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국가

경제사회학 2017. 4. 12. 21:43

동아 기사: “정부 주도”vs“민간 주도”… 미래산업 방향 놓고 세게 붙었다


혁신과 국가의 역할에 대한 두 가지 대비되는 시각은 안철수와 심상정이 제공. 


▽안철수=정부가 먼저 결정하는 게 아니라 민간이 결정하면 밀어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 정부 부처가 연구개발(R&D) 예산을 꽉 움켜쥔 상황에서는 엄청난 국가적 비효율을 초래해 한 부처가 통할해야 한다. 공정 경쟁이 가능한 산업구조를 만들면 누구나 희망을 갖고 도전하고,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교육, 과학, 산업구조 등 총체적인 사회개혁이 필요하다.”


▽심상정=4차 산업혁명은 산업이나 기술에 국한된 게 아니라 사회 전반의 근본적 변화를 동반하는 혁명이다. 정부는 방해자가 아니고 적극적인 혁신의 파트너가 돼서 장기 투자 계획을 세워주고, 인프라를 두껍게 깔아줘야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인력양성 중점의 교육이 아니고 자기 삶을 지키기 위해 직업 바꾸기 재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안철수의 시각은 전형적인 보수적 시각. 국가는 뒤에서 교육지원 등의 역할만 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것. 설사 연구개발을 지원 하더라도 실제 혁신은 민간이 주도하는게 맞다는 것. 

이에 반대하는 심상정의 시각은 몇 년 전 대두된 "기업가 국가 (The Entrepreneurial State)"의 관점을 정확히 대변. 이 관점은 University College London의 Mariana Mazzucato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온 것. 

심상정의 페이스북을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있는데, 이 글의 첫 부분은 Mazzucato 교수의 책 내용을 베껴놓은 듯. 

심상정 페이스북: 우리는 흔히 아이폰을 애플에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이폰 핵심을 구성하는 인터넷, siri, 터치스크린 등은 국가가 주도해 투자한 기술입니다. 민간이 처음부터 달 탐사를 기획하고 준비했다면 그것은 불가능한 미션이었을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가 과감한 투자를 선도하며 두터운 인프라를 깔아주고, 기업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은 정부 주도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어쨌든 Mazzucato 교수의 주장 중에 재미있는 내용이 있는데,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연구개발 판을 깔아주고 산업을 육성하는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이라는 것. 미국이 혁신의 중심이 되는 이유는 민간의 기업가 정신 때문이 아니라, 국가가 기업가 국가이기 때문이라는게 그 녀의 주장. 미국 민간기업이 혁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미국 국가가 장기 전망을 가지고 위험을 감수하며 기초기술에 투자하고, 혁신 기업을 지원하기 때문이라는 것.    


Mazzucato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경제의 전통은 건국 당시 앙숙이었던 제퍼슨(=자유방임)과 해밀턴(=국가주도)의 대립으로 형성되었는데, 미국은 겉으로는 제퍼슨처럼 하면서 실제로는 해밀턴 방식을 따른다는 것. 


해밀턴은 장하준 교수의 책에 나오는 Infant Industry를 주창했던 그 해밀턴임. 즉, Mazzucato 교수는 미국 경제 발전은 초기에 infant industry를 경쟁으로부터 보호하며 키워왔던 그 방식을 변형시켜 국가가 신산업 연구개발을 주도하며 산업을 이끌고 있기에 유지된다는 것. 이를 약간 비틀어보면 미국은 infant industry 보호 정책을 폐기한 것이 아니라 아직도 다른 형태도 유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음. 


테슬라도 엘론 머스크가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다 해놓은게 아니라, 초기에 정부 예산지원을 받았음. 구글 서치 엔진의 알고리즘도 초기 개발 단계에서는 연방정부 예산 투입. 그런데 이렇게 성공하는 사례 1개당 실패 사례 20개 정도가 있다고 함. 20개를 실패해도 1개의 성공을 보고 밀어주는게 기업가 국가고, 그런 기업가 국가가 있어야 혁신이 이루어지고 경제가 발전함. 혁신의 동력이 벤쳐캐피탈이고 민간의 기업가 정신이 라는 건 걍 구라. 민간 기업가와 투자가들은 기업가 국가에 비해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심이 별로 없다고. 근본적 혁신 기술은 정부의 R&D에 의해 개발됨.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퍼소니안 같은 이데올로기가 유지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의 이윤 독점 동기가 있기 때문. 위험 감수는 정부돈으로 이윤은 기업 혼자서! 


워낙 센세이셔날했던 책이라 여러 언론에서 소개되고 이코노미스트, 카토 인스티튜트 등에서 반박이 이어졌었음.  


참고로 Mazzucato 교수의 책은 PDF version을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음.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Yu 2017.04.13 07: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교수님은 Mazzucato 교수의 입장을 지지하실 것 같은데, 어떤 입장이신가요?

    • 바이커 2017.04.13 10: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저는 매쥬카토 교수의 주장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규제만 철폐하면 된다는 minimalist state 생각이 박근혜의 "줄푸세"였습니다. 여기에 근거해서 혁신기업에게 세금을 줄여주자는 제안들이 나옵니다.

      매쥬카토 교수의 주장은 그런걸로 혁신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예산을 투자해서 혁신 기술들을 개발되었다는 것입니다.

      최근 말들이 많은 로봇 기술도 가장 먼저 개발한 곳은 미국방부의 용역을 맡은 업체들이었습니다. 로봇 업체들에게 상을 주며 기술혁신을 격려하는 곳도 미국방부고요.

  2. Q 2017.04.13 14: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확실히 한국도 요새 경쟁력이 있는 IT라든지 BT나 문화 사업 등등은 정부에서 이끌고 나간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후보가 작은 정부 관점을 일관되게 가져가는 것은 지지자로서 정말 아쉽습니다.

    • 바이커 2017.04.13 20:58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철수는 정치 입문서 부터 지금까지 정치와 공적영역을 낭비로 보는 시각이 강하죠.

  3. .. 2017.04.14 01: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혹시 몰라 찾아봤는데 국내번역 되있네요.

  4. kim 2017.04.14 18: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중국의 각종 과학 기술 발전도 매쥬카토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생각되네요. 전후 미국의 과학 기술 발전도 마찬가지구요.

    • 바이커 2017.04.15 11:55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상생활에서 즐기는 신기술의 상당수(아마 대부분)가 국가 지원 프로젝트의 결과죠. 그걸 상업용으로 변화시킨 것은 기업이지만요.

      그리고 한국도 R&D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