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 투표자는 두 가지 메카니즘에 의해 발생할 수 있음. 


(1) 여론에서 수세에 몰린 세력이 언론, 여론조사 등을 외면하는 반면 투표장에는 가는 경우. (2) 여론에서 우세를 차지한 세력이 이길 줄 알고 투표장에 가지 않는 경우. 아마 대부분의 경우 두 가지가 한꺼번에 발생할 것. 


샤이 투표자는 한 쪽 여론이 우세할 때만 발생. 공안정국이나 도덕적 단죄 등 여론이 사회적 선망 편향과 결부되는 정국에서 샤이 투표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큼. 


한국에서 작년 총선은 공안정국, 박근혜식 공포정치가 샤이 투표자를 낳는다는 것을 잘 보여줌. 미국에서 작년 대선은 도덕적 단죄의 정국에서 샤이 투표자가 발생하는 양태를 극명하게 보여줌. 




한국에서는 과거의 선거를 돌아볼 때 두 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음. 


1. 역대 대선에서 샤이 투표자는 없었음. 대선은 여론조사가 매우 잘 들어맞음. 

2. 하지만 역대 다른 모든 선거에서 샤이 투표자가 있었음. 여론조사가 꽝.  


이 두가지 선거의 차이가 뭔가? 


대선은 이명박이 이겼던 선거를 제외하고는 모두 박빙이었음. 누가될지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음. 지지자 총동원이 가능. 반면 총선이나 지자체 선거는 한 쪽이 이긴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음.


한국에서 총선이나 지자체 선거 결과의 특징은 이긴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쪽이 대부분 예상치보다 적게 나왔다는 것. 또 다른 특징은 여당이 이긴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결과는 기대와 다르게 나왔다는 것. 


예를 들어 보수가 이긴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2016년 총선에서 진보가 압승. 반대로 남북대화 발표 등으로 새천년민주당이 상당히 이길 줄 알았던 2000년 총선은 보수가 이겼음. 두 선거 모두 여론조사 회사가 죄인이 되었음. 2000년 총선 당시는 방송국 여론조사 담당 간부들이 징계도 먹음.





즉, 샤이 유권자는 

(a) 정치적 견해가 다른 집단이 존재하는데  

(b) 한 쪽의 의견을 표명하기에 자유롭지 않을 분위기가 있고  

(c) 현 집권 여당이 이기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모두 충족되어야 발생함.  


설사 (b)가 충족되어도 집단의 정치적 일체감이 강해 (a)가 형성되지 않거나, (a)+(b)가 있더라도 지역적으로 (c)가 충족되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음. 


완전 폭망한 여론조사였던 2016년 총선에서도 대구경북과 호남 지역의 여론조사는 정확했음. 단순히 승자 예측 뿐만 아니라 오차의 크기가 작았음. 전국적 분위기와 달리 대구경북에서는 (a)와 (b)가 충족되지 않았고, 호남에서는 (c)가 충족되지 않았음 (즉, 호남에서는 진보가 여당).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둔 지역과 국민의당이 압승을 거둔 양대 지역은 여론조사에서 샤이 투표자가 없었던 것.  




그렇다면 샤이 안철수는 존재할까? 


TK 보수가 박지원이 대표고 호남 정당을 표방하는 국민의당 안철수를 지지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음. 다른 한 편, 반문정서를 가졌으나 진보 성향을 가진 호남(출신) 유권자들도 자유한국당과 연대하겠다는 안철수 지지를 표방하기 어려움. 양 지역 모두에서 안철수 지지가 도덕적 타락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존재할 수 있음. 탄핵 후 대통령 궐위 상태의 선거라 원내 1당인 민주당이 여당처럼 보이는 현상이(내지는 그렇게 보이게 만들려는 보수의 노력도) 있음. 


역대 대선이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도덕적 분위기라기 보다는 세력 대결이었는데, 이 번 대선은 자신의 정체성과 정치 도의적 선택 사이의 갈등이 존재하는 특이한 상황. 


그런 면에서 샤이 안철수는 존재한다고 생각. 


하지만 그 크기가 지난 총선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봄. 그 이유는 문재인 지지자 역시 매우 목말라 있어 처음에 언급한 샤이 투표자 존재의 두 번째 메카니즘, 문재인 지지자가 투표안하고 놀러갈 가능성이 낮기 때문. 


황교안이 대통령 권한 대행이라 민주당이 여당으로 보이는 착시측면도 약함. 위에서 언급한 (c)의 조건이 충족이 안됨. 안철수 승리는 보수세력의 (적어도 절반의) 승리지 온전한 정권교체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함. 


2016년 총선에서 ARS가 아닌 직접전화면접 방법을 사용한 신뢰할만한 조사 기관에서 발생한 오차는 대략 보수가 +3, 진보가 -2~3이었음. 비슷한 정도의 샤이 유권자가 있다고 가정해도, 대선 여론조사에서 평균 5%포인트 이상의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 이는 역으로 5%포인트 이하로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면 결과는 까봐야 안다고 봄.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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