해 당선 후보를 전망하는 모델이다. 선거 여론조사에 기반을 둔 예측은 대부분 클린턴의 승리를 점친다. (트럼프가 이길 것이라는 예측은 대부분 여론조사가 아닌 정치·경제·사회적 변수를 이용해 선거 결과를 모델링한 경우에서 나왔다.) 하지만 승리 확률은 모델별로 상당한 격차가 있다. ...


(미국은) 주별로 여론조사 날짜가 다른데, 전국 지지율의 변화와 주별 지지율의 변화를 연동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당선 예측 후보와 지지율이 달라진다. 네이트 실버의 파이브서티에이트와 ‘뉴욕타임스’의 업숏 결과가 서로 다른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


... 문제는 똑같은 여론조사 자료를 사용해도 조사기관에 따라 후보별 당선 확률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 이렇게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는 원자료에 부여하는 가중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어떻게 가중치를 줄 것인지가 바로 선거 예측 전문가의 노하우다. 선거는 단순 여론조사와 달리 지지 의향뿐 아니라 투표 행위도 예측해야 한다. 누가 투표 의향자인지 가려내는 데 표준화된 방법론은 없다. ...


선거 예측은 과학적 여론조사와 유권자 행태에 대한 사회과학적 가정의 종합이다. 후자 없이 전자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여론조사의 기능은 정확한 정보 전달과 더불어 누가 더 정확히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지 사회과학적 가정의 타당성을 검증해보는 게임이다. 정보 엔터테인먼트라 할 만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러한 선거 가중치 개발이 불법이다. 조사 결과에 인구 가중치가 아닌 다른 가중치를 적용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벌금을 부과한다. 정보 혼란을 초래하고, 조작의 여지가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불확실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비과학적 태도가 선거 여론조사의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빼앗고 있다. 좀 즐기자.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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